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영화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는 영상물은 바로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이다.

먼저 각 연구자들의 글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 앞서 이번 글은 간단히 <민족과 운명>이란 영화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일단 <민족과 운명>이라는 북한 최대의 다부작 예술영화에 대하여 그 기본적인 것을 알아야 이야기의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족과 운명>은 1991년 5월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래 <내 나라 제일로 좋아>를 가지고 다부작 예술영화를 만들데 대하여 지시함으로써 영화제작이 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종자와 주제 및 주인공 설정, 음악배합까지 직접 챙겼던 영화이다.

▲ <민족과 운명> 시작화면 [자료사진-유영호]
가요 <내나라 제일로 좋아>는 북의 역사상 최대의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을 탄생시킨 노래이다.

본래 이 노래는 작가가 1990년 전후로 붕괴되고 있는 동구 사회주의권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와 지은 것으로, 1991년 최준경 작사, 리종오 작곡으로 창작된 노래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노래의 의미를 깊이 공감하며, 이 노래를 상으로 하여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을 만들도록 교시하였다.


▲ <내나라 제일로 좋아> 악보 [자료사진-유영호]

한편, 이처럼 노래가 앞서 발표되고 그 노래의 의미에 따라 영화가 만들어진 사례는 예술영화 <아무도 몰라>도 그렇다. 이것은 1952년 발표된 노래로, 전쟁 때 전선과 후방에서 열심히 싸운 청춘남녀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인데 이것이 영화로 제작된 것은 노래 발표 이후 약 40년이 지난 1990년이다.

<민족과 운명>은 1992년부터 시작하여 1995년 현재 총 62작까지 완성된 다부작 예술영화로 이것은 다시 소 주제별로 등장인물과 시대배경 등을 달리하며 다양한 내용의 영상물로 나뉘어져 있다. 그 구체적인 구성과 제작시기 등은 다음 표와 같다.

(참고로 <민족과 운명>의 구성은 현재 남쪽에 소장되어 있는 북쪽자료로는 제1부부터 62부까지 그 배열이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없다. 또 <허정순 편>같은 경우는 분명 영화매체로는 3부작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중앙년감』에는 2부작으로 소개되는 등 오류가 있어 현재 <민족과 운명>의 편재를 소개하는 남쪽 자료들도 보는 자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관되지 못하다.)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의 편성 내용 
 

제작편

제목

제작시기

제작편

제목

제작시기

제1부

최현덕편 제1부

1992.2

제32부

로동계급편 제7부

1995

제2부

최현덕편 제2부

1992.2

제33부

로동계급편 제8부

1995

제3부

최현덕편 제3부

1992.4

제34부

로동계급편 제9부

1998.2

제4부

최현덕편 제4부

1992.4

제35부

≪카프≫작가편 제1부

1996

제5부

윤상민편 제1부

1992.4

제36부

≪카프≫작가편 제2부

1996

제6부

차홍기편 제1부

1992.4

제37부

≪카프≫작가편 제3부

1996

제7부

차홍기편 제2부

1992.4

제38부

≪카프≫작가편 제4부

1996

제8부

홍영자편 제1부

1992.9

제39부

≪카프≫작가편 제5부

1997

제9부

홍영자편 제2부

1992.9

제40부

≪카프≫작가편 제6부

1997

제10부

홍영자편 제3부

1992.10

제41부

≪카프≫작가편 제7부

1997

제11부

리정모편 제1부

1992.10

제42부

≪카프≫작가편 제8부

1997.3

제12부

리정모편 제2부

1992.10

제43부

≪카프≫작가편 제9부

1997.3

제13부

리정모편 제3부

1993

제44부

로동계급편 제10부

1998.2

제14부

윤상민편 제2부

1993

제45부

로동계급편 제11부

1998.7

제15부

윤상민편 제3부

1993

제46부

최현편 제1부

1999.3

제16부

윤상민편 제4부

1993

제47부

최현편 제2부

1999.3

제17부

허정순편 제1부

1994

제48부

최현편 제3부

1999.3

제18부

허정순편 제2부

1994

제49부

최현편 제4부

2000.10

제19부

허정순편 제3부

1994

제50부

최현편 제5부

2000.10

제20부

귀화한 일본녀성편 제1부

1994

제51부

최현편 제6부

2000.10

제21부

귀화한 일본녀성편 제2부

1994

제52부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제1부

2001.6

제22부

귀화한 일본녀성편 제3부

1994

제53부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제2부

2001.6

제23부

귀화한 일본녀성편 제4부

1994

제54부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제3부

2001.6

제24부

귀화한 일본녀성편 제5부

1994

제55부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제4부

2001.6

제25부

귀화한 일본녀성편 제6부

1994

제56부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제5부

2001.6

제26부

로동계급편 제1부

1994

제57부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제6부

2002

제27부

로동계급편 제2부

1994

제58부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제7부

2002

제28부

로동계급편 제3부

1994

제59부

농민편 제1부

2002

제29부

로동계급편 제4부

1994

제60부

농민편 제2부

2002

제30부

로동계급편 제5부

1994

제61부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제8부

2003

제31부

로동계급편 제6부

1995

제62부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제9부

2003

* 참고로 위의 총 62부작 가운데 바탕이 색칠된 영화는 남쪽 인사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한국과 미국 등의 자본주의사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민족과 운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 및 내용 
 

최현덕편

인물원형은 ‘최덕신’. 광복군 출신으로 해방 후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역임하고 중장으로 예편, 외무장관, 서독대사 등을 역임. 그러다 1967년 천도교 교령으로 있을 때 월북. 북에서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을 지냈다. 영화는 최현덕이라는 인물을 통해 민족이 사상이나 정견, 이념보다 더 우선이라는 점을 형상하고 있다.

