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근예비역
여기서는 현역병과 중복되는 설명은 피하면서 상근예비역에게 특수하게 제기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상근예비역병으로 입대하는 사람들이 갖기 쉬운 안일한 사고는 훈련소 생활 한 달을 마치며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에서 생활정리를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훈련소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자기 몸 하나 추스리기 힘든 신병 시절이 시작된다. 어차피 정리를 해야 할 것이라면 입대 전에 확실히 해놓는 것이 자신에게도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출퇴근하는 조건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군인이 될 것이다. 군인으로서 자각을 기초로 변혁적인 군생활에 관한 결의를 다지고 주변에서 결합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 훈련병 시절
훈련소 생활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병영생활을 하게 되는 기간이다. 흔히들 “열흘만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면 그 사람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 기간의 체험은 군대를, 특히 현역병들의 생활을 가장 근접한 형태로 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며 스스로의 모습을 새로운 환경속에서 되돌아보고 단련할 수 있는 기회이다.
훈련소의 교육내용은 현역병과 같으나 강도 면에서는 조금 떨어진다. 단, 정신교육 과목은 현역병에 비해 훨씬 높은 강도를 갖는다. 이것은 사회와 격리도가 낮은 상근예비역들의 조건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군사실무 분야에 대한 교육이 약하다고 해서 입대전 체력단련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매일 매일 완벽한 시간계획에 의해 생활해야 하는 까닭에 체력이 약한 사람은 배겨내기 힘들다.
“상근예비역이니까 사격 좀 못한다고 군대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니잖아!”하는 사고는 경계해야 할 생각이다. 상근예비역병 생활 중에도 군사실무적 기술에 대한 정기적 측정이 계속되며, 그 때마다 현역에게 뒤지는 것이 상근예비역들의 열등의식을 조장하는 한 근거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군사실무적 기술은 평생동안 필요한 것이다.
하루하루를 정리하는 계기로써 수양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수양록은 비록 저들의 구미에 맞는 인간형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 강제적으로 작성케 하는 일기이지만 우리에게 이것은 하루를 반성하고 퇴소 후 훈련소생활을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된다. 이렇듯 겉보기에는 저들의 손아귀에 있는 듯한 것들이 우리의 주의와 노력에 따라 유용한 것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종 보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훈련소내의 보직은 대부분 하기 싫어하는 궂은 일이지만 전우들에게 꼭 필요한 일들이다. 이와 같은 일들을 성실히 해내는 것이 바로 전우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계기이며 스스로에게도 여러 경험을 쌓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보직내용은 식사당번(음식을 타다가 배식하는 일), 보급계(한 달 간의 각종 보급품 수령 및 지급), 서무계(연초비 등의 금전관계 처리), 외곽 청소당번(소각장 청소 화장실 청소당번), 중대 선임병, 소대 선임병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훈련소 생활을 준비함에 있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바늘 하나라도 여분의 것을 가져가면 그것이 없어 쩔쩔매는 동료를 도와줄 수 있으며 이것은 그 사람과 친해지는데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 준비도 없이 닥치는 대로 생활하는 것을 대범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 신병 시절
4주간의 훈련소 교육을 마치면 남은 17개월을 생활해야 하는 곳, 즉 자대배치를 받는다. 보통 자대배치는 버스를 2번 이상 타지 않는 거리나 시간상 2시간 이하의 통근거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대부분 이 기준에 준하여 이루어지지만 예외적으로 어겨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람은 배치받은 부대의 인사계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토요일에 퇴소하므로 일요일은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 시간에는 함께 배치받은 동기들과 부대 위치와 차편 등을 알아두고 가능하다면 그 부대의 특성에 대해 사전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 신병들이 동일하게 경험하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생소함을 가지면서 적잖은 두려움에 휩싸이는 느낌이다. 신병기간은 이러한 생소함과 두려움을 자연스럽고 자신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첫 출근하는 날, 우선 부대 소개를 받는데, 말이 소개지 부대 각 곳을 돌며 신고식으로서 얼차려나 노래자랑 등 고참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활력소로 취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리에 익숙해지는 것이 부대생활에 익숙해지는 첫걸음이다. 그러므로 선임병이 ‘이것은 무엇이고 그 용도는 무엇이다’라고 말해줄 때 주의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 주의 깊게 설명을 듣다 보면 커다란 괴물처럼 보이던 부대가 조목조목 눈에 들어오고 그 속에 부속품 같아 보이던 군인들이 비로소 친밀한 사람으로 다가오게 된다.
다음으로 근무요령이나 각종 생활지침을 교육받는다. 대부분 신병은 이래야 하고, 이것은 안되고 등 언제나 신병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어서 그 내용이 다소 억지스러운 것도 있으나 대부분 선임들의 소중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이므로 충실히 따를 필요가 있다.
신병의 딱지를 뗄 무렵이면 근무형태(주간조, 야간조)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병력수급 계획이라는 한계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그 선택의 폭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일단 자신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의 계획에 맞추어 선택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주간조를 선택했을 때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장점을 이야기 하면 생활이 규칙적이고 짜임새 있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그간 나태한 생활습성에 젖어 있던 자신을 새롭게 추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단점은 야간조에 비해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야간조의 경우는 주간조와는 반대로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공부나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근무형태가 된다. 하지만 생활이 규칙적이지 못하고 낮과 밤을 바꿔 살아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스스로 철저한 시간배치를 해내지 못했을 경우 주간조보다 더 나태한 생활에 빠지게 되며 건강마저 잃게 된다.
신병 시절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면에서 철저히 배운다는 자세이며, 그 자세를 끝까지 견지하게 해주는 것은 약삭빠른 것과 구별되는 성실함과 정직함임을 강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