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이종섭 국방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두 업무보고(1.11)에서 2023년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책 전력 보강 계획을 제시했다. 이 장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 전 교란파괴 개념 발전', '북한 전 지역에 대한 파괴능력 확보' 등 대북 공세적인 개념을 한국형 3축체계에 반영해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핵 선제사용 하는 상황을 가상해 2월 중순에 미국에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연습은 북한의 핵 위협, 핵사용의 전 단계, 실제 핵사용 단계 등 3단계를 가정해서 각 단계마다 한미의 군사적 대응방안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2023년 새해 벽두에 한미와 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이 본격적으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필자는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인간의 판단오류나 첨단무기의 오작동으로 인해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시작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우발적인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전쟁억제력을 강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해 남북미 3국 간 대화분위기 조성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한미-북한 간에는 고전적인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에 빠져있다. 한미당국의 입장에서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강력한 확장억제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한편, 북한의 입장에서 대규모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복원과 한반도 주변에 무시무시한 최첨단 전략자산 전개는 북한지도부의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을 악화시키고 있고 한미위협에 대응하여 북한이 강력한 핵무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것은 한미-북한 간 안보딜레마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안보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hostile tit-for-tat strategy)을 우호적인 맞대응 전략(friendly tit-for-tat strategy)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핵심과제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군부는 한반도에서 민족상잔인 또 다른 전쟁은 '김일성 민족'을 포함하여 홍익인간의 후예인 우리 한민족이 공멸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지도부가 핵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은 큰 오류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의 시각에서 피포위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생존전략으로 제2 타격능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소모적인 군비경쟁을 지속한다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생존과도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북한인민군 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2.8)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과 함께 고체연료 ICBM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 등장한 사진을 2월 9일 공개했다. 한미 양 정부의 안보위협에 대응하여 북한은 강력한 제2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미·대남 적대적 메시지가 없는 이유에 대해 많은 추정이 있지만, 필자의 견해는 김 위원장이 한미 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이며 김 위원장이 아직도 한미 양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2022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8번 발사를 포함하여 70여발 각종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무력시위'(도발)를 한데 비하면 금년에는 현재까지 1월 1일 탄도미사일 1발을 제외하고는 북한의 '무력시위'가 없어 자제하는 모습이 보인다.

따라서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017년도 한반도 위기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전환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미당국도 한반도 전쟁 위기관리를 위해 소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시작으로 대화분위기 조성에 힘써주길 기대한다. 향후 한반도에서 지난해처럼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이 반복된다면 한반도 위기가 고조 되어 인간의 실수나 기기의 오작동으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핵전쟁의 단초가 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몹시 불안하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최고의 가치가 동북아 국가들의 핵심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21세기 핵 시대에 한반도의 미래는 남·북·미 3국간 강대긴 맞대응 전략을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북한의 2월 8일 열병식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미 국무부 부대변인 파텔이 2월 10일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추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처음 공개한 것과 관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 및 외교적 해법 추구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의 핵 위협을 감소하는 유일하게 효과적인 방안은 비확산이라고 믿는다"면서 "이 문제에 있어 북한의 진지한 대화 관여를 위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떤 응답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바이든 미 행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에 북한에게 나오라고만 하지 말고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대화 분위기 조성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해리스 폴'의 최근 여론조사(1.17-19)에 따르면 미국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미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 미국이 북한에 회담을 제안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답변자의 68%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에 회담을 제안해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월 8일 보도했다. 또 답변자 58%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외교적 또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답변자도 지난 2021년 같은 조사보다 11%포인트 오른 52%로 나타났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북한에 연락사무소 개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 조사보다 7%포인트 오른 5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미국시민들도 북한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미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위기를 관리해 줄 것을 원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독자 핵무장 발언과 관련하여 미 바이든 행정부는 심기가 매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무엇이 장기적 국가이익인가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31일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이종섭 국방장관과의 석 달 만에 열린 서울회담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첫 번째 의미 있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었다. 지난 1월 초 윤석열 대통령이 독자 핵무장/전술핵무기 재배치 이슈를 언급한 이후 국내와 미국에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바이든 미행정부가 한국정부의 독자 핵무장을 잠재우기 위해 그 동안 미국의 확장억제력 강화 구호만 무성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과 실행력 강화 조치들을 재확인하였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의 특징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언급한 이후 미국이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Deterrence Strategy Committee Table Top Exercise)을 구체적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철통같은(Ironclad) 확장억제 공약을 포함해 한국이 미국의 핵심이익(Core Interest) 지역임을 강력히 강조해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향후 한국의 독자 핵무장 논의는 불필요하게 될 것이고 비생산적인 한국의 독자 핵무장 논의는 이제 그만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일부분 대미불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공고한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철통같은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억제력의 붕괴를 자초하게 될 것이 확실시 되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국가이익을 위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독자 핵무장 논의는 그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시점에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해 남·북·미 3국 간 대화재개가 시급하다. 그러므로 3국 간 대화를 위해서는 대화분위기 조성이 필요한데 3국이 해야 할 일을 간단히 요약 한다.

첫째, 미국은 대북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바란다.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일부분 대화조건을 수용하고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면 북미대화는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의 일부분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미 군사훈련 일시 중단이나 축소나 일부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전환은 강대강 맞대응 전략에서 우호적/협력적인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현 한국정부는 남·북·미 3국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사용하는 대신에 ‘북한 비핵화’를 사용하여 혼란이 초래할 우려가 있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수정하고 선 비핵화 조치를 수정할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세적(북한지도부 참수작전 등) 한미 연합훈련을 잠정적으로 중단해야 하고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상호우호적인 관계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북한은 즉각 “무력시위” 혹은 “군사 도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ICBM 탄도미사일/핵실험을 즉시 중단하고 책임 있는 유엔회원국으로 유엔안보리 결의를 존중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일부 대화조건이 충족되면 북미/남북 대화를 재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치들이 대화분위기 조성에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미 3국이 이러한 조건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한반도에서 우발적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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