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07년 10월 4일, 조국통일의 비전과 경로를 제시하였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이 아직도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특히 올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연구소는 10.4선언 9주년을 맞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세 번에 걸쳐 연재하고자 합니다.

1. 대결에 사로잡힌 박근혜 대통령
2. 북한붕괴만을 쫓은 외교-국방부
3. 정부 자격을 상실한 통일부

 

2. 북한붕괴만을 쫓은 외교-국방부

올해 1월 22일, 외교부와 국방부, 통일부는 청와대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합동 업무보고를 실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각 정부부처는 한결같이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이들은 겉으로는 대북정책을 ‘북핵 문제 해결’이라고 포장하였지만 그 포장을 열어보면 내용물은 ‘북한붕괴’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북한 핵문제를 야기한 것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인데,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개발을 계기로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겠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거부한 외교부

외교부는 만사를 제쳐두고 대북제재에 매달렸습니다. 지난 1월, 북한의 제4차 핵시험 때부터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을 이끌어내는 데에서 더 나아가 독자적인 제재조치를 언급하였습니다.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북한이 뼈아픈 대가를 치르도록 한다는 단호한 입장에 따라 우선 안보리 차원의 실효적 제재조치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집중하는 한편, 양자 차원의 독자적인 제재조치도 아울러 적극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나아가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월 25일, "국제사회에도 지금은 북한과의 구체적인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국제사회 일각의 대화 모색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외교부가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국가의 대외정책은 외교부, 국방부 등 여러 부서가 분담합니다. 흔히 대북대결과 대북대화의 투트랙이라고 할 때, 국방부가 대결을 주관하면 대화를 주관하는 것은 외교, 통일부입니다. 정부차원에서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외교부는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대화분위기 마련을 준비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미리 차단하였습니다. 결국 외교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나라를 찾아가 대북제재에 함께 하자고 종용하는 것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아나나 다를까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월 25일,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한 만큼, 미국 등 우방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중국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경주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당시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핵폐기와 평화협정 투트랙 구상’을 제시해 미-중 외교장관들이 대화를 모색하려는 조짐을 보일 때였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무산된 이야기이지만 작년 말에는 북-미가 '평화협정'을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외교부까지 총동원해 북한과의 대화는 거부하고, 주변국들에게는 대북대결에 함께 하자고 설득한 것입니다.

인권을 외면한 인권공세

심지어 외교부는 북한인권의 실질적 문제는 외면하면서 북한인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였습니다.

지난 8월말, 북한 함경북도에 대규모 수해가 났을 때 외교부 선남국 부대변인은 “북한 주민이 대규모 수해 피해를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근본적으로 그간 북한 주민들을 돌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 당국을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수해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였습니다.

자연재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여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에도 언급된 사항입니다. 북한인권법 제7조는 ‘재해 등으로 인하여 북한주민에게 발생한 긴급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교부는 북한핵문제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며, 대북지원에 정치적 이유를 삽입하였습니다. 이는 북한주민들의 생존권을 정치적 논리로 무시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러면서도 외교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습니다. 재해지원이라는 인도적 지원조차 거부한 채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며 공세를 퍼붓는다면, 국제사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일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중국의 비판에 직면

박근혜 정부는 시종일관 북한붕괴 외교에 나서다가 결국 7월 8일,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발표하면서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자초하였습니다. 3월달만 하더라도 대북제제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중국과의 외교에 온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하더니, 불과 3-4달이 지나자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한반도 사드배치를 공식 결정해 중국의 비판에 직면하였습니다.

한미의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에 의해 대북제재에 중국을 끌어들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중국외교가 완전히 파탄나버린 것입니다.

지난 9월에는 북한이 제5차 핵시험을 단행하자 이제 유엔제명을 주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9월 23일, 윤병세 장관은 제71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상습적 범법자”라고 공격하면서 “북한이 평화 애호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를 심각하게 재고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공세를 높였습니다.

