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향해 비난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는 최근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따른 남북 당국자 간의 설전(舌戰)과 맞물려 증폭되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이 제1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한미 훈련에 참가한 우리측 군부입니다. 북한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는 13일 대변인 담화문에서 우리 군부를 향해 ‘괴뢰군부 호전광’이라 부르며, 숭미와 사대에 물들어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6일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우리 군은 (북의) 도발원점과 도발지원세력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 8일 국방부 대변인이 “인류의 의지로 북정권을 지구상에서 소멸할 것” 그리고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심리전을 포함하여 북정권교체나 정권붕괴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것 등을 일일이 열거하고는 “전면대결전의 주되는 대상으로, 씨도 없이 벌초해버릴 첫 번째 과녁으로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괴뢰군부 호전광들을 선택”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이어,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15일자 논평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를 건드렸습니다. 논평은 정 총리가 14일 연평도를 방문해 “(북한이 도발할 경우) 10배는 타격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정홍원과 같은 반역자들은 바야흐로 다가올 조국통일대전에서 우리의 첫째가는 벌초대상으로 지정되었음을 우리는 숨기지 않는다”고 위협했습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걸려들었습니다. 황 대표가 지난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사실상 준전시 상태라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특히 서해5도에 물샐틈없는 경계태세를 정부·군 당국에 요청한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아 <노동신문>이 18일자에서 “호전적 광기를 부렸다”고 비난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의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반 총장이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한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하자, 북한은 14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유엔사무총장이라면 그 직분에 맞게 우선 자기 사업에서 중립성, 공정성, 객관성을 견지하여야 한다”면서 “반기문이 조선사람으로서의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미국에 추종하여 붙는 불에 키질을 할 것이 아니라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단합과 나라의 평화적 통일에 유익한 일을 해야 할 것이다”면서 ‘민족적 양심’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비난입니다. 북한은 대선 기간 내내 박근혜 후보의 대북정책 등에 대해 비판할 때에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했습니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는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한 고도의 전술인 셈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 비판 수위가 아슬아슬하게 높아졌습니다.

위에서 밝힌 13일자 북한 인민무력부 담화문에서 우리측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국방부 대변인,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의 발언들을 각각 소개하며 “괴뢰군부 호전광들의 이러한 광기어린 추태는 청와대 안방을 다시 차지하고 일으키는 독기어린 치마바람과 무관치 않다”며 그 배후로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박근혜 대통령을 에둘러 지목한 것입니다.

입이 근질근질한 북한으로서는 박 대통령을 실명비판하고자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남북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5년이 그러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도 인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으로 북한이 참고 있다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비판이 나오기 전에 남북이 관계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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