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더욱 확고해졌고, 이제는 북핵문제의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어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전인 지난 1월 31일 청문회에서 이미 북한을 ‘실제 핵보유국’(real nuclear power)이라 언급한 바 있고, 북한 핵실험이후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는 북핵 문제에 대해 ‘확산’(spread)과 ‘비확산’(non-prolifer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반면, 북한의 핵폐기라는 말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도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반발해 1월 23일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비핵화도 불가능하다는 최종결론을 내리였다”고 선언했고, 핵실험 직후 “미국의 가증되는 핵위협에 핵억제력으로 대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정당방위조치”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개정된 헌법 서문에 아예 ‘핵보유국’ 지위를 명기하기도 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능력이 이제는 상당 수준으로 진전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과거 ‘선 핵폐기’ 방식에서 이제는 ‘선 핵통제, 후 폐기’ 방식으로 해결의 수순을 조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 수순에 따라서 최종적으로 핵을 폐기하도록 핵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은 2월 12일 3차 핵실험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보다 확고히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6자회담에 온전히 참여했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핵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핵보유 문턱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8~10기의 분량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보유해 3차 핵타격 능력을 가짐으로써 핵억제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표1>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군 분류

핵무기보유국(NWS)

핵무기비보유국(NNWS)

핵보유국(P5)

사실상핵보유국

잠재적 핵보유국

핵폐기국

핵비보유국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이란, 일본, (한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아공,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로루시

기타 모든 나라

*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무기보유국’ 중에서도 핵실험을 거치지 않았고, 보유 선언을 하지 않은 ‘Undeclared nuclea weapon state’로 분류된다.
** 한국은 미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 「2010년 합동작전 환경평가 보고서」에서만 ‘잠재적 핵무기보유국’으로 분류돼 있다.


척 헤이글 미 국무부 장관 지명자도 ‘사실상 핵무기보유국’(de facto nuclea-weopon state) 보다 더 직접적 표현인 ‘진짜 핵보유국’(real nuclear power)이라는 표현을 이미 3차 핵실험 전에 사용했다. 3차 핵실험의 폭발력 규모와 관계없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 분류에서 사실상의 핵무기보유국으로 분류하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는 셈이다.

북한은 2월 12일 3차 핵실험 당일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고, “다종화된 우리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되였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의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폭발력 규모나 핵물질 종류, 소형화.경량화 정도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2. 북핵문제 해법의 3가지 길

사실상의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굳힌 북한을 상대로 어떤 전략 목표를 설정해 북핵협상에 임할 것인가는 이제 당면한 과제로 떠올랐다. 더구나 1993년 1차 북핵위기 발생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기존 대북전략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일은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도 피해갈 수 없는 숙제이다.

고유환 교수가 제안한 ‘선 핵통제, 후 폐기’라는 다소 절충적인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많이 거론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북한의 핵을 ‘동결.비확산’으로 묶어두고 북미관계와 평화체제의 진전 등에 따라 ‘핵폐기’로 나아가자는 단계론적 접근법이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당장 북한의 핵폐기는 불가능한 목표이고 당분간 북핵 협상 목표를 ‘동결.비확산’에 맞추자는 현실론에 가까운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당국자들의 입에서도 ‘핵폐기’보다는 ‘비확산’이라는 단어가 더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추세도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 해법에 있어서 전략적 목표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통제’와 ‘해결’ 내지는 ‘동결.비확산’과 ‘폐기’로 대별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즉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안과 핵무기 포기국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있을 따름이다.

<표2> 북핵 해법의 3가지 길

핵국가 지위

핵무기 보유국

핵무기 포기국

가역적 핵포기국

비가역적 핵포기국

전략 목표

핵무기 동결.비확산

가역적 핵무기 폐기

핵무기 폐기

에너지 지원

화력발전

경수로

화력발전+전력공급

북 경수로

동결.불능화

가동

폐기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장기적 과제*

가능

가능

* 장기적 과제라는 견해와 당면 과제라는 의견이 모두 존재

이를 도식화 하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기존 핵무기 등을 통제(동결.비확산)하는 ‘방안1’과 협상과 보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방안2’가 있으며, 방안2는 다시 북한이 다시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가역적 핵포기국’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2A’와 북한이 다시는 핵무장을 할 수 없도록 완전히 폐기시켜 ‘비가역적 핵포기국’을 만드는 ‘방안2B’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북한에 평화적 핵이용권의 일환으로 ‘핵연료주기를 완성한 경수로’ 운영권을 보장함으로써 미국 등이 안보의 위협을 가할 경우 핵무기 보유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역적 핵포기국’은 기자가 제기한 시론에 불과한 방안이지만 북핵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시점에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검토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북한을 비가역적 핵포기국으로 온전히 되돌리기에는 지난 20년간 북한의 핵능력 발전이 너무 멀리 진전된 상황이다. 그만큼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과의 핵협상에서 북한의 핵폐기를 끌어낼 정도의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지금이라도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의 온전한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북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3.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핵 문제 해법의 3가지 길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문제와 관련된 전략목표에 따라 나뉘어진다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체 구축이라는 정치군사적 문제와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보상 문제가 핵심사안이랄 수 있다.

