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국회 국방정보본부 국정감사에서는 국방부 인사의 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이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벌이면 어느 쪽이 이길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이 북한의 장사정포 등 막강한 화력을 이유로 들며 “한미동맹이 싸우면 우리가 월등히 이기지만 미군을 제외하고 남북한이 1대1로 붙으면 우리가 진다”고 말한 것이다.
국방부의 정보본부장이 직접 “우리가 진다”고 말했으니 국회가 난리나고 말았다. 정청래 의원이 전하길, 국감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북한에 비해 우리가 국방비를 44배나 많이 쓰는데 북한에 지는 게 말이 되냐"고 질타하자, 조보근 본부장은 “전투력 숫자 면에서는 북한이 우세하긴 하지만, 전쟁이란 유무형 전투력과 국가 잠재역량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하지 않다”고 말을 바꾸었다고 했다. 의원들의 질타에 표현을 바꾸긴 했지만 “우리가 이긴다”는 말은 끝내 못한 것이다.
우리가 질 수 밖에 없는 이유 - 전략무기
군사적 견지에서 살펴보았을 때, “남북한이 일대일로 붙으면 우리가 진다.”고 한 정보본부장의 발언은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다.
전쟁은 폭력적 수단에 의거해 한 국가의 정치적 요구를 관철시키는 행위이므로 해당 국가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하게 된다. 특히 세계 최대의 열점지역이라 지적받는 한반도의 경우, 전쟁은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면 누구나 나라의 가용자원 전체를 전쟁에 쏟아부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북한에는 지난 세 차례의 시험에 걸쳐 무기화로 진입했을 것이 확실시되는 핵무기가 있다. 이미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이 2013년 9월 23일,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졌고, 이란은 아직 갖지 않았다.”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 바 있다. 북한의 핵물질 확보는 플루토늄 재처리 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므로 북한 핵물질이 몇 kg 인가를 추정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이미 보수언론 <신동아>가 2006년 11월호에서 토머스 커크란 박사의 ‘한반도에서의 핵 사용 시나리오(Nuclear Use Scenarios on the Korean Peninsula)’를 보도하며 1945년 히로시마 급의 원자폭탄이 서울 용산에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핵폭풍과 열, 초기방사선 등으로 인해 반경 1.8km 이내의 1차 직접피해 지역은 즉시 초토화되고 4.5km 이내의 2차 직접피해 지역은 반파(半破) 이상의 피해를 당하게 되어 이로 인한 사망자만 62만이 넘는다고 추정하였다. 이후 방사능 낙진에 의해 최종 사망자는 최대 125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핵폭탄의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일대일로 붙으면 우리가 이긴다는 말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 핵의 현재적 수준이다. 우리 군은 2013년 2월 12일의 3차 북한핵시험이 TNT 환산 6-7kt 수준으로 15kt에 달했던 히로시마 원자탄에 도달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며 본격적 핵폭탄 수준에 못 미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2012년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켜 군사적 측면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보유가능성을 확실시한 북한이 이미 70년전인 1945년에 제조, 사용된 원시적 원자폭탄을 만들지 못해 지하핵시험에 실패하고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왠만큼 대북우월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논리구조이다. 북한이 제1차 지하핵시험을 단행한 것이 2006년 10월 9일인데 7년이 지난 2013년에 이르도록 초보적 수준의 히로시마 원자탄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가 지나친 억측이다.
북한은 폭발력을 크게 만들고 싶었지만 작은 폭발에 그쳤다는 분석보다, 북한이 애당초 폭발이 작은 소형핵탄두를 만들려 했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다. 일례로 <뉴데일리>는 2013년 5월 23일 기사에서 다음의 북한 <노동신문> 기사를 인용하였다.
<핵탄은 트로틸등가량에 따라 1000t으로부터 100만t이하를 kt(키로톤)급이라고 하고 100만t이상을 Mt(메가톤)급이라고 한다. 그리고 1kt이하를 극소형핵탄, 1kt으로부터 15kt이하를 소형핵탄, 15kt으로부터 100kt이하를 중형핵탄, 100kt으로부터 1Mt이하를 대형핵탄, 1Mt이상을 초대형핵탄으로 취급한다. 핵무기를 소형화하는것은 핵무기사용의 정치, 군사적목적을 달성하며 그 경제적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핵무기의 폭발력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전선과 후방 ,적아쌍방간에 엄격한 계선이 없이 립체적으로 벌어지는 현대전에서 이러한 무기를 쓰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핵무기를 소형화하는것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나선다. 만일 우라니움 혹은 플루토니움 50㎏정도를 가지고 한개의 원자탄을 제조하던 것을 5㎏정도를 가지고 제조한다면 생산비는 1/10로 감소된다>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것은 아군이 피해를 입지 않고 온전히 상대를 타격하기 위한 측면과 더불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를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북한의 지하핵시험은 핵개발 실패라기보다는 소형핵탄두 개발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 개발된 북한핵에 대해 우리 군 수뇌부는 북한의 핵사용 징후가 포착될 때 선제대응을 통해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군의 선제대응전략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저희들 목숨은 물론이거니와 온 국민의 생명을 125만명 사망의 대참사의 아가리로 밀어넣는 미친 짓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미연합군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실시간 추적하고 있는 것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라도 북한이 은밀한 군사기지에서 핵탄두를 발사해 그것이 청와대를 향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차원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핵무기와 같은 전략무기는 오늘날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에서 필수불가결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부터가 핵무기에 의거한 정치군사적 압박을 자기패권의 기본수단으로 삼아왔으며 1발에 전쟁의 운명이 좌우되는 핵무기의 속성상 다른 전술무기로 대응한다는 것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 핵폭격 이후, 소련과 중국이 핵보유를 했으며 21세기 들어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를 하며 사회주의권의 핵무기 보유가 확산되고 있다. 핵보유는 중동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는데 이란이 핵보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 핵개발설이 유포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핵무기가 패권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할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설명된다.
