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대 권력기관 서열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오는 4일 한 학술회의에서 발표할 논문을 통해 김정일 시대 북한의 5대 주요 권력기관의 서열을 ‘당 중앙위원회 > 당 중앙군사위원회 > 국방위원회 >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 내각’ 순이라고 주장해 주목된다.

정성장 실장은 2일 미리 공개한 발표 논문에서 2008년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권력기구도 중 ‘권력체계’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문 전문 보기]

그는 “조선로동당과 국방위원회가 대등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고, ‘혁명의 최고참모부’로 불리는 당중앙위원회는 국방위원회보다도 낮은 위치에 그려져 있다”고 지적하고 “‘권력체계’ 그림에서 가장 윗부분에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를 포함하는 당이 위치하고 그 아래에 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이 위치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 정성장 실장이 제시한 북한 권력기구도. [자료사진 - 통일뉴스]
또한 “통일부가 발간한 2008년 북한 권력기구도 중 ‘권력체계’는 또한 5대 권력기관 중 하나인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당 중앙위원회의 산하기구로 간주되어 별도로 그려져 있지 않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북한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더 이상 당 중앙위원회의 산하기구가 아니라 별도의 권력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겸직을 통해 당 중앙위원회가 국가기구를 통제, 장악하고 있는데, 그 같은 점도 통일부의 북한 권력기구도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며 “정치국 위원인 김영남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는 등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위원과 후보위원들이 최고인민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요직을 맡아 당 중앙위원회의 입장이 국가기구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실체

정성장 실장은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실체에 대해서도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며 조선로동당 규약 등을 근거로 “북한에서 군대에 대한 지도는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 그리고 국방위원회의 세 기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또한 “당 규약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당중앙위원회는 주로 군대 조직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군대에 대한 지휘권과 군사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시에는 정규군대뿐만 아니라 비정규무력인 노동적위대와 붉은청년적위대 그리고 내각 등 모든 국가기구를 동원할 수 있는 국방위원회가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함께 최고의 권력을 행사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보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국방위원회의 위상이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 기관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영역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국방위원회의 독자적인 기능은 무엇보다도 김정일의 정상외교를 뒷받침하는 데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1998년 김일성 생존시 금수산의사당(주석부)에는 김일성의 책임서기실, 군사무관실, 외사국장실, 서기실 등이 있어 주석의 업무를 보좌했다”며 “1998년 헌법개정으로 비록 국가주석직을 페지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국가수반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김정일은 주석부의 업무를 국방위원회로 이관하였음이 확실시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방위원회는 김일성 생존시 그의 지도를 국가기구 차원에서 뒷받침하였던 중앙인민위원회의 기능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군인건설자들과 대규모 군중 동원을 필요로 하는 건설사업에 대해 국방위원회 이름으로 지시가 내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부 중심 집단지도체제 출범 가능성 ‘희박’

정성장 실장은 “국내의 다수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국방위원회가 현재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이기 때문에 김정일 유고시 국방위원회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며 “국방위원회를 ‘최고권력기관’으로 부르는 것은 실상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방위원회 회의는 정책협의가 아니라 정책집행을 위한 실무회의의 성격”이라며,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고 신설된 국방위원회 상무국 역시 “독립된 국가기관이라기보다는 인민군 총정치국에 적을 둔 실무일꾼들이 당과 내각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파견된 인원들과 함께 상무조(task-force) 형식의 실무팀을 구성하고, 국방위원회의 전반적인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정일 이후 군부가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군정치는 군대를 인민대중보다 앞세우는 정치이지 당보다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며 “김정일 시대 군부의 영향력 증대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군대 내 당조직인 군 총정치국이 군대를 지도하고 있고,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가 군 고위간부들에 대한 인사권까지 장악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군 총정치국이 해체되지 않는 한 군부가 권력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

그는 “군 총정치국이 존속하는 한 군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출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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