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북한은 평양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 60돐 기념 열병식”을 진행하였다. 당시 열병식은 “항일무장투쟁” 시기 기마종대를 최선두에 세우고 “조국해방전쟁” 시기 전쟁노병 종대의 뒤를 이어 근위 강건 제1보병사단, 근위서울 제3보병사단, 근위서울 김책 제4보병사단, 강동 제12보병사단, 간호부대 열병종대, 근위 제1어뢰정종대, 근위 제56추격기연대 열병종대, 정치공작대원 열병종대, 정치공작대 지휘관 종대, 인민유격대원 열병종대, 소년빨치산 열병종대 그리고 김일성 군사종합대학과 김일성 정치대학 등 각급군사학교 열병종대가 행진하였다.

이 가운데 근위 강건 제1보병사단, 근위서울 제3보병사단, 근위서울 김책 제4보병사단 등 각 보병사단이 열병부대의 선두에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 보병행진으로 시작하는 북한의 열병식 (출처 : chinanews.com).

북한은 열병식마다 최선두에 보병을 내세운다. 이는 북한 전투력의 중심이 바로 조선인민군 보병에 있으며 북한이 전투력의 기본열쇠를 보병의 기능과 역할을 높이는 데에서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병의 역사

보병은 전투시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가능한 집단이며 기습, 전진, 매복, 은폐, 엄호뿐만 아니라 병참수송과 공병까지 사실상 모든 전투행위를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의 기본요소로 인식된다는 것은 앞선 연재에서 밝혔다.

버나드 몽고메리의 “전쟁의 역사”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시대부터, 보병은 전쟁에서 중핵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이집트 시대에는 말이 수레를 이끄는 전차가 돌격무기로 각광받았지만 이후 병사들이 직접 말 위에 올라탄 기병 체제가 도입되면서 고대전투는 보병과 기병의 연합체제로 수행되었다.

그러나 보병은 전투시 방어가 가능한 집단이란 점에서 그리스 시대는 창을 사용하는 보병이, 그리고 로마시대는 단검을 사용하는 보병이 전투의 기본집단을 이루었으며 기병은 자체적으로 방어가 어려운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이 인간에 비해 탈진과 굶주림에 약하기 때문에 물과 건초, 사료 등 병참지원을 까다롭게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병이 전투의 중심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후 중세시기로 접어들면서 봉건영주의 재정지원 속에 난공불락의 요새(성)를 쌓고 병참물자를 비축하는 것으로 기병의 까다로운 병참지원문제를 해결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갑으로 중무장한 중장기병이 공격을 주도하면서 전투의 양상은 보병 중심에서 이들 중장기병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난공불락의 요새(성)를 건축하고 기본방어를 요새에 의거하면서 중장기병으로 공격하는 전투행위는 중세시기 전쟁의 기본 형식이었다. 이들은 12세기 무렵 단행되었던 십자군 원정 등에서 맹위를 떨치며 유럽원정군이 수적 열세를 만회하고 이슬람진영에 대항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중세시기의 요새-중장기병의 조합은 유럽에서 궁수기술의 발달로 장거리 활이 나타나면서 제약받기 시작하였으며 1400년대에 대포가 발명되면서 결정적으로 깨트려지기 시작하였다.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에는 이러한 전쟁기술의 변화양상이 잘 나타난다. 백년전쟁 초기, 영국은 사정거리가 긴 장궁병을 배치하는 새로운 시도로 중세시절 맹위를 떨쳐온 프랑스의 중장기병을 격파하고 전쟁의 주도권을 쥐었지만 백년전쟁의 후반에는 프랑스가 대포의 포화력에 의지하면서 영국의 장궁병과 중장병들을 제압해 시종 불리하던 전황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1400년대 이후 대포의 포화력이 점점 개선되면서 성곽 요새에 의거해 철갑으로 중무장한 중장기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전쟁은 다시금 보병과 기병의 연합전술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이제 찌르는 공격무기인 창과 화력에 의지한 화승총이 결합된 라이플이 개발되면서 보병의 비중은 점점 높아졌다. 이후 총의 조준력과 사정거리, 연사능력이 늘어나면서 전장에서 보병의 비중은 더욱 높아졌고 역설적으로 말에 올라타 기동력의 우세를 강조한 기병은 설 땅이 없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독일은 전차를 기동타격무기로 활용하면서 종래 기병의 기동력은 전차로 전환되어 맹위를 떨쳤다. 또한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과 미국은 항공기에 의존한 새로운 기동타격을 선보이면서 공군타격의 기동력 우세를 입증하였다. 오늘날 기병의 기동력은 공격헬기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쟁의 중심이 기갑부대와 항공부대로 완전히 넘어갔다고는 볼 수 없다. 6.25 전쟁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은 기갑부대와 항공부대, 그리고 무엇보다 후방 병참지원에서 북한에 절대적 우세를 가졌지만 김일성 주석은 “갱도전” 전술로 대응해 결국 보병중심의 조선인민군으로 16개 연합군을 상대로 휴전협정을 체결하였다. 베트남전쟁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갱도전”에 영감을 얻은 호치민 주석의 땅굴전술에 미국이 패퇴하기에 이르렀다.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전차부대를 이집트 전선에 진입시켰다가 이집트 보병들의 대전차 로켓공격에 섬멸당하고 패퇴하였다.