북한과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가장 본질적인 사안이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북핵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동결.비확산’ 전략이 부상하면서 과연 미국이 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인지 의구심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북핵 전략을 ‘동결.비확산’으로 수정한다는 것은 핵을 가진 북한을 용인한 토대 위에서 동북아 전략을 수립한다는 뜻이며, 이는 ‘핵을 가진 국가’ 북한의 존재가 기존의 ‘깡패 국가’ 북한의 존재처럼 미국의 국익에 일정부분 부합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선원 전 비서관은 미국이 ‘동결.비확산’ 정책을 추구할 경우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협상은 “미국의 논리(logic) 상 절대 불가하다”며 “국제제재를 받으며 잘못된 행동을 통해서 계속 저항을 뚫고 들어와 ‘진짜 핵국가’(real nuclear power)가 됐는데 그들을 평화협정과 평화체제 협상 대상으로 인정해버리면 앞으로의 미국의 비확산 질서라든지 대외관계는 다 깨진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영원한 비정상 국가이며, 관계 정상화나 평화체제 구축 역시 제한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리라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다. 그럴 경우 북미 관계는 ‘영사급 외교관계’나 ‘위협 감소를 위한 협상 대상자’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고 ‘물리적 균형에 의한 평화공존(peaceful coexistence)’ 상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핵보유국 이전부터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추구해왔던 북한이 핵보유국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논거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NPT 체제에서 공인된 핵보유국이라는 점에서 다른 점은 있지만, 미국이 핵무장국인 중국과도 관계 정상화를 했던 전례가 있고, 북한이 핵보유국이 됨으로써 비로소 미국의 관심을 끌어 좀 더 대등한 입장에서 관계정상화를 추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한 이상 만약 북한이 핵동결.비확산 내지는 핵폐기 협상에 나서게 된다면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병행하자는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한 대북 전문가는 “과거에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가 협상의 출구에 있었다면, 이제는 협상의 입구에 놓여있고, 협상의 출구에는 통일이라는 보다 원대한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조국통일대전’이라는 용어를 심심찮게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논의에 소극적인 미국을 상대로 추가 인공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포함한 거센 공세를 취할 경우 미국도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과 협상의 자리에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9.19공동성명 당시처럼 ‘행동 대 행동’에 따른 지루한 줄다리기 보다는 가장 본질적인 핵문제와 관계정상화.평화체제 협상을 일거에 타결하는 ‘포괄적 일괄타결’ 방식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경우에도 북미관계 정상화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빠른 시일 내에 결실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4. 경수로와 화력발전소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라는 정치군사적 반대급부에 더해 경제적 반대급부는 주로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에너지 지원 형태로 제기되어 왔으며,에너지 문제는 9.19공동성명에서 ‘경수로 제공’과 한국의 ‘200만 킬로와트 전력공급 제안’이 명기됐다.

9.19공동성명 채택 당시에도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역시 경수로 문제였다.북한이 한국의 200만kw 전력공급 제안에도 불구하고 경수로를 끝까지 요구한 것은 단순한 에너지 주권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경수로는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의 상징으로서 미국이 북한을 평화국가,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징표인 셈이다.