윤상민편

인물원형은 ‘윤이상’. 세계적인 음악가로 1967년 동베를린 사건으로 옥고를 치름. 그의 인생은 예술가의 운명 또한 민족의 운명과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민족이 처한 분단현실은 그를 감옥으로 몰아넣었고, 그의 운명은 결국 살아서 자기 고향을 밟을 수 없었다.

차홍기편

인물원형은 ‘최홍희’. 반공사상으로 월남하여 6군단장을 거쳐 1962년 예편한 장성출신. 전역 후 말레이시아 대사와 대한태권도협회장을 지내다 1972년 캐나다로 이민. 이후 북을 방문하여 민족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에서 차홍기는 태권도를 가지고 민족통일을 이루고자 한다는 인물로 당시 박정희를 비롯한 군부내의 암투를 보여주면서 차홍기와 더불어 이북출신 장성들이 대거 숙청된다.

홍영자편

홍영자는 신존 인물을 원형으로 한 것이 아닌 가공의 인물. 홍영자를 남쪽의 부패를 상징하는 정치적 매춘부로 설정하여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남쪽정치의 부패를 보여주면서 홍영자 같은 반동적 인물도 북의 정치제도 아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정모편

인물원형은 비전향장기수 ‘리인모’. 6.25 당시 인민군 종군기자로 참전하여 활동하다가 구속, 총 34년 1개월을 복역하고 1988년에 출소했다. 그는 옥중에서 얻은 병으로 죽음을 오가다가 1993년 이북으로 송환되었다. 우리민족의 문제이기도 한 비전향장기수들이 겪어야 했던 인생적인 운명문제, 그들의 조국과 신념의 문제를 그들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허정순편

허정숙’을 원형으로 함. 3.1운동의 민족대표자 33인 공판정에 기소불가 의견을 제출한 항일변호사 허헌의 딸로 항일운동 이후 북에서 문화선전상 등 주요직책을 맡아 활동하였다. 한편 민족주의자인 부친 허헌은 해방 후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을 지냈고,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귀화한 일본녀성편

1950년대 말 재일조선인 귀국운동 때 남편을 따라 함께 온 일본인 아내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영화. 이 영화는 어느 귀화한 일본여성이 우리민족의 운명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여기서 민족이라는 것이 단지 혈연적인 것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종군위안부 등 일본의 제국주의적 본성을 보여주면서 귀화여성문제를 대북인권소동에 연관시키는 일본의 추악한 본질을 폭로한다.

로동계급편

전후 천리마시대 강선제강소의 노력영웅 진응원을 원형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 이 영화의 종자는 모든 것을 하나로 녹이는 ‘쇠물철학’이다. 귀환병, 인텔리, 양심적 부르주아출신 등 모두가 노동당의 계급노선에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광폭정치’를 형상하였다.

≪카프≫작가편

이광수의 제자이자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만든 카프 출신을 젊은 작가 리찬을 형상한 영화. 카프의 결성에서 월북과 그 뒤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북이 예술가의 참된 삶과 행복의 터전임을 그려내고 있다.

최현편

항일혁명 1세대인 최현의 6.25전쟁 당시의 활약을 통하여 민족의 운명을 지켜내는 혁명에서 총대의 가치와 무게가 무엇에 의하여 담보되는가 하는 사상적 내용을 형상하고 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래일편

김일성 종합대학 출신 여자동창생 3명과 그들 부부의 인생행로를 통하여 혁명적 신념문제가 조국과 민족을 위한 참된 삶을 꽃 피우는데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보여준다.

농민편

식민지 상태에서 억압과 착취 속에 살던 인민들을 땅의 주인,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워 준 당과 수령의 크나큰 은덕을 언제나 잊지 않고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해 헌신하는 태성할머니 일가와 옥정리 영웅관리위원장 함운장의 투쟁모습을 형상하고 있다.


<민족과 운명>은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그 양이 엄청난 것이기에 그 만큼 다기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스팩트럼 속에서도 일관되게 영화에서 관람자들에게 각인시키려 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이자 개인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민족과 운명>의 종자인 것이다.

참고로 북한영화을 분석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종자’인데, “문학예술에서 종자란 작품의 핵으로서 작가가 말하려는 기본문제가 있고 형상의 요소들이 뿌리내릴 바탕이 있는 생활의 사상적 알맹이이다.” (김정일,『영화예술론』)라고 설명된다. 여기서 <민족과 운명>의 종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잡아준 것이라고 한다.

“다부작예술영화≪민족과 운명≫의 종자는 민족의 운명이자 개인의 운명(밑줄 필자)이라는 것입니다. 민족의 운명문제는 본질에 있어서 민족의 자주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자주성을 가지는가 못 가지는가, 그것을 어떻게 옹호하고 실현해나가는가 하는데 따라 민족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자주성은 민족의 존재와 번영을 담보하는 민족의 생명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다부작예술영화≪민족과 운명≫의 종자는 민족의 자주성에 관한 문제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민족의 자주성문제를 주체의 인간학에 기초하여 예술적 화폭으로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는데 다부작예술영화≪민족과 운명≫의 중요한 특성이 있습니다."(김정일, 「다부작예술영화≪민족과 운명≫의 창작성과에 토대하여 문학예술건설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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