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열거한 문제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정착된 내무반을 상상하면서 혹자는 “그게 어디 군대냐!”, “콩가루 내무반밖에 더 되겠는가?” 할지도 모른다. 일면 수긍이 가는 지적이다. 그 지적들이 내포하는 것이 “계급체계의 강제성이 사라지면 개인주의가 만연할 것이다” 하는 문제제기일 때는 더욱 옳다.
그러나 문제는 내무반의 비민주성의 해소 내지 완화이지 규율의 파괴는 아니지 않는가? 우리 군대의 성격에서 비롯되는 억압적 규율을 민주적 규율로 바꾸자는 것이지 현재의 내무반 구조가 갖는 집단주의적 측면을 이기주의가 판치는 개인주의로 바꾸자는 말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첫째, 내무반의 민주주의적 변화의 필요성이 상ㆍ하급자 모두에게 깊이 인식되고 자발적으로 결의될 것. 둘째, 대중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의 방향이 제시될 것. 셋째, 적절하고도 대중적인 강제력이 발휘될 것.
이제까지 내무반내의 구조적 부조리를 개선하는 문제를 언급했는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중층적 계급구조의 상층에 있는 상급자들의 문제이다. 그들은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장기적인 일에는 관심이 없고 참견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신들의 처지가 급격히 하락한다면 하급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방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이익을 일정하게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그들을 친형처럼 대해주고 몸으로 뛰며 보살펴주는 헌신적 자세를 통해 상층의 상급자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 병장 시절
이 나라 군인 중 가장 자랑스런 이름 - 병장! 병장은 병사의 대장(별이 다섯)이다. 병장 시절 우리들이 해야 할 역할 또한 대단히 크다. 첫째 내무반내의 변화된 구조를 지속적으로 보장해 낼 계승성을 확보하고, 둘째 간부와의 관계에서 병사의 이익을 옹호해주고 관철시켜야 할 임무가 주어지며, 셋째 함께하는 전우들과 내용적 수준을 높여야 할 책무가 부여된다. 계승성을 확보하는 문제와 밀접히 연관된 것은 하급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개인주의ㆍ이기주의를 그들 스스로 극복하도록 하는 일이다.
기존의 억압적 상하구조가 이완되면서 개인을 주장할 조건이 상대적으로 보장되면 그 틈을 비집고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 이것의 극복은 하급자들이 스스로 상급자들을 존경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이익과 상급자들의 이익이 결국 같다는 것을 느낄 때 가능하다. 따라서 내무반내에 사랑과 신뢰의 기운이 가득하도록 혈연적 상하관계로 전우들간의 관계가 발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우들의 이익을 위해 헌신ㆍ복무하는 병사들의 대표로서 간부들을 대해야 한다. 사병의 통일과 단결의 힘을 근거로 간부와 마주해야지 개인적 자존심등을 앞세운다면 결과는 뻔하다. 그들보다 군사실무적인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우위를 점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럼 여기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들이 군생활을 통해 변화시켜야 할 것은 사병간의 억압구조 그것뿐인가? 아니다. 사병간의 억압! 그것은 사람의 본성적 특성인 자주성ㆍ창의성ㆍ목적의식성을 짓누르는 인류보편의 적인 까닭에 마땅히 싸워 없애야 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병사가 우리 군대의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지위를 얻기 위한 싸움의 한 영역이다.
전우들이 스스로 당하고 있는 폭력과 온갖 비인격적 대우들, 열악한 근무조건, 사상통제와 사상적 세뇌, 상급자의 횡포, 군 내부의 비리, 끊임없는 전쟁연습 등이 본질적으로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자신이 쌓은 전우와의 결합력을 기반으로 그들의 요구와 사정에 맞게 다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결코 아는 것을 자랑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되며 사람들 사이에서 녹아지는 여러 방식들이 활용되어야 한다.
● 전역 후 - 사회적응기간
남겨두고 온 전우들에게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도움을 줌으로써 책임성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감사의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받았던 온갖 보살핌과 정성을 군대내에서 아직도 생활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다. 면회와 편지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최신의 경험에 의한 조언을 해주고 고민도 들어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또 같이 전역한 전우들의 생활계획에 도움을 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