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석(군사평론가,‘반갑다 군대야’지은이, hiarmy3@hanmail.net)


● 신병 시절

6주의 훈련을 마치고 짝대기 하나를 가슴에 붙이면 사람들은 모두 뿌듯한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심지어 군생활을 다한 것 같은 흥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군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30개월을 살아야 할 곳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야 할 사람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자대에 도착한 후 공식적으로는 2주, 생활에 적응하는 정도에 따라 두 달까지 사람들은 새로운 병사를 ‘신병’이라 부른다. 신병이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곳은 소속 내무반이다. 내무반 인원은 대개 20-30명이며, 40-70명 되는 곳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어디에 가건 기본 생활단위는 같다. 30명 정도의 소대(내무반)가 생활단위로 된다.

신병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다. 고참들은 신병에게 첫째 내무반의 생활을 관찰하여 익힐 것, 즉 신병의 때를 벗는 순간부터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도록 견학하는 것, 둘째 내무반의 공동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중대가·대대가·고참 이름 등을 익힐 것, 셋째 빠른 동작과 큰 목소리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신병 시절을 어떤 결의로 어떻게 대치해야 하는가? 고참들은 자신보다 먼저 군에 들어와 실제로 고생하며 살았기 때문에 적어도 자신보다는 훨씬 유능한 군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입대전 군생활을 결의하면서부터 얼마나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인가. 겸손한 자세와 반가운 마음을 가슴에 안아야 한다. 이제부터 이들에게 내가 내세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학생시절 혹은 직장생활에서 내가 나름대로 쌓았던 경력이나 사람 관계, 나의 학력, 특기, 재력, 나이 등 모든 개인적 실력 차이들을 내보이면서 이들에게 나를 알아 달라 할 수도 없고 그러한 개인적 척도들로 그들과 친해질 수도 없다. 친해지고 인정받고 결합하는 길은 오직 그들의 눈에 성실한 신병으로 인정되는 것뿐이다.

올바른 군생활을 지향하는 신병은 ‘눈동자는 언제나 크고 빛나게, 행동은 항상 민첩하게, 말을 할 때는 늘 크고, 굵고, 짧게 끊어서 외쳐야 한다. 하루하루를 과학적으로 정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 바로 윗고참에게 착하고 성실하며 똑똑한 부하로 인정을 받고, 사병들과 결합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야 한다. 바로 윗고참이 신병 시절 가장 많이 대하게 되는 사람이고 자신에게 도움을 가장 많이 줄 사람이며, 이후 군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또 동기가 있다면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으며 형제처럼 돕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신없이 뛰어 다니면서도 머리는 늘 내무반 질서와 분위기를 익히며 간부와 사병간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참고해야 할 점은 시위전력이 있거나 연행된 경험, 직장에서 두드러지게 활동한 사람에게는 신원조회 결과가 십중팔구 ‘불가’로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은 신원조회를 하도록 하는 조건, 즉 예를 들면 교육계·서무계·C.P 당번병·통신대 비문계·정보병·무전병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신원조회를 통해 불가판정이 나오면 보안대의 지속적인 감시대상이 되며, 지휘관들에게 통보되어 부대내에서 일상적 감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신병은 늘 긴장된 자세를 흐뜨리지 말고 사람을 진정 사랑하는 까닭에 저절로 나오는 겸손과 사랑을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 이등병 시절

군대는 젊은이들이 지역과 직업에 관계없이 그리고 학력과 무관하게 와서 모여 있는 곳이다. 고졸이상이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사실 고졸 이하는 현재 젊은 층에서는 극히 소수일 뿐이다. 이렇게 각계각층의 존재기반을 갖고 다양한 전직을 갖는 사람들의 공동생활이라 배울 점이 많으며 간접경험의 기회도 풍부하다.

‘군생활을 잘 하면 사회생활도 잘 한다’는 말은 기왕의 의미에서 상하명령과 복종의 체계에 길들여지고, 공동의 생활에서 남보다 앞서는 데 필요한(?) 체제순응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군대의 속성에 길들여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군생활을 못하면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옳은 것으로 될까? 아니다! 군대는 위에서 언급한 것이 배움의 기회가 공동의 생활 가운데 베풀어지며 따라서 그들에게 배울 것이 엄청나게 많다. 그들로부터 배우고 전우들과 하나가 되어 그들 스스로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도록 돕는 과정이 군생활의 내용이어야 한다.

역시 우리들에게도 예외없이 "군생활을 잘하면 사회생활도 잘 한다"는 말이 유의미한 것이다. 그들에게서 배우는 일은 일반적으로 삶의 자세와 관련된 문제이다. 겸손의 자세와 배우려는 자세가 겸비될 때 비로소 각 지방 사투리나 동료들의 잡다한 간접경험을 단순히 알게 되는 차원을 넘어 전우들이 담지하고 있는 올바른 삶의 자세와 성실성, 진실로 착한 사람의 모습, 소박하고 겸손한 면, 용감하고 솔직한 모습 등을 익힐 수 있다.

이등병 시절은 특히나 사람들에게 배우는 기간이다. 무엇이 좋은 고참과 나쁜 고참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가? 어떻게 해야 동기들과 혈연적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가? 사격술은 무슨 수로 향상되는지 내무반 정리정돈과 청결유지를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

이등병 시절은 묵묵히 배우고 믿음직하게 일하며, 운동에서는 열심히, 사격하면 백발백중이요 행군에 낙오하지 않는 부하로서, 또 동기를 내 몸처럼 아끼는 혈연적인 동기로서 자신을 세우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세는 전우들 사이에서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최초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가 죽어 언제나 사람들에게 기계적으로 순응하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배워 능력과 성실을 인정받을 때만이 군생활 속에 묻어 있는 잘못된 부분들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획득할 수 있다.

이렇듯 희망찬 자세로 하루를 기쁘게 살아가야 할 뿐만 아니라 개선해야 할 일이 발견된다면 자신의 조건과 처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기 계급이 이등병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조국에 대한 불타는 사랑과 사람에 대한 애틋한 정을 가슴에 안고 있는 사람, 그는 중대장, 대대장, 아니 장군 앞에서도 내면적으로 더 당당하고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그는 거들먹거리는 간부들보다 진실로 병사들에게 더 필요하고 더 그리운 부하요 동기요 고참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신문, TV 등을 통해 생각을 넓히는 일도 이등병이라고 해서 게을리 할 수 없다. 이등병이 신문을 뒤적이는 일은 금기사항처럼 되어 있지만, 주머니에 넣고 뒤간에 가서 본다든지 근무시간에 혼자서 보는 등 무리하지 않은 가운데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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