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 (스웨덴 공립학교 수학중)

통일뉴스가 <열다섯 살 하영이가 본 스웨덴이야기>를 연재한다. 하영이는 지금 북유럽 스웨덴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하영이는 이 연재를 통해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리고 또 여러 민족 사람들과 겪는 삶과 문화를 ‘편하게’ 쓰고 싶어 한다. 독자들은 열다섯 살 난 발랄하고 깜직한 이 여학생이 세계화의 물결과 이국땅에서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지켜나가는가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연재는 매주 수요일에 실린다. (편집자 주)

<필자의 변> 스웨덴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올해 15살된 여학생입니다.
부산과 서울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한국 교육의 장점(공부를 많이 시키지요)과 단점(잘 아시다시피?)을 두루 알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기회가 되어 미국 일리노이 소재 ‘Timothy 크리스천 스쿨’에 다니게 되면서 제대로 영어를 배우게 되었고, 한국과 다른 교육환경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앞으로 써 나갈 글을 통해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빠 회사 문제로 스웨덴으로 이사를 준비하게 되면서, 비자가 나올 동안 서울과 부산에서 1년 가까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무직자 생활도 하였습니다.
그 때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사실 지금도 교복은 정말 입어보고 싶습니다.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3개국(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은 재작년 4월에 이미 방문한 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현재는 스톡홀름 소재 Sofielunds Skolan이란 이름의 학교를 열심히 다니면서 스웨덴어를 배우고 있고, 스웨덴 문화와 스웨덴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두루 파악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인터넷을 통하거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국 사람들은 스웨덴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제 또래의 학생을 둔 부모님들은 교육환경이 좋고 무료 교육이 된다는 점에서, 특히 영어가 공용어 수준이라는 점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글을 통해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일부라도 전달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가지고 있는 막연한 환상을 깨주는 것도, 정말 좋은 점들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도,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루어진다면 작은 임무(?)나마 완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통일뉴스는 너무 딱딱하고 어려워서 어떻게 맘에 들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만, 통일뉴스와 특별한 관계없이 그냥 제 생각을 편하게 쓰는 것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요?
한 번도 공식적인 글을 써 본 적이 없어서, 독자님들께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까 망설여지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하영 올림

내가 다니는 학교 스웨덴 공립학교

▲ 내가 다니는 학교 스웨덴 공립학교 하교길. [사진제공-이하영]
지구 반대쪽의 내 또래는 깜짝 놀랄 만큼 개방적이었다.
한국에서라면 엄청난 날라리, 어른들이 볼 때마다 '쯧쯧' 소리를 피할 수 없을 만한 차림새에 말하는 것도 거리낌이 없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난해하기도 하고… 하여간 머리가 복잡해진다.
다른 나라에서 학교를 다닌 경험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생소한 스웨덴이었기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스웨덴 공립학교이고, 외국인들을 위한 특별 클래스가 따로 있다.
여기서 스웨덴어 과정을 마치면, 선생님의 추천에 의해 인근에 있는 스웨덴어로 수업을 하는 학교로 옮기게 된다.
현재 수업은 영어와 스웨덴어를 적절히 섞어서 하고 있다.

처음 학교에 들어선 뒤, 내가 수업 받을 교실 앞 복도에서 마주친 남자 아이는 머리를 짧게 깎은 큰 키의 흑인이었다.
키가 크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내가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큰 키에, 목이 꺾이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큰 사슬목걸이를 한 래퍼 스타일의 그는 내게 손을 흔들어줬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의 이름은 에디(Eddie), 우간다에서 왔단다.
우간다라니… 별의별 나라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우간다에서 온 애와 시시덕거리며 농담을 주고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한국말 과외를 받아야 할 상황이 오지 않을까?

입학 상담 전문 선생님의 이름은 모니카(Monica), 스웨덴 사람들이 얼마나 영어를 잘 하는지 깨닫게 해 준 모니카(스웨덴에서는 선생님의 이름을 친구 부르듯이 한다. 미국처럼 미스, 미세스, 미즈, 미스터 등을 생략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친숙함을 더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는 수업 받을 교실의 선생님들에게 날 소개해줬다.

스무 명도 안 될 교실에, 선생님이 무려 세 분이나 있어서 황당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었다.