현대전에서 보병은 단순한 소총에서 출발하였지만 이제는 돌격소총으로 무장하고 기관총과 박격포 부대, 그리고 대전차로켓과 대공미사일까지 운용하면서 파괴력을 신장시키며 여전히 전쟁의 기본부대로 자리 잡고 있다. 21세기 들어 미국이 이라크전을 완전히 종결짓지 못하고 아프간에서 결국 철수를 단행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이들 국가의 보병전력을 궤멸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보병전술 - 사상강조

북한의 보병전술은 군인의 사상적 요인을 강조하며 전술에서는 기동력을 강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990년대 북한은 “수령결사옹위정신”, “결사관철의 정신”, “영웅적 희생정신”을 묶어 이른바 “혁명적 군인정신”이라 명명하면서 조선인민군의 사상적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 열병식 도중 주석단을 향해 눈물을 흘리는 북한군인 (출처 : news.ifeng.com)

군인의 사상적 일치성을 강화하는 부분은 전쟁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보급의 제약조건을 극복하며 나아가 불확실의 요소, 우연의 요소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격렬한 전쟁행위에서 이미 기진맥진한 병사들로 연이은 추격전투를 지시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군인들의 사상적 일치성이 작용할 수 있다.

최전선에 강력한 포격이 지속되어 아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포대를 기습점령, 파괴하는 임무를 띤 중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중대가 기습돌격을 감행하고 있는데 예기치 않은 기관총 포대가 나타나 전체 중대의 돌격을 지연시키고 있다면 적 포대는 기습부대를 조준해 맹포격을 퍼부을 것이고 기습작전 전체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부의 기습전투 작전도에서는 예기치 않았던 기관총 포대로 장병들이 돌파를 결심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다가 지연되는 시간까지 작전에 미리 반영할 수는 없다. 이 경우 돌파가 지연되면 될수록 기습작전은 비틀어질 수밖에 없고 종래의 작전이 원만히 수행되지 못함에 따라 군사작전의 실패가능성이 증대되며 전선에서 사상자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호한 돌파가 필요한데 군인들의 사상적 준비정도에 의해 작전전반이 실패로 귀결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단호한 돌파를 통해 군부대 전체의 피해를 오히려 더 줄일 수도 있다.

북한의 보병전술 - 기동력

둘째로 북한은 보병의 기동력을 중시한다. 그러나 앞서 보병의 사상적 요인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군만의 특징인데 반해, 보병의 기동력을 강조하는 것은 현대 군의 일반적 경향이다.

전장에서 기동력을 강조하는 것은 기동력이 있어야 수의 우세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전쟁의 역사가 발전한 것도 기동타격이 향상되는 방향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고대전투에서 보병을 중세전투에서 기병이 대체한 것도 말을 탄 기사가 휘두르는 칼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이후 근대전투에서 보병이 다시금 중장기병을 대신한 것은 기병이 아무리 빠르다고 하더라도 총포의 공격이 말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이후 전차전이 대두하고 항공기를 이용한 공격이 중시된 것도 보병보다는 탱크가, 탱크보다 전투기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도 조선인민군의 100만 병력을 사용할 때 전장의 기동력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북한군이 약 20만명 가량의 보병을 특수전에도 능한 특수부대로 배치하고 있는데서 드러난다. 이들은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작전대상에 도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가장 빠르게 작전지역에 도착해야 압도적인 수의 우세를 발휘하면서 전황을 급속하게 유리하게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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