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서 21일 개막한 무역박람회격인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에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 기업들이 참가하는 방안이 개성공단기업협회측과 북한의 중앙개발총국 사이에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 2007년부터 이 전람회 참가 방안을 북측에 타진해왔는데 북측은 그동안 난색을 표시하다 지난 11일 처음으로 긍정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협회측과 협의했다는 것.

협회 관계자는 22일 "전람회가 종래처럼 10월 열릴 것으로 봤는데 9월21일로 앞당겨져 준비 관계상 시일이 너무 촉박해 참가하지 못했으나 중앙개발총국측은 내년 봄철 전람회를 기약했다"고 전했다.

중앙개발총국측이 전람회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 뒤늦게 협의를 갖자고 연락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총국이 전람회를 주관하는 입장이 아니어서 북한에서도 부서간 협조가 제대로 안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봄 전람회 때 공단 기업 관계자 20여명이 김포공항에서 북한 고려항공을 이용, 평양으로 가 '옵저버' 자격으로 참관한 이래 개성공단 제품들도 전시하자고 북측에 제의해왔으나 "북측은 남측의 우월성을 자랑하려는 것으로 오해"해 그동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같다는 것.

그러나 북한의 중앙개발총국이 이번에 전람회 참가 방안에 관한 협의에 응한 것은 "북측도 개성공단을 자신들의 산업발전을 도모하고 남측 기업이 활로를 뚫는 상생 차원에서 이해해 공단 기업들의 전람회 참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입장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풀이했다.

실제로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3일 이 전람회 개최 예정 소식을 전하면서 "주최측에선 한국 기업들이 (참가를) 신청할 경우 다른 외국 기업보다 20-30% 저렴하게 장소를 제공할 용의를 밝히기도 했다"고 보도했었다.

개성공단 기업들의 평양 전람회 참가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지난 8월 이래 나타나고 있는 대남 유화전략과도 관계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평양 상품전람회 참가 추진을 위해 우리 정부 당국의 허가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민간 차원에서 먼저 북측의 승인을 얻는 것이 순서"라면서도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있으면 일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정부의 지원을 기대했다.

공단 기업관계자들의 북한 국제상품전람회 참관은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는 이뤄지지 못했다.

24일까지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리는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에는 중국과 북한 기업을 주축으로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영국, 호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프랑스, 폴란드, 대만 등의 기업들이 참가했다.

북한은 매년 봄, 가을에 국제상품전람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봄철 전람회는 1998년, 가을철 전람회는 2005년 각각 시작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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