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의 편지-답장
벗에게
자네의 편지 잘 받아 보았네.
입대를 앞둔 나에게 정말이지 소중하고 절실한 말들이었네. 자네의 글을 읽으며 자네가 제시했듯이 입대하는 사람들이 갖기 쉬워 잘못된 관점과 자세에서 나 역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네. 지금 나는 스스로를 다시 되짚으며 잘못된 관점과 태도를 극복하고자 한다네. 그리고 차근차근 입대를 준비해 간다네. 그런데 입대준비를 하기 위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느끼고 있는 과정에서 나 역시 자네에게 하고픈 당부의 말이 있음을 깨달았다네.
내가 덧붙이고 싶은 말은 군문제를 바라보는 잘못된 경향을 입대자뿐 아니라 우리들 주변 전반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일세.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입대자가 있다면 자신있고 결의에 찬 모습이 되도록 도와줘야 함에도 그간 우리들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 같네. 겨우 술자리에서 건강히 다녀오라는 말과 서운한 눈물을 전해주는 것이 전부였던 게 사실이었지.
우리는 변해야 하네. 군대문제는 입영할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이미 우리 모두의 문제라네. 그래서 나는 자네처럼 벗을 군대에 보내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하고 싶네. 우선 입대준비를 당사자에게만 떠맡기는 태도를 지양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일세. 당사자의 결의도 단위모임 속에서 공유되어야 하며 군생활 전반에 대한 전망과 계획도 좀 더 짜임새 있게 공동으로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일세.
자네가 나에게 강조했던 문제 즉, ‘체계적으로 주변에서 도와줄 사람’을 난 자네가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네. 군대 바로 세우기는 군대 안팎의 주체가 상호보완적으로 통일이 보장되어야 비로소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네. 두 부분이 각각 다른 영역에 속할지라도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은 군대 자체의 특성에서 요구되는 것이라 하겠네. 물론 여기서 특성이라 함은 폭압적인 통제를 말하는 것이네. 편지나 전화 같은 의견교환, 이동 등 모든 일상이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 사병들의 조건은 자네의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
현재의 수준에 비춰볼 때 앞으로 시작될 자네와 나의 결합이 갖는 수준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네. 하지만 낮은 수준이지만 준비된 곳에서부터 헌신적으로 시작하세. 자네와 같은 학생뿐만이 아니라 노동자·농민 등 각계·각층 젊은이들이 입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네와 나의 결합과 같은 내용성을 갖는 관계가 그들 속에서도 자리잡힐 것을 알려주고 있다네. 사회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힘닿는 데까지 아낌없는 지원과 지지를 보내는 가운데 모범적 활동경험들이 공유되고 성과가 쌓이면서 상호결합된 단위들의 생활력도 차츰 찾아지게 되리라 믿네. 이상이 내가 자네에게, 아니 자네와 같이 벗들을 군에 보내는 사람에게 당부하고픈 말이네.
신뢰로 가득 찬 자네의 그윽한 눈은 언제나 나에게 변함없는 힘의 원천이라네. 나 역시 자네에게 그런 존재이길 바라네.
다윗의 조그마한 돌이 거구의 골리앗을 넘어뜨렸다네. 나는 오늘 작지만 단단한 돌 하나를 준비한다네. 이제 곧 골리앗을 만나러 떠나네.
자네의 애정을 온몸으로 느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