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5년이 지나갑니다. 올해도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에 특별한 일이 없었습니다. 북.미관계도 2.29합의가 이뤄졌지만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선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고 또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였습니다. 올해 남북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권력교체가 이뤄졌습니다. 2012년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서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2013년에는 새로운 변화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통일뉴스는 <2012년 송년특집>으로 ①북한내부 ②북.미관계 ③남북관계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그리고 2012년 김정은 제1비서가 전면에 등장,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다.

통일부는 2012년 업무보고에서 '남북간 대화채널 구축을 위한 고위당국자간 대화 개설을 통한 포괄적 의제 논의'를 제시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선사과 후대화'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산가족.개성공단.금강산 관광, △6.15, 10.4선언 이행 등 포괄적 의제를 한 자리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았다. 현 정부 들어 사실상 내팽개쳐졌던 6.15, 10.4선언이 다시 등장한 점은 흥미를 더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대화를 할 때 테이블 위에 올라갈 수 있는 의제"라며 과거와 달리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고,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고 미래에 방점이 있다"고 말해 '천안함 족쇄'를 풀고 싶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유화전략'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다분했다.

'조문원칙'으로 '게'도 잃고, '불상종'으로 '구럭'도 놓쳐

북측은 신년공동사설에서 "민족의 대국상을 외면하고 조의표시를 각방으로 방해해나선 남조선 역적패당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는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와 규탄을 불러일으켰다"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저해하고 대결을 격화시키는 역적패당의 반통일적인 동족적대정책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거족적인 투쟁을 벌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2011년 12월 30일 국방위원회 성명, "이명박 패당이 만고대죄를 사죄하지 않는 한 부득불 최후결판을 내는 길밖에 없다"는 다음날 3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과 궤를 같이 한다.

즉, 지난해 우리 정부의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우회적 조의표명과 정부인사와 민간이 제외된 김대중.정몽헌 유족만의 조문단 파견 등의 '조문원칙'의 결과는 북한의 '불상종' 역풍을 불러온 것이다.

물론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국정연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별 흥미가 없다는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읽혔다.

그럼에도 정부는 류우익 장관을 내세워 '남북간 대화채널 구축을 위한 고위당국자간 대화개설을 통한 포괄적 의제 논의'를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북한의 진정성'을 운운하면서도 적십자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을 2월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답이 없었다.

오히려 '키리졸브 독수리 한.미 합동군사연습' 기간이어서 북측 웹사이트 <우리 민족끼리>는 "동족을 반대하는 포성이 울리는 속에서 어떻게 마주앉아 회담을 할 수 있으며, 전투기들의 굉음이 하늘을 들었다 놓는 가운데 눈물어린 상봉이란 과연 있기나 할 법인가"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지난 5월 우리 정부가 2000년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대북 식량차관 상환일에 맞춰 상환을 촉구했지만, 이번에도 북측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시가 추진하던 '서울시향 평양공연'은 북한이 '정세'를 이유로 거부, 북 은하수관현악단과 프랑스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합동연주를 했다. 북한은 무대에 있었지만 남북관계에서 남한은 관객석에만 앉아야 했다.

류우익 장관은 이러한 북한의 '불상종'에 "딱한 국면이다. 북한을 위해서 딱하다. 남북관계 발전을 바라는 심정에서 딱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했지만, 이미 현실은 '게도 구럭도 놓친' 상황이었다.

통일부, '과태료 부과 기관'으로 전락

남북관계 주무 부서인 통일부는 '게도 구럭도 놓친' 상황에서 '과태료 부과 기관'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민간단체가 나서서 해보려고 했지만, 통일부는 "정치적 활동을 자제하라"고 엄포를 놓으며 운신 폭을 좁혔다.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10돌을 앞두고 중국 심양에서 북측 인사들과 만나 실무회담을 하고 돌아온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 3명에게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각 100만원 씩 과태료를 부과했다.

'8.15'를 맞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북측 '조선일본군성노예및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와 발표한 '8.15 남북 여성공동성명'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여론에 밀린 통일부는 '유예기간 6개월'의 면제통보를 했다.

지난 4월 북한의 '광명성 3호 1호기' 발사를 앞두고, 해외 언론인들이 방북취재를 위해 평양행 비행기를 탔을 때도, 통일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 홍보에 동조할 수 없다"며 남측 언론인들의 방북 요구를 묵살했다.

정부가 민간교류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못하자, 결국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이 지난 3월 정부 승인 없이 무단 방북, 104일 동안 체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물론, 종교단체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평화3000' 등이 방북하고 제한적인 인도적 지원을 이뤄졌지만 '게도 구럭도 놓친' 상황에서 많든 적든 민간교류는 의미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 남북관계 구럭이라도 되찾나'

2008년부터 5년 동안 지리했던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상황이 사실상 마감됐다. 물론 정권교체는 아니지만 2013년부터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한국정부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솔선수범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남북관계관을 밝혀왔다.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용의, △신변보장 및 재발방지 확약 시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인도적 지원 추진, △서울-평양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등을 공약했다.

이에 대선을 앞두고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문답을 통해 "박근혜의 외교안보통일 정책공약이라는 것은 이명박 역도의 대북정책보다 더 위험천만한 불씨를 배태하고 있는 전면대결공약, 전쟁공약"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당선 직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를 동일시했던 북한은 박 당선인을 조심스레 바라보는 분위기이다.

지난 20일 북측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남조선에서 진행된 대통령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되었다고 한다'고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했다.

'박근혜 새 정부'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앞서 북측 조평통 서기국이 지난 1일 발표한 박근혜 당시 후보에 대한 '7개항의 공개질문장'에서 읽을 수 있다.

조평통은 공개질문장에서 "정치를 하려면 한 입으로 두 말하지 말아야 하며 민심과 여론을 속여넘기려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며 "'대북정책'과 관련한 기본입장이 무엇이며 앞으로 북남관계를 실지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온 겨레 앞에 명백히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공동선언을 외면하면서 남북 사이에 무슨 약속을 지키며 '정상회담'을 운운하는가, △'자유민주주의질서에 기초한 통일'을 주장하면서 상호존중과 신뢰, 협력관계를 어떻게 이룩하겠는가, △'선핵포기'와 '비핵, 개방, 3000'이 무엇이 다른가 등을 질문했다.

또한 △억지력 강화와 외세 동맹강화를 말하며 '평화'가 말이 되는가, △'북 인권법'으로 남북관계 정상화가 가능한가, △'5.24조치'를 두고 남북대화와 협력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라고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명박 패당의 대결정책'과 대담하게 결별하고 진실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의지가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즉, 6.15, 10.4선언을 이행하고,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핵문제,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입장을 묻고 '5.24조치'를 해제하고 북한 인권법을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질문,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과 결별할 지에 대한 것이다.

'박근혜 새 정부'가 마지막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 결국 여기에 '박근혜 새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구럭이라도 되찾을지 여부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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