▲ 학생들 사이에서 천사로 불리는 린다 선생님. [사진제공-이하영]
스웨덴어와 테마(자기나라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하거나 크리스마스에는 캐롤 따위를 배우는 수업)를 담당하는 린다(Linda)와 린다를 보조하는 콩고 출신 선생님 론다(Ronda), 그리고 수학과 과학, 체육 등을 가르치는 잉겔라(Ingela)는 스웨덴어 액센트가 들어가서 약간은 우스웠지만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특히 내가 살았던 일리노이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잉겔라를 제외한 두 사람은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면서, 영어를 배우려고 기를 쓰던 때가 생각나 배가 아팠다.

물론 스웨덴어와 영어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도 영어를 잘 하는 이유 중 하나겠지만 말이다.
한국과 외국에서 학교를 다녀 본 경험으로만 말한다면, 한국의 영어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요즘 인터넷에 자주 나오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만 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러면 한국말 과외를 받아야 할 상황이 오지 않을까?

컬쳐 쇼크

교실은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중앙에 있는 교실에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6개월에서 1년 가량을 보내야 할 교실은 정말 어수선했다.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책상은 세 개씩 사각형으로 붙여 놓았고, 키가 큰 나조차 발이 바닥에 안 닿을 정도로 높은 스툴(등받이 없는 의자)을 사용했다.

어설픈 솜씨로 만든 행성 모형들이 천장에서 춤추고 있고, '비킹'(영어로는 바이킹)이라고 써 붙여 놓았으면서 그림은 타이타닉호인 이상한 작품(?)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수업시간이 분명했는데도 학생들은 죄다 헤드폰을 귀에 꽂고 만화를 보거나 끼리끼리 모여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맙소사!

"좀 시끄럽죠?"
학생들에게 천사로 불리는 린다 선생님의 말에, '정말 그러네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게다가 이 반의 유일한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은, 14년 동안 만난 내 또래 중 가장 화장이 진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적에나 유행했을 것 같은 대각선 볼터치, 성냥으로 탑 쌓기를 해도 끄떡 없을 듯한 마스카라의 힘을 빈 긴 속눈썹, 겨울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낌없이 드러낸 어깨,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여자 아이들(국적 불문하고)은 엷거나 진하거나 간에 화장을 하고 있었다.

학생은 교복을 입고 학교, 집, 학원 코스를 반복하는 것이 미덕인 곳에서 태어나고, 신심 깊은 모범생들만 모인 미국의 기독교 학교를 다녔던 내게는 그야말로 컬쳐 쇼크였다.

마음에 안 든 ‘배려’

Sofielunds Skolan(내가 다니는 학교 이름)은 처음 입학하거나 전학 온 학생들에게 일주일간 수업을 두 세시간만 받고 집에 돌아 갈 수 있게 배려해줬다.
하지만 학교에 오래 있고 싶은 나는 그 '배려'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게다가 그 짧은 시간 내에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된다.
고생고생해서 온 학교인데 겨우 그 정도라니… 화가 나도 규칙이라는 데는 어쩔 수 없었다.

휴식시간(30분)이 되면 교실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30분이 지날 때까지 절대 열어주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선생님께 물어 보았더니 첫째, 교실 환기를 시켜야 하고 둘째, 그 동안 학생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구구절절이 옳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원칙에 너무 충실하려는 스웨덴 선생님들이 약간 우습기도 했다.

▲ 학교에 있는 탁구 테이블. [사진제공-이하영]
학교라기보다는 시설 좋은 휴양소처럼 생긴 건물 안에는, 복도에 탁구 테이블과 축구게임 테이블을 놓아 두었고, 교실 안에는 컴퓨터가 두 대 있었다.
내가 아는 학교의 성격과는 너무 다른 시스템으로 인해,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게다가 공부는 시키는 둥 마는 둥 ‘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첫 일주일 동안 느낀 스웨덴 학교의 감상은 '어이없음'이었다.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른 학교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았다.
정도의 차는 있어도 ‘어이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거였다.

우리 반 친구들

처음 친하게 된 필리핀 출신의 엘레인(Elaine)이란 친구는 어설프지만 영어를 할 줄 알았기에 좋았다.
엘레인이 수업 시간에 날 자기 옆에 앉힌 뒤 한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Rain(한국 가수 ‘비’를 의미함) 좋아해?"
나는 '아니야. 눈(Snow)을 좋아해'라고 대답할 만큼 둔하지가 않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
마침 연필이 스웨덴어로 뭔지 고민하고 있던 중이어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엘레인은 내 대답 따위는 별로 상관이 없었던 건지, 자신이 본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TV를 잘 보지 않았던 터에, '풀하우스' 같은 걸 제외하면 죄다 알 수 없는 제목들이었다.
엘레인은 간간히 스웨덴어를 섞어서 'He is so cute-!'와 같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류 열풍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어쨌든 처음 보는 외국 여자애와 대화할 거리가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한국 남자애들 너무 잘 생겼어."
물론 엘레인이 지칭하는 한국 남자애들은 ‘비’와 같은 연예인들일 것이다.
그래도 내 나라이고, 내가 속했던 곳의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 놓는 것은 나름대로 기뻤다.
한국이 칭찬 받은 덕분에, 엘레인의 집으로 가서 필리핀어 자막이 깔린 한국 드라마를 같이 보기로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엘레인을 제외하면 우리 반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건 단 세 명 밖에 없었다.
똑똑이 알란(Alan)과 촐랑이 보그단(Bogdan), 그리고 디마(Dima).

