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팥배나무, 봄. [사진-정관호]
팥배나무
봄 꽃철 한창때인 팥배나무는 그 향기로 벌나비를 모으더니 서늘한 바람이 일면서 영그는 그 야무진 열매송이 푸짐하구나
깊게 트인 하늘을 배경 삼아 알알이 매달린 빨간 열음들 네 눈에 비쳐서 아름답고 내 마음에 새겨서 충만하구나
어느 해던가 함께 걷던 벗이 그걸 따서 쫄쫄 빨며 말했느니 변한다는 것은 때로 큰 선물이야 하던 뜻 헤아리며 추억 더듬느니
첫눈 내린 뒤 바람 일어 제 이파리 위로 떨어진 낙과들 지녔던 것 다 부려놓고 가려는 듯 저기 저렇게 너그러이 누워 있구나.
▲ 팥배나무, 가을. [사진-정관호]
▲ 팥배나무, 열매 생김새. [사진-정관호]
▲ 팥배나무, 낙과. [사진-정관호]
도움말
팥배나무는 산에서 자라는 갈잎큰키나무(落葉喬木)인데, 열매가 팥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피에는 숨구멍 구실을 하는 껍질눈(皮目)이 보이고, 잔톱니가 있는 이파리는 잎맥이 뚜렷하다. 봄에는 배꽃을 닮은 흰색 꽃이 푸짐해서 훌륭한 밀원(蜜源)이 되고, 가을에 붉게 익는 열매는 새들이 아주 좋아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나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