경수로는 나아가 북한이 핵폐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의 체제안전을 위협했을 경우 핵보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즉, 핵무장의 ‘가역성’을 담보하는 물리적 기반이 될 수 있다. ‘핵연료주기를 완성한 경수로’ 운영을 통해 핵물질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가역적 핵포기국’ 지위를 인정하는 방안(방안2A)의 경우 북한은 기존에 자신들이 건설한 소규모의 경수로를 인정받는 것은 물론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당시 약속한 100만㎾ 2기의 경수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비가역적 핵포기국’ 지위를 수용할 경우(방안2B)에도 북한은 경수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등은 200만㎾를 초과하는 화력발전소 건설과 한국의 전력공급을 제시할 것이다. 북한이 높은 결단을 보여준 만큼 에너지 지원 반대급부 역시 커야만 북측이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300만㎾ 화력발전소 건설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200만㎾ 이상의 화력발전소와 200만㎾ 전력공급 문제가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전력 송전 문제가 주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며, 발전소 건설과 전력공급의 패키지로 전력 송전망 건설 지원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동결.비확산’ 정책을 추구할 경우(방안1), 북한은 이미 핵억제력을 갖춘 핵보유국이므로 굳이 경수로를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이나 6자회담 참가국들은 경수로보다는 화력발전소로 에너지 지원을 하는 것을 당연히 선호할 것이며, 200만㎾를 초과해 300만㎾ 화력발전소까지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시사IN>은 미국 대기업이 북한 측과 지난해 9월 총용량 300만㎾에 해당하는 화력발전소를 북한에 지어주는 내용의 의향서(MOU)를 체결했고, 최근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보도하면서 “화력발전 총용량 300만㎾를 1년에 50만㎾짜리 화력발전소 두 개씩, 3년에 걸쳐 모두 6개를 건설해 북한 측에 제공”하고 “미국 측 총투자 규모는 32억3000만 달러로 이 중 30억 달러가 화력발전소 건설에 사용되고, 나머지 2억3000만 달러는 북한 전역의 주요 송전선을 개건하는 데 사용”한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특히 화력발전소 공사대금에 대해 “현재는 미국 측이 선부담하고 북한이 금광 개발권으로 보상한다고 돼 있는데, 북한의 핵동결 포기 대가로 화력발전소가 들어가는 것이라면 북이 금광 개발권을 제공할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해 북핵 ‘동결.비확산’에 대한 북미간 협상이 진전될 경우 미국이나 6자회담 참가국들이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5. 북미협상은 언제 시작될까

북한의 ‘2.12 핵실험’으로 북미간은 물론, 북중, 남북관계가 당분간 경색국면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핵실험이 지난해 12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한국은 물론 제재에 동참한 중국과의 관계 역시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이 마지막까지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려 했다는 전언들을 감안하면 북중관계의 이면도 만만치 않은 기류가 형성돼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새해 들어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에릭 슈키트 구글 회장이 북한을 방문했는가 하면, 핵실험 이후 데니스 로드맨 등 미국프로농구 선수들이 방북하는 등 북미간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핵실험 전에 이루어진 미국 대기업과 북측의 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협의도 핵실험 이후 중단됐다는 소식은 없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동결.비확산’을 정책 목표로 추구할 경우 북미관계는 생각보다 빨리 협상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고 제재 목록이 구체화 되면 핵실험 국면은 일단락되고 냉각기도 사실상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 악재가 터져 상황이 더욱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군사연습이나 서해 꽃게잡이 과정에서 돌발 변수들이 생길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안보리의 추가제재 결의가 이어질 경우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고 예민한 시점에 한미 군사연습이 대규모로 전개될 경우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남북 간에도 꽃게잡이나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물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변수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위기관리 시스템이 북미, 남북 간에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미국과 중국의 거중 조정이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중 간에도 일면 협력과 일변 갈등 구조가 존재해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자신의 남방해역에서 미국이 노골적인 해상봉쇄를 강화해 가는 흐름에 반발해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물리적으로 점거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 역시 성장하는 중국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중국 남방해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 할 것이다.

결국 북한을 두고 중국과 미국이 어떤 전략을 펴면서 힘겨루기를 할 것인가가 향후 3차 핵실험 이후의 국면을 결정지을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시점과 북미간 협상 개시 시점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오바마 2기 국무부의 존 케리 장관과 웬디 셔먼 정무차관 등이 실패한 ‘전략적 인내’ 보다는 대북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경제발전에 힘을 쏟아야 할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이미 확보한 핵보유국 지위에 입각해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한 대북 전문가는 “미국이 MD(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이나 오끼나와, 제주도 미군기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고, 동맹국인 일본이 납치 문제로, 한국이 천안함.연평도 문제 등으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 경우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돌아가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새로 출범한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펼 것인가도 또 하나의 변수이다.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미국에 앞서 북한과 손잡을 가능성은 낮고, 결국 북미관계의 진전 여부에 따라 남북관계의 진전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대북정책 구상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 수 있는 동력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취임사 등 지금까지의 행보만 놓고 보면 특별히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날로 우세해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이 구체화 되고, 한미 군사연습 기간이 지난 뒤, 북한으로서도 4.15 태양절 행사로 내부 결속을 일단락 후 4월 말 이후부터 북미, 남북관계 개선의 시점이 시작될 수 있고, 6월 이후 하반기부터는 적어도 가시적 흐름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물론 오바마 1기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처럼 오랜 기간의 ‘전략적 인내’의 시기가 되풀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겠지만.

다시 열릴 대화의 테이블에서 미국이 과연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동결.비확산을 목표로 협상에 임할지 핵무기 폐기를 목표로 ‘가역적 핵포기’ 내지는 ‘비가역적 핵포기’를 목표로 임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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