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2일 평양 목란관에서 언론사 방북 대표단과 가진 오찬에서 `50년대 산물인 판문점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판문점은 50년 산물인데 개성 공업단지도 조성이 잘 되고 하면 우리가 새로 길을 내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판문점은 50년도 산물로 열강의 각축의 상징인데 판문점은 그대로 남겨놓고 새로운 길을 경의선 따라 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조선 문제는 민족끼리 동조해서 새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경의선 철길을 따라 개성에 새 길이 나는 의미가 있다`고 `판문점 고립`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이 이 발언은 북측이 최근 판문점을 통한 당국자들의 왕래를 기피했던 이유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북측이 판문점을 통한 당국자들의 왕래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북측이 민족 분단의 책임을 `외세의 개입`으로 보고 있으며 판문점은 `외세 개입의 상징적인 장소`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점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 96년 11월 `기본합의서가 이행되지 않아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폐쇄조치했던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남북 장관급 회담을 계기로 다시 복원한 것은 `판문점 고립` 이전까지 `남북 대화의 연락망`을 유지하는 차원으로 보여진다.

김 위원장은 또 직항로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음부터는 직접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판문점을 역사 속에 묻어두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앞으로 직항로를 이용한 남북 당국자들의 왕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판문점에 대한 언급에 앞서 북측이 판문점을 기피하는 모습은 이미 여러 차례 나타났다.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은 판문점을 우회해 항공편으로 평양에 들어갔다. 이는 북측이 판문점을 거친 왕래에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또 6.15 공동선언 이후 첫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석하는 북측 대표단이 판문점을 통한 가까운 길을 놔두고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해 서울에 들어왔으며,언론사 대표단이 방북할 때 역시 베이징을 거쳐 들어갔다가 남북정상회담 때 이용했던 항로로 귀경했다.


연합(200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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