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그림이 뭔가?”
“이발소나 대중목욕탕 따위의 장소를 장식한 저급한 그림을 말하네. 대량으로 복제해 그린 쫑쫑이 그림과도 같은 뜻이지.
전문 미술 용어로 ‘키치 미술’이라고 하네.
키치아트(Kitsch Art)는 고급 예술의 순수성이나 심오함과는 거리가 먼, 대중적이고 저속한 취향을 담은 예술을 의미하네.
독일어 키치(Kitsch)에서 유래한 이 용어로 19세기 후반 뮌헨의 화가들 사이에서 싸구려 물건이나 모조품을 가리키는 말로 처음 사용되었지.”
“우리 호랑이 그림이 이발소 그림으로 전락하다니, 모욕적이고 부끄럽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인가?”
“이발소 호랑이 그림은 한국전쟁 이후에 나타나 7~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네.
가장 어려운 시대였네.
전쟁으로 국토는 폐허가 되었고 꿀꿀이죽으로 연명하며 하루 12시간 이상을 뼈 빠지게 일하며 살았지.
삶은 이발소 그림의 수준과 별 차이가 없었네.
이발소 호랑이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그림이네.”
“삶이 어려울수록 화려한 꿈을 꾼다고 하는데, 이발소 호랑이 그림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는가?”
“호랑이는 산군이자 산신령이었네.
사람들은 호랑이가 집안의 우환을 막고 액땜한다고 여겼네.
이를 벽사(辟邪)용 그림이라고 하지.
벽사는 수동적이네. 고작 방어전만 할 뿐이네.
하지만 당시 한국인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용기, 투지, 극복, 노력이라는 공격적인 상징이 필요했네.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세상을 헤쳐 나가고자 한 것이지.”
“이발소 호랑이 그림에서 까치가 사라진 이유는 뭔가?”
“가장 큰 이유는 전통이 없었기 때문일세.
반짝 유행할 수는 있으나 뿌리가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네.
호랑이는 어려운 현실을 이겨나가는 강인한 존재이네. 이에 반해, 까치는 작은 날짐승에 불과하고 진취적 상징이 없네. 사람들은 별 쓸모가 없다고 여긴 것이지.
까치의 철학적 상징은 양심의 기쁨인데, 당시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 포악한 호랑이를 마다하지 않았네. 양심의 까치는 오히려 불편했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보게.”
“이발소 호랑이 그림의 특징을 살펴보면,
보름달이 뜬 깊은 밤이 배경이네.
깊은 밤은 어려운 현실이자 깜깜한 미래를 뜻하네.
보름달은 그 속에서 꿈꾸는 실낱같은 희망이지.
대나무 숲을 그렸네.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생태를 이용하여 신념과 의지를 뜻하는 상징이 되었네.
단원 김홍도는 이빨을 감춘 정갈한 호랑이를 창조했지.
이발소 그림에서는 이빨을 드러내고 포효하는 공격적인 호랑이를 그렸네.
세상과 맞서 싸우는 호랑이인 셈이지.
모두를 결합하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실낱같은 꿈을 위해 악착같이 싸워나가자는 다짐이네.”
“처절한 삶이었군.
소나무 대신 대나무가 들어간 이유는 뭔가?”
“소나무는 영원성, 완성된 전통 따위의 선비 상징이 붙어있지.
이런 상징은 세상이 좋은 때 유용하네.
어려운 현실에서 소나무의 뜻은 모호했네. 대신 대나무는 직관적이지.
대나무는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 신념을 뜻하네.
당면한 고통으로 몸이 꺾이고 휘청거리고 있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지.
대나무는 이런 현실을 직관적으로 반영했네.
대나무와 호랑이의 결합은 생태성을 무시하고 있지.
대나무 숲속에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을뿐더러 한반도 남쪽에서 주로 자라지.
분단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하네. 실제 이북의 호랑이 그림에는 대나무가 아니라 울창한 침엽수를 그려 넣네.”
“이발소란 말 자체가 호랑이 그림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것 않는가?”
“권력자나 부자들을 위한 호랑이 그림은 없었네. 오로지 서민들의 호랑이 그림만 있지.
따라서 계급 갈등이나 고급, 저급의 구분도 없었네.
이발소 호랑이 그림이 투박하고 값이 싼 건 시대의 요구와 시장수요원리가 반영된 결과일 뿐이네.
어려운 시대를 이겨내는 호랑이는 거칠고 포악할 수밖에 없었지. 폭발적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대량으로 빠르게 창작했지.
다른 이유는 없네.
백성들은 그림을 돈과 투자, 권위의 수단으로 보지 않았네.
호랑이 그림을 통해 신념을 다졌고 위안을 얻었네.
그 가치는 그림값보다 훨씬 비쌌네.
호랑이 그림은 완전하게 백성들의 삶에 녹아들었네.
이발소뿐만 아니라 식당, 사무실, 거실, 관공서까지 퍼져나갔지.
수묵화, 유화, 페인트, 자수, 수채화 물감을 가리지 않고 그렸네.
단일 형식의 그림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초대박 그림이었지.”
“호랑이 그림의 현실과 미래는 어떤가?”
“백두산에 호랑이가 돌아왔다고 하네. 멸종했던 호랑이가 부활한 것이지.
우리 민족,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호랑이 그림은 없어지지 않네.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 있는 한, 호랑이 그림은 계속 그려질 것이네.
양심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호랑이 그림은 영원할 것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