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구애(求愛)가 점입가경입니다.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일본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에게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김정은)가 만나고 싶어 한다면 만나고 싶다”며 “그가 만나고 싶어 하면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는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위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연장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어 하는 집념이 아주 집요합니다.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전에도 많았지만 이번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100% 열려 있다”며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낸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동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언급했습니다. 뉴클리어 파워란 ‘핵 보유국’을 말합니다.

‘뉴클리어 파워’ 발언은 트럼프다운 아주 영리한 수사입니다. 게다가 타이밍도 아주 돋보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한국과는 일체 만나지 않을 것이고 미국과는 조건부로 만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김 위원장이 내건 대미 조건부란 ‘미국이 허황한 (대북)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여 만남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진심으로’ 김정은을 만나보고 싶은지, 김정은이 원하는 답인 ‘뉴클리어 파워’라고 응한 것입니다. ‘비핵화 집념을 버리라’는 김정은의 훈수에 대한 응답이자 유인책을 쓴 것이지요.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김 위원장과 회동 의사를 직접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밝힘에 따라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이뤄졌던 양자 간의 ‘깜짝 회동’이 재연될 수 있을지, 세계의 시선이 경주에 쏠리고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의 ‘뉴클리어 파워’ 발언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합니다. 그래도 상황이 이 정도까지 진전됐다면 이제 북미회동 성사 여부는 김 위원장의 반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김정은은 과연 트럼프를 만날까요?

‘김정은-트럼프’ 두 정상의 세 차례 만남을 간략히 복기해 봅시다. 첫 번째인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은 아주 잘된 편입니다. 향후 양국 관계정상화의 주춧돌을 세운 셈이니까요. 그 기세로 구체적인 해법이 나올 듯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은 ‘노딜’로 끝났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트럼프가 다된 밥을 내친 격이 되었고, 북한으로서는 천추의 한이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북한에게 미국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였습니다. 그해 6월 말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가 예정된 DMZ 방문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김정은과의 깜짝 회동이 이뤄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합의한 북미 간 후속 실무회담이 그해 10월 스톡홀름에서 결렬됨으로써 향후 북미대화는 올스톱되었습니다.

교훈은, 북한은 공식 회담이든 깜짝 회동이든 결과가 보장되지 않으면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노이 회담과 판문점 회동이 이를 방증합니다. 특히 이번에 ‘김정은-트럼프’ 만남이 성사된다면 이는 2019년 6월 말 판문점 회동의 속편인데, 이 같은 깜짝 회동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기시감이 들기도 합니다. 모양은 좋을 수 있지만 내용은 부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깜짝 회동의 장점은 그간의 어려움과 아쉬움을 한 번에 날려 보낼 수 있지만 향후 진전에 있어 성과는 미지수입니다. 번갯불에 콩 튀어 먹을 시간에 북한과 미국이 뭘 주고받는 식으로 정교하게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찰을 좋아하는 북한이 더 이상 미지의 곳에 몸을 던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처럼 경험적이고 상식적으로 본다면 김정은은 트럼프를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 역사는 파격과 돌연변이에 의해 바뀌기도 하고 전진하기도 합니다. 사실 두 정상은 전에도 파격성과 전격성을 선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만남을 주도해왔으니까요. 트럼프가 경주에 와서 떠날 때까지 양자 회동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