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사회적기업 바리의꿈 대표)


지난 5월 2일~4일에 걸쳐 동해시에서 제1회 동북아 한민족유소년축구대회가  열렸다.

강원도 교육청의 적극적 지지와 후원에 힘입어 동해지역의 작은 시민모임과 (사)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중국의 훈춘시 4조선족 소학교, 연해주 아르촘학교, 일본의 오까야마 지역의 클럽축구팀이 동해바다를 건너와서 참여하였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동해시의 묵호초등학교와 삼화초등학교, 삼척의 정라초등학교 그리고 경기도의 서현초등학교와 귀인초등학교 축구팀 등  5개팀이 참가해 모두 8개 팀이 대회를 치뤘다. 명칭은 동북아 대회이지만 동해시 입장에서 보면 바로 동해바다에 이웃한 코리안 후세들의 동네 축구인 셈이다.
 

조선말부터 만주, 연해주 등으로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이주하던 흐름은 일제 강점기하 생존과 항일투쟁, 강제이주 등을 이유로 본격화 되었고, 동해 바다를 이웃한 지역인 사할린, 연해주, 연변, 큐슈, 돗토리현 등에 코리안 벨트가 생기게 되었다.

내년이면 이주 150주년이 되는 러시아의 고려인 동포들, 작년에 자치주 60 주년를 맞은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동포들, 그리고 해방 후 고국에 돌아가기 위해 항구에 모여 귀국을 준비하다가 조국이 분단되자 그 자리에 정착하게 된 돗토리현의 재일동포, 모두 역사의 시련을 딛고 꿋꿋하게 살아온 동해 바다의 코리안들이다.

▲ 대회장에 들어서는 일본오까야마 클럽 축구팀 [사진제공- 김현동]

일본팀은 오까야마의 클럼 축구팀 4,5학년들이었다. 원래 오까야마 민족학교에 축구팀이 있어 그 팀이 참가하려 했지만  최근의 남북상황이 무국적 아이들의 비자허가 문제를 어렵게 만들어 부득이 지역의 클럽축구팀 중 코리안 학생들로 선발하여 구성한 팀이다. 한국적, 일본국적 등 다양한 코리안 아이들이 모였으나  대단한 단합과 협동심으로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데는 최고의 팀 이었다.
 

▲ 동해항에 도착하여 기념 촬영한 연해주 아르촘학교 축구팀 [사진제공-김현동]

연해주에는 아직 코리안 민족학교가 부활하지 못했다. 1937년 강제이주 전에 약300개 이상의 민족학교가 있었지만 80여 년의 강제이주와 재이주 속에 민족교육의 기반이 무너지고 말았고 지금 연해주로 재이주 해 온 4만명의 고려인 동포들은 민족교육의 부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나 아직은 학교를 만들어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번에는 고려인 동포가 교장으로 있고 학생의 약10%가 고려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아르촘학교와 우수리스크 고려인 기념관의 학생들이 연합으로 구성하여 참가하게 되었다. 이 팀은 동북아 축구대회 소식을 듣고  한국과 교류하는 기회로 삼고자  작년 10월 창단하여 영하 40도의 연해주 강추위 속에서도 주 2회 훈련을 강행하며 실력을 다져왔다. 유일하게 이 팀의 구성원 30%는 비 고려인으로 구성된 다민족팀이기도 하다.
 

▲ 중국 조선족 자치주 훈춘시 4소학교 축구팀 [사진제공-김현동]

중국팀은 두만강 최하구 동해바다에 인접하지만  바다까지는 나가지 못해 중국의 한이 되고 있는 조선족자치주 훈춘시의 4소학교 팀이었다. 총 18명중 13명의 학생이 참여하였는데 모든 학생의 부모나 친척이 찾아와서 혈육의 정을 나누었다. 공항에서는 한바탕 눈물바다가 이루어졌고, 축구장에서는 한국부모 보다도 열정적으로 응원전을 펼쳤다.

일본으로 일하러간 엄마와 한국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아들이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을 계기로 동해에서 만나 3자 상봉이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분단 때문에 더 어려운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돕고 있는 한국의 후원자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중국의 조선족 민족교육 과정에는 민족언어와 민족문화는 배울 수 있지만, 민족의 역사는 배우지 못해서 한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는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한국에 대한 심정은 많이 복잡하다. 그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만났는데 말이 통하자 너무 신기해하고 신나 한다. 아마 이번 만남이 시작일거라 생각한다. 
 

▲ 경기도에서 참가한 귀인초등학교 축구팀 [사진제공-김현동]

 

▲ 폐회식 후 다함께 기념촬영 [사진제공-김현동]

마지막 폐회식날 아이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뜨겁게 악수하였다. 모두 손을 잡고 아리랑을 부르고  강남스타일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선생님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움을 표하고 내년에도 꼭 보자는 부탁도 전했다.

동해에서도 대회가 있기 전에 일부 학교에서 이 대회의 의미에 관한 교육이 진행되기도 했다, “동해바다 코리안들과 함께 미래로 가자”는 취지로 이루어진 교육에서는 이 지역 코리안들의 역사와 함께 평화와 통일의 환동해 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꿈과 비젼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동해바다의 이 코리안 벨트는 저녁에 배타면 아침이나 오전에 도착하는 곳이다. 벌써부터 이런 만남이 있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늦은 때가 가장 빠른 때이기도 하다. 이런 대회를 통해 아이들이 교류와 평화의 동해를 그리고 북쪽의 강원북도의 아이들과도 함께 공을 차게 되는 그날들을 꿈꾸게 되지 않을까 ? 매일 배가 떠나고 들어오고, 축구대회와 축제가 열리고, 한쪽에서는 동해바다 5일장이 열리는 그런 동해 바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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