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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타닥 장독간’ 이야기
김윤령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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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27  12: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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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령 / 동북아평화기금 생협 ‘바리바리’

 

   
▲ 콩타닥 장독간 수업에 아이들이 호기심 있게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바리바리]

노오란 메주콩! 콩이 튄다~~ 콩타닥... 떼구르르르

□ 메주콩으로 만드는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 두유, 콩나물, 된장, 두부요~ 냄새나는 메주도 있어요, 메주로 된장 만드는 거죠?

□ 메주콩은 어디서 왔을까?
■ 우리나라에서요~

   
▲ "메주콩은 어디서 왔을까?" [사진제공-바리바리]

   
▲ 메주콩은 어떻게 올까? [사진제공-바리바리]

□ 지도를 봅시다. 여기 이곳 러시아 연해주에서 왔어요. 이곳 연해주는 아주 옛날에는 고조선 단군할아버지 사셨던 곳이고, 그 뒤로는 고구려, 발해!
■ 알아요. 텔레비전에서 봤어요. 광개토왕 장군도 있고 말 타고 달리는 대조영 장군도 봤어요.
■ 단군할아버지 노래도 알아요~ 곰이랑 호랑이가 사람 되려고 마늘 먹었어요...

이렇게 시작되는 콩타닥 장독간 수업은 장담기부터 40~50일 후 장가르기까지 원아들과 함께 진행된다. 유치원 성격에 따라 자모들이 참여하여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콩타닥 장독간 교육프로젝트는 전통장 문화 확산과 체험 그리고 연해주에서 콩농사를 짓고 메주를 만드는 고려인 동포들과의 만남이다.

   
▲ 장맛을 보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 "장맛이 짜요. 짜도 너무 짜요." [사진제공-바리바리]

■ 옛날 사람들은 말 타고 다녔는데 선생님도 말 타고 오셨어요?
□ 연해주는 비행기로는 인천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까지 2시간, 배타면 동해나 속초에서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또는 자루비노항까지 20시간, 만약 통일이 되어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간다면 10시간 정도? 아마 침대 기차를 타고 가야겠지? 그렇게 오면 내가 있는 연해주 우스리스크시 미하일로프카 (지도를 가리키며) 이곳 솔빈센터에 올 수 있다. 여기에 오면 독립운동을 하셨던 그분들의 후손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단다.

내가 모르는 세상 밖에서 어떠한 사람들과 일들이 있는지 궁금해 하며, 아이들의 질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어른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동포의 이야기는 연해주 고려인들이 만든 메주로 아주 편안하게 풀어가고 알아갈 수 있었다.

□ 고려인 동포 할머니들이 만든 메주로 오늘 된장을 담는 거야. 선생님들이 깨끗한 물에 소금을 잘 풀어 놓으셨지. 우리 친구들이 콩타닥 장독간으로 가서 메주를 넣고 소금물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자.
■ 메주는 냄새가 지독해요, 못생겼어~~

모두 까르륵 웃지만, 메주를 쪼개어 안을 보여주면서 메주가 발효하면서 생기는 현상과 발효한 식품을 먹으면 우리에게 어떠한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해주면 그 순간 아주 진지해진다.

   
▲ "이게 메주예요. 냄새가 지독해요, 못생겼어요~~" [사진제공-바리바리]

장담기 수업을 하고 40일~50일 후 유치원에서 장가르기 수업을 한다. 항아리에서 꺼내진 메주의 변화와 소금물의 변화를 함께 관찰하고 맛도 본다.

□ 우리가 느끼는 맛은 무엇 무엇이 있을까?
■ 사탕처럼 단맛, 약처럼 쓴맛, 소금처럼 짠맛, 식초처럼 신맛, 고추처럼 매운맛이 있어요.

간장과 하모니 선생님들이 버무리고 있는 된장을 떠서 조금씩 맛본다. 못나고 냄새나고 맛없다는 된장과 간장맛을 원아들은 자세히 구별해 낸다.

■ 선생님 짜요~ 근데 왜 달기도 하고 우유처럼 고소하기도 해요?
■ 아흑... 짜다... 간장에서 멸치국물 냄새도 나요.

가장 어린 3~4세반 원아들의 입맛이 아직은 가장 오염되지 않은 듯하다. 자그마한 검지손가락으로 간장을 찍어 먹고를 몇 번을 반복하더니 “정말 맛있어요”한다. 아마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단어가 아닌가 싶다.

   
▲ 깊은샘유치원 콩타닥 장독간 된장 나눔 연해주 사랑나눔. [사진제공-바리바리]

이렇게 마무리된 수업은 가을부터 유치원 급식 또는 원아들의 가정과 나눠 먹는다.

러시아 연해주 혹독한 겨울 영하 20도~40도 5개월을 이겨내기 위해 재이주 고려인 동포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지원 사업 중 하나가 고국의 동포들과 나누는 메주 직거래 사업이다.

콩의 원산지인 연해주에서 자연농으로 콩농사를 짓고, 그 콩으로 공동작업장에서 메주를 띄워낸다. 마을 공동작업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새벽 연기는 마을 사람들의 희망이다. 조선 말기 궁핍으로 이주한 연해주, 이후 항일독립운동과 강제이주로 중앙아시아에 버려진 고려인 동포들에게 우리 전통장의 맥은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연해주의 기후와 청정한 환경이 메주 발효에는 참으로 좋은 조건이다. 메주 사전예약 직거래 사업은 3년째 진행했고, 올해도 영농을 시작으로 이 사업은 진행될 계획이다.

   
▲ '콩타닥 장독간' 소개. [사진제공-바리바리]

2012년 2월 유치원 원장님들 몇 분이 우리도 고려인 동포들의 일자리 만들기 사업에 함께 하고 싶다며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한 분이 제안을 하셨다. 유치원에서 급식으로도 하고 동북아 주변에 함께 사는 동포 이야기도 듣는 수업을 구상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콩타닥 장독간 교육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자모, 유치원, 원아들에게 동포와 메주 원산지에 대한 경계는 없었다. 함께 행복해지고 나누고 더하고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콩타닥 장독간으로 이어지는 동포간의 사랑 나눔이라는 어느 유치원 원장님 말씀에 내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느낀다. 지금 항아리에 된장은 잘 익어가고 있다. 올 여름 또 얼마나 덥고 습할까? 그러나 그 더위쯤이야 지난 우리 동포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애교에 불과하다. 잘 익은 된장을 떠먹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고려인 동포 할머니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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