▲ 핀란드에서 온 똑똑이 알란(왼쪽)과 린다 선생님. [사진제공-이하영]
핀란드에서 온 알란은 책 한 자 안 보면서도 태연히 스웨덴어 역사책을 줄줄 읊어대는데다, 5,6 개 국어를 거침없이 해서 똑똑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여자아이(girl)를 그릴(grill)이라고 쓰면서도 나와 대화하는데 불편한 점 하나 없는 보그단은 루마니아 출신이다.
그리고 같은 루마니아에서 왔지만 드미트리(Dumitri)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러시아 이름 같으니까)을 가진 디마(엘리자베드 테일러를 리즈라고 하듯이 애칭임)가 그들이다.

▲ 루마니아 출신 촐랑이 보그단. [사진제공-이하영]
보그단은 별명인 촐랑이답게 정말 안 끼는 곳이 없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면서 내가 영어를 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좋은 먹이감이 하나 생겼다는 듯이 쳐다 보던 보그단의 눈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예상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이후로 몇 달이 지나고 똑똑이가 다른 학교로 가 버린 지금까지 나는 촐랑이의 수다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장래희망은 프로그래머, 혐오하는 과목은 수학과 기술이다.

‘남한도 식민지였던 적이 있죠?’

내가 사는 지역은 아랍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이라 학생들도 무슬림이 많다.(스웨덴에는 아랍 이민자들이 정말 많고, 심지어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망명한 쿠르드족 난민들도 있다)
서너 명의 무슬림 여자 아이들 중에는 히잡을 쓴 애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애들도 있었다.
특히 그 중 굉장히 예쁜 여자아이, 야사만(Yasaman)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화장을 많이 하고 어깨와 배를 드러낸 옷을 입고 다녀서, 여태까지 내가 생각해 왔던 '무슬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남자애들의 경우, 모습은 아랍계지만 이슬람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대부분 자기 나라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하는 일도 없었고, 오랜 옛날 자신들을 식민지로 만든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도 별탈 없이 잘 어울려 놀았다.
역사나 지리 시간이 돼도 특정한 나라를 비방한다거나 하는 일 역시 없다.

식민지에 관해 배우는 수업에서 잉겔라(선생님)가 '남한도 식민지였던 적이 있죠?'라고 물었을 때 는, 사실 좀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하는 나와는 달리, 다른 아이들은 역사적 사실을 정말 ‘사실’이라고만 느끼는 듯 했다.
그런 것을 신경 쓴 내가 오히려 민망해져서 태연을 가장하느라 힘들었다.

우습다고 생각될 정도로 금발을 좋아하고, 화장과 옷이 지나칠 만큼 화려하다는 것을 제외하고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바로 그 거대한 핸드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같이 외부 스피커가 되는 팔뚝만한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노래를 듣는다.

그것은 일주일 간격으로 핸드폰이 바뀌는 엘레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끔 엘레인은 한국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나보다 엘레인이 한국 대중가요에 더 박식한 건 간혹 이상하게 여겨지긴 했지만 말이다.

스웨덴은 자유와 창의적 사고의 나라

스웨덴어 기초를 배우는 교과서에 디스코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한 챕터 전체가 'Disco'였는데, 여기서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꼬맹이도 디스코텍에 가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거란다.

어른이라면 클러빙(클럽을 순회하며 노는 것)이라도 다니겠지만, 청소년들은 별로 할 일(한국처럼 피시방이나 노래방이 없으니까)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도 아니니까 놀 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엘레인은 언젠가 같이 디스코텍에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내가 디스코텍을 가려면, 적어도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질 만한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백발과 구분이 가지 않는 금발로 염색하고, 화장을 한 채 디스코에 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머리가 다 아파온다.

당황스럽고, 어수선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학교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하나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
스웨덴은 자유와 창의적 사고의 나라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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