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소망
올해는 개의 해다. 하나의 소망이 있다. 한마디로 올해에는 군인이 더 이상 개죽음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해 전방 총기난사 사건처럼 말이다. 또 소망이 더 있다.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색 쿠데타가 아니라 ‘백색 쿠데타’다. 웬 대낮에 쿠데타! 소망이 이것뿐이겠는가. 3년 안의 소망은 남북연방군을 이루는 것이다. 꿈은 현실로 이루어진다. 보라.
2004년 7월의 적색 쿠데타 음모
웬 적색 쿠데타! 1년 5개월 전에 ‘총성없는 적색 쿠데타’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 적색 쿠데타는 총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조선, 동아, 문화일보 신문광고를 타고 일어났다.
이름하여 반핵반김정일국권수호국민협의회(운영위원장 서정갑)가 지난 해 7월 21일자와 23일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에 '지금 총성 없는 적색(赤色)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는 제목의 의견광고를 크게 실으면서부터다.
광고내용은 '간첩을 조사관으로 채용하여 군사령관 등 군 지휘관들을 조사케 한 것이 적색 쿠테타 음모의 한 단면이다' '국군을 표적으로 삼고 간첩을 활용하여 온갖 날조와 음해를 되풀이하고 있는 의문사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내용.
필자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있을 때였다. 당사자인 필자와 한 조사관이 8월 25일 국민협의회 운영위원장 서정갑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당시 고소대리인인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적색 쿠테타 음모의 한 단면이다'라는 식의 광고를 낸 것은 아무런 근거없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강조했고, 필자 등은 “광고에서 ’간첩 전과자가 군사령관을 조사해도 말리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고 주장하는 등 악의적으로 비방하여, 본인들과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쪽은 이들이 '간첩'으로 지목한 김삼석 전 조사관은 이미 사면, 복권되어 채용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그가 조사한 군 지휘관들은 의문사 사건 관련 과거 부대 지휘관으로서 의문사법이 정한 고유의 업무수행을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조사관은 "역사바로잡기에 딴지를 걸고 나오는 세력들은 독재에 빌붙어 기득권을 누려왔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2005년 12월의 적색 쿠데타 좌절(?)
1년 4개월 뒤인 지난 달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2단독 신용석 판사는 손배소 판결에서 “서씨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돌렸다. 피고 서정갑의 소송 대리인은 박준선(과거사위원회 상임위원 내정, 한나라당 추천), 김상철 변호사다.
신 판사는 또 “간첩 또는 간첩전과자라는 표현은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며 “예비역 군사령관이나 장성을 ‘군사령관 등 군 지휘관’이라고 표현하여 현역과 구별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필자는 간첩이 아니다. 간첩 전과자는 더더욱 아니다. 안기부가 태어난지 최초로 프락치(안기부 요원)가 개입한 조작 간첩사건 피해자다. 양심선언하기 전 프락치가 촬영한 동영상카메라에 안기부 과장이 적나라하게 개입한 사례가 폭로된 최초의 사건이었다. 안기부 덕분에 국가보안법을 '자랑스럽게' 어긴 사람일뿐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조작간첩 출신이다.
재판부에 묻고 싶다. 아직도 이 시대에 한 사람을 ‘간첩’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 모르는가. 실형을 만기로 살고 나온 사람에게 ‘간첩’이란 딱지도 모자라, ‘간첩’과 ‘간첩전과자’라는 표현의 차이조차 구분 못하면서 어찌 정법을 다스린다고 할 수 있나. 재판부는 필자를 현재진행중인 ‘간첩’으로 보고 있지 않는가. 재판부는 ‘예비역’과 ‘현역’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이건 대낮의 ‘백색 쿠데타’다.
서정갑 “새해 문턱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어쨌거나 재판부 판결 덕에, 서정갑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적색 쿠테타 음모의 한 단면'은 좌절된 셈이다. 있지도 않는 적색 쿠테타로 호들갑을 뜰 때는 언제고 요즘은 적색 쿠테타 음모 운운 광고는 좌우지간 보이질 않는다. 서 위원장이 걱정한 적색 쿠테타 음모가 당시 광고와 소송사건 하나로 사라진 셈이다. 이런 쿠데타가 다 있었구만.
서정갑 위원장은 인터넷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새해 문턱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정의는 승리한다. 하나님은 이번 소송의 승리를 통해 그 같은 믿음을 더욱 새롭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육해공군해병대 예비역대령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서정갑 위원장은 “연방제 사변(事變) 저지가 2006년의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남북 연방군 이루기 위해
‘적색 쿠테타 음모의 한 단면'을 좌절시킨 서 위원장이 이제 연방제 저지에 나설 모양이다. 서 위원장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연방제 저지 광고와 소송을 전개하라. 그 뒤 이번에도 인혁당 ’사법살인‘ 전력이 있는 사법부에 기대봄이 어떨지 강력히 추천한다. 그때도 전력이 화려한 사법부가 당신의 손을 들어 줄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은 생각해보나 마나. 여기에서 분명 ‘간첩’ 또는 ‘간첩전과자’라는 표현이 전체적으로 보아 무리가 없듯이...‘사법살인자’와 ‘사법살인 전과자’라는 표현이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듯이 말이다. ‘적색 쿠데타를 좌절시킨(?)’ 사법살인이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언제나 당신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연방제를 저지시킬 사법부를 선견지명으로 미리 내다보면서 필자는 반대로 연방제의 제일 구체적이고 중요한 남북 연방군의 모습을 그려본다.
독자에 대한 약속
부족하나마 남북 연방군의 단초를 모으는 데 학문적으로 실천적으로 자그마한 노력을 할 생각이다. 특히 이 시간에도 155마일 철책선에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젊은이들을 밤낮으로 근무세우는 봉건시대의 ‘무식한 방어전술’을 고집하는 국방당국의 대오각성을 촉구하면서, 민초이자 인민의 아들딸인 사병들에게 약속한다. 2008년 안에 그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은 6.15 공동선언이 든든한 뒷배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