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석(군사평론가,‘반갑다 군대야’지은이, hiarmy3@hanmail.net)


● 대기병 시기 - 각오를 새롭게

입대하면 처음에 3박 4일간 대기병으로 불린다. 대기병은 입소대대에서 지내며 신체검사, 적성검사를 다시 받는다. 신체검사는 병무청에서 했던 것보다 상대적으로 정밀하다. 신체검사, 적성검사를 거쳐 정상으로 판명되면, 군번을 받고, 주특기(논산 훈련소의 경우)를 받은 후 훈련소로 투입되는데 이 때 일정한 인원은 논산 훈련소로 투입되고 나머지 인원은 기차를 타고 의정부나 춘천으로 이동해 개별 사단 신병교육대로 투입된다. 물론 직접 지역보충대로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입대하는 곳은 논산, 의정부, 춘천 등이 있는데 이 중 논산만 주특기를 부여하고 나머지는 전투병으로 일괄 처리된다.

이 기간은 젊은이들을 징집하여 전투병으로 이용할 체력조건이 되는가를 점검하고 군을 운용하는 데 소요되는 기능상의 분류(주특기)에 따른 자원을 조절하고 획득하는 기간이며, 명령에 따라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군인으로 젊은이들을 길들이기 위한 예비기간이라 하겠다. 따라서 운전면허증, 타자, 주산, 부기, 펜글씨, 조리사 자격증 등 국가 인정 기술자격을 소지한 인원 외에는 개인적 취향이나 특기 등이 완전히 무시되고 마구잡이식, 행정편의 위주로 주특기가 부여된다.

주특기 분류와 관련하여 이 시기 참고해야 할 사항은 보안대, 특전사 등에서 실시하는 차출인데 보안대의 경우 고학력자 우선, 아버님의 직업등이 선발 기준이며 특전사는 신장 170㎝ 이상인 자 중 체격이 좋은 인원을 선발한다는 것을 고려해 보안사, 특전사 등에 대한 진로를 선택하고 있어야 하겠다. 대기병들은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불안해하며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로 인해 정신없이 통제에 따라 움직이면서 한편으로는 주특기 받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된다.

우리는 대기병 시절을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 3박4일 후면 뿔뿔이 흩어질 동기들이지만 그들과의 생활은 군대생활의 시작을 의미한다. ‘사람에게 첫인상이 중요하고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군복을 받아 입고 사제옷을 소포로 포장하는 그 순간은 입대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되는가?

그렇다! 나의 형, 삼촌, 아버님도 몇 해 전 이렇게 불안한 표정으로 똑같은 군복을 입지 않았던가. 군인으로! 진정한 군인으로 서기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되었다. 통제에 따라 전우들과 함께 움직이되 늘 불안해하는 전우들 틈에서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청소·배식·모포 접기 등에서 솔선수범하도록 한다. 군인의 삶을 시작한 지금부터 하루하루를 반성·정리할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취침 전 1-2분을 활용하거나 기타 창조적으로, 습관화해서 군생활 내내 스스로의 결의를 다지고, 생활에 활력과 과학성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 훈련병 시기

신병훈련은 6주간 계속된다. 체력단련(구보·태권도·목봉·체조·기타의 얼차려), 사격술, 행군, 각개전투, 제식훈련, 유격훈련, 정신교육 등이 교육의 주 내용이 된다. 20-30명의 인원이 6주간 한 내무반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하게 되며, TV 시청·라디오 청취·신문 구독·면회 등은 완전히 금지된다.

이 기간은 ‘복종만이 살 길’ 이라는 본능을 훈련병에게 철저히 각인하는 한편, 사병간의 관계를 자신들의 명령체계 안에서 기능적으로 조직된 체계로 고정시키는 기간이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적 분위기를 일상적으로 조장하고, 능력의 한계상 할 수 없는 명령을 남발함으로써 명령이 있는데 복종이 없을 경우를 의도적으로 연출한다. 이것은 불복종은 고통이요 불이익이라는 인과의 법칙(?)을 대중적으로 명확히 인식시키기 위해서이며, 동기들을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게 한다. 이러한 그 과정은 사람으로서 입대 전에 누렸던 존엄을 무시하고 유린하는 가운데 진행된다. 결국 자기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살고 이웃과 협동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복종을 기계적이고 조건반사적으로 몸에 익히도록 길들이기 위한 집중적 훈련기간이다.

훈련소는 명령에 ‘복종’으로 응답하는 군인을 만들어 내는 데 일차적 관심을 집중하면서 초보적인 군사실무를 교육한다.