핵이 없는 한국이 비핵보유국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을 향해 “도발원점은 물론이고 지원세력과 그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자체도 철저히 주한미군의 용인과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해진 한반도 긴장격화인 것이다. 미국에 기대어 위세를 부리는 우리 군의 호기는 웬만큼 숭미사대주의에 세뇌되지 않고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정치적 망신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질 수밖에 없는 이유 - 정보력
우리 군 수뇌부는 북한 핵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먼저 타격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대북정보의 90% 이상을 주한미군의 정찰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 국방비의 44배나 쓰고도 북한과의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발언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우리 군의 국방비 집행이 상당히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연합방위체계의 효율성”이란 명분 아래, 우리 군은 60만 대군을 징집하고 이들 병력과 무장장비를 유지하는데 연간 20조원 가까운 비용을 허비하고 있다. 반면 전쟁의 눈과 귀라 할 수 있는 정보수집기능과 정찰자료 등은 철저히 주한미군에 의존하는 기이한 체제가 60년째 지속되고 있다.
60년간 눈 먼 봉사처럼 주한미군이 가리켜주는 길로만 다니다보니 우리 군은 스스로 눈을 뜰 생각을 할 대신 자신의 길잡이였던 주한미군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권투선수가 아무리 힘이 장사라고 해도 눈을 가리고 싸우면 질 수밖에 없다. 남북이 일대일로 붙을 때 우리가 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우리 군의 대외정보력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럴진대도 보수진영은 이제 미군에 의지할 것 없이 스스로 눈을 뜨자며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새세대들을 한미동맹을 반대한다며 적대시하고 있다. 자국민을 탄압하면서까지 굳이 눈을 뜨기를 거부하며 미국의 길잡이를 요청하는 지금의 현상은 한미동맹이 다름아닌 미국의 요구에 의해 귀결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여기에 다까끼 마사오를 비롯, 일본군 출신으로 시작된 우리 군 수뇌부의 체질적인 사대매국 근성이 결합되어 빚어진 대참사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질 수 밖에 없는 이유 - 주한미군 주둔
일대일로 붙으면 우리가 진다는 말에 깜짝 놀란 국회의원들의 상식처럼, 북한에 비해 국방비를 44배나 쓴다고 (알려져 있는) 남한이 북한에 진다는 말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을 신주단지 모시는 국방부의 입장에 의거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북한보다 열세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그래야만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이겨버리면, 주한미군이 주둔할 근거가 없어진다. 이는 동북아에서 패권적 권한을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로부터 지탱하고 있는 미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군수뇌부도 체질적으로 자주국방을 꺼리며 한미동맹에 근거한 연합방위체계를 중시하는 비정상의 집단으로 육성되었다. 그 결과 우리 군은 대북전쟁수행능력은 언제나 스스로는 부족하며 주한미군이 있어야만 한다는 비정상적인 보고에 오히려 만족하고 더 매달리는 추태를 부려왔었다.
결국 우리 군은 한미동맹 속에서만 그 존재의미와 존립근거를 찾을 수 있으므로 주한미군만 있으면 우린 무서울 것이 없지만, 주한미군이 없으면 북한에게 지고 만다는 논리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
눈 먼 소경 같은 이따위 저급한 논리에 훼손되는 것은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과 전쟁위험이며 양산되는 것은 국방과 정치에서 한미관계의 비중 확대다.
대결을 화해협력으로 바꿔 남북이 일대일로 붙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북군사정책이다.
(<곽동기의 ‘북한의 군사무기’>는 필자가 자료 수집을 위해 잠시 중지합니다. 필자가 새 자료 수집과 재충전 후 다시 연재를 시작할 때까지 독자 여러분의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


본문 첫째, 셋째 중간 제목 띄어쓰기; 수 밖에→수밖에(기사 내 띄어씌기 통일 안 되어 있어 맞는쪽으로)
8문단 5줄; 왠만큼→웬만큼
22문단 6줄; 다까끼 마사오→다카키 마사오(외래어 표기법상 이렿게 고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