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은 경주 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조현 장관은 3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관련 질문에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지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하고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APEC 정상회의 초청장을 발송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계기 중국 방문에 대해서는 “사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다자 무대에는 처음 서는 것”이라며 “국제무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나오는 것이고 또 소망해본다면 이것이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만약 이번 방문에서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더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된다면 우리로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기대감 보다는 우려를 표했다.
조 장관은 “북한이 러시아와 굉장히 가까워지지 않았느냐”며 “아마 북에서는 러시아의 한계를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다소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복원시킬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었지 않았나”라고 해석하고, “북한이 제대로 된 정상 국가가 되려면 언젠가는 미국 또 우리 대한민국과도 협력을 같이 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가능성도 대비해서 우리가 국회의장께 필요한 자료를 다 가지고 가서 설명도 드리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했다”면서도 “(북한이) 한국 측 대표단과 접촉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을 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크게 희망적이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생산을 하고 있으니까 그것을 중단을 시키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중단하고 협상하고. 비핵화는 그다음 단계, 마지막 단계”라고 이재명 대통령이 방일 전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동결, 축소, 폐기’ 3단계 방안을 재확인했다.
또한 “우리보다는 결국은 미국이 북한의 어떤 태도로 어떻게 협상을 하느냐 그런 것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피스 메이커가 되고 본인께서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 하는 것은 아주 정말 적절한 표현이었”다며 “앞으로 미북 관계 또 북한의 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 중요한 지침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결국은 미국이 앞서 나가야 북한이 거기에 호응하고 함께 비핵화 협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시작이 되는 것”이고, “대한민국이 그것을 현실적으로 좌지우지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한, 매우 현실적인 실용주의 철학에 기반한 대북 문제 또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개념”이라는 것.
문재인 정부 시기의 북한 비핵화에 발목잡힌 이른바 ‘선 북미협상, 후 남북관계 개선’ 프레임의 재판인 셈이다.
조 장관은 한일·한미 정상회담 당시 예상과 달리 일본을 건너뛰고 서둘러 미국행에 오른 이유에 대해 “무슨 꼬여서 엄청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당초에 루비오 장관하고 또는 백악관의 다른 부보좌관하고 얘기를 해서 최종 점검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조금 일찍 오는 게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직항편도 못 구한 채 미국행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지금 국제 질서가 완전히 재편이 되고 있다. 그것의 시발점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며 “(이 대통령의) 과거 시기의 안미경중은 곤란하다 그런 말씀으로 이해가 된다”고 설명하고 “한중 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겠다 그리고 오는 10월 말에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오면 한중 관계도 또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실리외교를 지칭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관련 질문에 “과거에 한국은 안미경중 태도를 취한 게 사실이지만 이제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이며 “(중국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는 솔직한 해명도 내놨다. 윤석열 정부와 차별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대목이다.
조 장관은 “중국도 이런 상황을 잘 이해를 하고 있다”며 “그(APEC 정상회의) 전에 왕이 외교부 장관이 방한하거나 제가 방중하거나 하는 것도 지금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중국으로부터의 큰 도전이 있고 그런데.. 미국과 협력을 함으로써 아주 큰 새로운 발전의 룸이 생기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선이라는 것은 한미 간의 관계를 강화시켜 나가는데 새로운 말하자면 고리와 같은 것이 된다”고 한중관계 보다는 한미동맹에 방점을 찍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