초보적 수준이므로 관심있게 임하면 금방 익힐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나 구보·행군은 체력과 정신력을 상당한 수준에서 요구한다. 태권도 과목은 처음 해보는 사람이 많고 따라서 훈련병들이 힘들어 하는 과목이다. 태권도는 군대생활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므로 훈련소에서부터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 좋다. 1단을 획득하면 태권도 교육은 군대생활 내내 안 해도 되고 그만큼 자신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획일적인 복종을 길들이기 위해 교육되는 제식훈련이 한편으로는 훈련병들 간의 단결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동기들과 패배적·소극적 차원에서 이해하지 말고, 단순동작, 행동의 통일이 어떻게 정서적 통일을 조성하는 데 하나의 계기로 작용하는지를 집단주의적 훈련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군인에게 사격과 행군·구보·태권도는 필수적이며, 따라서 군사실무를 적극적으로 몸에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격술은 정신력과 자세가 좌우한다. 변혁적 군 생활의 결의에 넘치는 사람이라면 백발백중의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지속적인 정신교육이 진행되는데 공산주의 본질 비판, 좌경세력의 실체, 반북한 사상 주입 등이 초점이다. 무조건 달달 외우게 한 후 10-30분 내외의 발표문을 작성, 발표케 한다. 지휘관·외부인사 초청강연 등도 활용된다. 훈련병들에게 정신교육은 6주간 계속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괴롭히는 잡귀같은 존재이다. 피곤한 몸을 쉬는 데 사용해도 모자라는 일과 후의 시간, 취침시간까지 빼앗기면서 암기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말도 안되는 내용들을 눈을 감고 혹은 소리 내어서 외워야만 한다. 일배전에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보고·듣고·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에서 이미 알고 있던 사병들이 화해와 민족자결로 나아가는 세계사의 추세와는 아무 관련도 없고 더구나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정권을 옹호·정당화하는 내용까지 외워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피곤한 몸을 지탱해가며 감기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훈련병은 훈련소에 머무르는 동안 무엇을 중심으로 어떻게 보내야 하겠는가? 훈련병들은 최초 2-3일간 급격히 변화된 생활로 인해 불안해하고 허둥지둥 하다가도 이내 생활에 적응한다. 놀라울 정도로 빨리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그들 스스로의 결의와 행동을 통해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군을 지배하는 외세의 요구대로 자기의 모습을 외형적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훈련병 시절은 작용하는 환경에 자기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주적 요구와 지향대로 자아를 발전시켜 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생활이 타의에 의해 규정되는 일과를 보내면서 어떻게 주인다운 삶이 가능하겠는가? 행동은 동기들과 같이 하면서 곡으로만 끊임없이 “나는 아니다!” 뇌까리란 말인가?

군인에게 군사실무적 능력은 기본이다. 자대에서 받는 군사교육 훈련이 훈련소에서의 그것을 반복 숙달하는 것이므로, 훈련병 시절에 잘 익혀 두는 것은 자대생활에서 군사실무 분야에 관해 인정받는 군인이 되어 자주적 영역을 확보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군사실무 능력을 확보하는 일이 훈련병 시절의 기본이라 한다면 생활의 중심은 무엇이어야 하나? 의·식·주가 만족하게 보장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서로 반찬 한 개, 근무 5분, 성적 몇 점, 청소당번, 식기 닦는 일에 관한 실랑이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데, 이것은 동기들끼리의 경쟁을 의식적으로 조장하기 때문이다. ‘전우들과의 결합’을 생활의 중심으로 해야 한다 “6주 후면 흩어질 사람인데…” 하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하다. 이것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람을 대상화하는 나쁜 자세에서 비롯된 생각이며, 사병들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맺어버리는 기능적인 군생활을 유발할 수 있다.

모두가 배고프고, 졸립고, 고달프다. 훈련병 시절을 자신을 단련하는 기간으로 삼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동기를 대해야 한다. 자기 식기의 음식을 ‘양이 커서 계속 힘들어하는’ 동기에게 나누어 주거나, 질병이 생겨 식사하지 못하는 동기에게 자신의 ‘소중한 우유’를 준다거나, 또 남들이 배고파하는 일을 솔선해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들은 영향력을 갖춘 훌륭한 군인의 기본적 품성을 몸에 익히기 위한 그야말로 ‘훈련’의 과정으로 훈련병 시절을 보내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공동생활의 기본원리, 즉 노동력의 공동적 분배의 원리를 스스로 흐려가면서 무엇이든 해주는 태도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공명심에 근거한 행위는 결국 이기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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