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4일 새벽 계동 현대본사에서 투신자살했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창설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5남이자 후계자로 대북사업을 총괄해왔다. 정 회장은 1998년 금강산 관광사업 등 대북사업을 관장하기 시작했고 최근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육로관광사업을 총괄했다. 무릇 모든 인간의 죽음이 애석한 법인데, 정 회장의 죽음에 우리가 특히 애도를 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가 6.15남북공동선언 이전부터 대북사업과 남북경협의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드는 몇 가지  생각이 있다.

먼저, 정몽헌 회장의 자살 동기가 밝혀져야 한다. 모든 죽음 뒤에는 배경과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정 회장은 유서 3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유서에는 자살 동기가 나와 있기 마련인데, 현재 공개된 것만으로는 자살원인이 명확히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자신이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던 대북사업이 특검과 대검에서 범죄로 단죄되면서 받은 정신적 충격과 좌절감이 자살의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흔히 얘기되고 있다. 자살 동기가 명확히 밝혀져야만 고인의 죽음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법이다.

둘째, 자살의 동기도 밝혀져야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다. 정 회장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에게 남긴 친필유서에서 "(정주영)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고 적었다. 또한 정 회장은 부인에게 남긴 유서에서는 "나의 유분(뼈가루)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모두가 선친의 유업에 대한 강한 집착과 아울러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미련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인의 뜻을 받들어 대북사업과 남북경협은 계속되어야 한다.

셋째, 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통일세력과 반통일세력이 명확히 갈라진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대북사업을 민족사업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대북사업의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사실 현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없는 사업을 대행해 왔는데, 이를 반통일세력은 끊임없이 특혜라고 비난하면서 발목을  잡아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대북송금지원을 빌미로 현대의 대북사업은 특검의 도마위에 올랐고 그 민족적 역사적 의미는 크게 훼손당했다. 지금 반통일세력은 여전히 정 회장의 죽음의 의미를 폄하하고 자살 원인을 `대북사업` 속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정몽헌 회장과 현대의 대북사업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발표로 이미 그 역사적 정당성과 가치를 부여받았다. 정 회장의 뚝심있는 대북사업이 민족화해의 물꼬를 튼 것이다. 정 회장은 `돈`으로 민족의 이익과 통일사업에 기여한 보기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 회장은 재벌2세이기 전에 `민족자본가`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넓은 의미에서 `통일의 일꾼`을 잃은 것이다. 삼가 고 정몽헌 회장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도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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