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석(군사평론가,‘반갑다 군대야’지은이, hiarmy3@hanmail.net)


● 영장에서 전역증까지

○ 사병간의 억압!

그것은 사람의 본성적 특성인 자주성, 창의성, 목적의식성을 짓누르는 인류보편의 적인 까닭에 마땅히 싸워 없애야 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병사가 군대의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지위를 얻기 위한 싸움의 한 영역이다.

개인에게 군생활 2년 2개월은 자신의 지위와 역할이 복무 개월 수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군대의 긍정적 변혁을 지향하는 군 생활은 매 시기 부여된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범위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목적의식적으로 극대화하는 과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전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지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시기마다 자신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이것을 시간에 따라 소개하는 것이 이 글의 몫이다. 물론 여러 사람의 경험을 체계화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경험담’의 한계를 과학적으로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는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 현역 - 영장을 받고
‘현역병 입영대상으로 선발된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글귀가 큼직하게 찍힌 ‘입영통지서’를 사람들은 영장이라 부른다. 일제가 제국주의적 야욕을 채우기 위해 도발한 침략전쟁에 조선의 청년들을 강제로 내몰아 대포밥, 총알받이로 희생시킬 목적으로 국민 총동원령을 내리고, 이 땅의 청년들을 마구잡이로 일본군에 징집해 갈 때 내밀던 ‘소집통지서’는 분명 구속영장, 수색영장 등 무시무시한 단어들 뒤에나 붙는 ‘영장’이라는 낱말의 느낌을 압도하는 일제식민지 억압의 상징이었다. 이렇게 하여 붙여진 ‘징집통지서’의 별명 ‘영장’은 오늘까지도 피하고만 싶은 두려움의 종이로 생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젊은이들에게 정확히 차례로 교부되고 있다.

영장은 입영일을 기준으로 30일 전에 본인이나 가족에게 교부되는 것이 보통이고 흔하지는 않지만 10일 전이나 5일 전에 교부되는 경우도 있다. ‘입대’에 대해 주체적 입장을 갖는 젊은이라면 합리적으로 입대 전 생활을 결산하고 입대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영장이 느닷없이 코앞에 닥쳐 허둥대는 일은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하는데 조건이 허락하면 병무당국에 미리 찾아가거나 전화문의를 할 수 있다.

아무리 혈기에 넘치는 젊은이라도 막상 영장을 받고 나면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다. “입대일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구나! 일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다 만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꺼번에 밀려드는 해야 할 일들, 그리고 다가오는 불안감과 고립감―. 열흘이 남았건 한 달이 남았건 영장을 받아 들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결의를 점검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제 끌려가면 어느 전선 어느 낮선 땅에서 어느 편의 총탄에 목숨을 잃을 지, 시신마저 황량한 벌판이거나, 바람찬 시베리아 눈속이거나 남방의 숨막히는 밀림 속 어딘가에 흔적도 없이 썩어질 게 불을 보듯 명확한 채로 징집되었던 일제시대 장병, 학병선배들도 계셨는데… 개게 두려울 게 무엇이며 거칠 것 또한 무엇인가! 나와 같은 시각에 영장을 받은 수많은 이 땅의 나의 젊은 동기들을 저 국방색 울타리 안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만날 내가 아니가!!

영장을 받고 처음 해야 할 일은 남은 기간을 세분하여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계획표로 완성하는 일이다. 계획표가 포함해야 할 내용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 인사 :
친척, 친지들 중 필요한 분을 찾아보는 계획을 세운다. 이제까지 자신이 맺은 사람과의 관계를 사랑과 신뢰의 끈으로 굳게 발전시켜 내기 위해서 정서적 차원에 한정된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을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개별의 사람과 맺은 관계를 더욱 진전시켜 내는 데 있어 기왕의 내 잘못으로 걸림돌이 될 것들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그것들을 참고로 하여 자신의 입대에 대한 결의를 설명하는 가운데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힘차고 당당한 모습은 인사를 받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될 것이며, 그 때 비로소 떨어져 있는 동안 격려와 고무를 주고받는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되게 하는 약속도 명백한 자기근거를 갖게 될 것이다.

○ 생활(일)정리 :
자신의 현재 처지에 따라 각기 다른 내용을 갖고 상이한 위상으롤 제기되겠지만, 만일 단체에 소속해서 활동했던 사람은 자기가 담당했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확실히 인계되도록 이유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 직장 또는 아르바이트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도 가능하면 자신의 자리를 채울 사람을 책임감 있게 구하는 게 좋다.

○ 체력단련 :
신병훈련소의 훈련강도는 앝잡아 볼 수준이 아니다. 환경이 급격히 바뀌기때문에 체력이나 건강에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특별히 신경을 쓰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처지에 맞게 체력단련 시간을 배치해야 한다. 적어도 영장을 받아 들면 매일밤 만취되어서 귀가하는 게 정상처럼 오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여러 가지 준비 :
영장을 받아 들면 그 이후로는 어제까지 눈에 뛰지 않던 군인이 왠일로 그리 많이 보이는지…. 온통 거리에 군복만 보이게 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이것은 자신의 관심이 군대, 군인에게 일차적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군을 소재로 한 영화·책·자료 등을 보고 싶은 요구가 생겨나기도 하고, 자기의 일대기를 써서 이제까지의 삶을 총정리하고 싶은 내적 요구가 나서기도 한다. 가족에게 소홀했던 점들이 반성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가족들을 대함으로써 내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전달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들이 떠오를 수 있다. 정서불안에서 오는 잡다한 신경반응과 구별되는 차분한 정리가 필요하다.
또, 가벼운 외상, 피부질환 등 자신의 건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들은 치료해야 한다. 한편, 비뇨기 계통의 수술도 하는 것이 좋다.

○ 애인 :
사람 사이의 관계는 늘 변화한다. 연인 사이라면 특히 그 변화의 방향이 입대를 통해 방해받지 않으면서 더욱 굳건해지는 단련의 기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 사이의 관계를 옳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조건이 입대를 통해 급격히 불리하게 바뀌므로, 입대를 결의한 젊은이는 ‘조건의 불리함’을 뚫고 관계 자체를 질적으로 고양해 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연인은 군생활 동안 자신에게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을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에게 자신의 군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구하고, 구체적 방법들을 토론하는 일도 중요하다.

○ 또 다른 준비 :
군대가 주는 제약을 주인답게 극복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보장하는 조건을 찾아 결합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의 실정에서 그러한 조건이 준비되어 있느냐 하는 현실적 물음에 대해 긍정적 답을 내오기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찾아보면 꼭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경우, “나로부터 시작하자!”, “먼저 필요를 느낀 사람부터 시작하자!”는 주인다운 입장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세상을 변혁해 왔고, 세계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을 넓혀왔다. 이 땅의 조상들도 자신들의 요구에 맞게 서로 단결해 왔고 단결력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생활여건을 조성하지 않았던가! 오늘을 사는 이 땅의 젊은이들은 이제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입대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고 창조적 방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처지와 위상에 합당한 결합을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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