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7)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풀솜대. [사진 - 정관호]
풀솜대
가장 단순하고 겸손하게 높은 산 나무 그늘에서 소리 없이 제 몫을 사는 풀
줄기 끝에 모여 달리는 꽃술 익으면 까만 구슬 비스듬히 옆으로 기울어져
잎은 반드르르 맥 줄기도 가지런 서로들 닮으려 하겠구려
문득 시야에 들어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내 쪽에서 다가서게 만드는 미덕
요담에 다시 만나면 살짝 입맞추어야지 아무도 못 보게 가만히.
▲ 풀솜대. [사진 - 정관호]
▲ 풀솜대, 꽃 생김새. [사진 - 정관호]
▲ 풀솜대, 줄기의 잔털. [사진 - 정관호]
도움말
숲속 큰나무 그늘이나 바위를 의지해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데, 그냥 ‘솜대’ 또는 ‘지장보살’이라고도 불리는 애교꾼이다. 뿌리줄기(根莖)가 옆으로 퍼지면서 번식하는데 자라면서 줄기 끝이 비스듬히 휜다. 온 몸에 잔털이 많고 위로 올라갈수록 더 짙어진다. 오뉴월에 줄기 위쪽 갈라진 꽃가지마다 하얀 꽃이 촘촘히 모여 핀다. 가을에 물렁열매(漿果)로 붉게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