이 역시 중국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9월 23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윤병세 장관의 유엔에서 북한을 제명하자는 주장에 대해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에 관해서는 유엔 헌장에 규정이 있다”며 “우리는 유관국들이 어떠한 언행을 할 때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외교부의 대북제재 일변도의 외교는 한반도 긴장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은커녕 문제해결을 훨씬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선제공격을 검토한 국방부

한편 국방부는 지금껏 내걸었던 방어적 측면의 “억지전략”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 핵을 먼저 공격할 수 있다는 선제공격을 주장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올해 3월의 키리졸브 훈련과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었습니다.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는 키리졸브 훈련을 강행하였습니다. 한미군당국은 방어적 차원의 연례행사라고 했지만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등 대북선제타격 수단들이 줄을 이어 한반도에 들어왔습니다. 핵추진 잠수함 ‘노스케롤라이나’호가 2월 16일 부산항에 입항하였으며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함이 키리졸브 훈련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바다 건너 일본에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대기하였습니다.

8월 22일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시작하였습니다. 한미연합군은 2015년 UFG연습부터 대북 선제공격전략인 '맞춤형 억제전략'을 전면 적용하였습니다. ‘맞춤형 억제전략'이란 북한의 핵 위기 상황을 위협단계, 사용임박단계, 사용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하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사용임박단계), 한미연합군이 먼저 북한 핵시설을 선제공격하겠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UFG연습에서는 생물방어연습까지 실시된 것으로 보입니다. 주한미군의 탄저균 반입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의 일인데, 미국은 또 다시 생물방어연습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한미당국의 맞춤형 억제전략이 과연 실현가능한 전략인가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북한 핵을 먼저 공격해서 발사 전에 제거한다는 전략은 북한 핵탄두가 3-4개 수준일 때는 실제로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까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이란 이름으로 3년째 핵증산을 해왔습니다. 지난 5월 <뉴욕타임즈>는 북한 핵탄두를 20여개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핵탄두를 19개까지 먼저 발견해서 파괴했다 하더라도, 마지막 1개의 핵탄두를 막지 못한다면 “맞춤형 억제전략”은 완전히 실패한 전략이 되고 맙니다. 게다가 지금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해 완성에 근접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수중킬체인”을 주장하며 SLBM도 막아낼 수 있다며 호기를 부리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에 발벗고 나선 국방부

무엇보다 국방부는 7월 8일, 미군과 함께 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식발표하였습니다. 사드배치는 우리 외교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였지만, 군사적 측면의 위험은 그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국방부가 성주에 배치한다고 밝힌 사드는 국군이 운용하는 우리의 장비가 아닙니다.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그 일대는 주한미군이 관할합니다. 결국 10만평에 달하는 사드부지는 주한미군기지로 규정됩니다. 주한미군기지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협정에 의거해,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기지이용료도 받지 못한 채 땅을 내주게 됩니다. 이는 결국 우리 영토를 미국에게 그대로 갖다 바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미국 앞에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미국의 손에 맡겨버린 무책임한 결정입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7월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국에 사드 배치를 요청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판단은 미국이 한다. 미국이 (판단)하고 우리는 받아들였다"고 발언했습니다. 나아가 김 실장은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이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한국에 요청했고, 한미동맹체제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도 7월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드 배치는) 여론으로 결정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사드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중국의 베이징 일대 구역까지 사드 레이더로 샅샅이 정탐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미국은 미-중간 갈등이 촉발될 경우,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수단도 갖추게 됩니다. 그러니 중국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향후 군비경쟁이 격화될 것도 필연적입니다.

결국 국방부는 맹목적인 대북대결에 나선 나머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추진되는 사드 한반도 배치를 덥썩 물어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한 것입니다.

대결을 전면화한 국방부

국방부의 대북 군사훈련은 대결적 성격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1일, 국방부는 북한 최고수뇌부의 집무실을 타격하는 “정밀타격훈련”을 벌여 북한의 극렬한 반발을 샀습니다. 당시 북한은 조평통의 중대보도를 통해 “이 시각부터 조선인민군 정규부대들과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를 비롯한 우리의 혁명무력과 전체 인민들의 일거일동은 박근혜 역적패당을 이 땅, 이 하늘아래에서 단호히 제거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복전에 지향될 것”이라고 반발하였습니다.

8월 4일에는 이순진 합참의장이 연평도에 있는 해병대 연평부대와 해군 고속정 전진기지를 현장점검, 지도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합참의장은 “적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적 도발 시에는 도발의 근원을 확실하게 제거해 전우들이 목숨 바쳐 지켜 낸 서북해역을 사수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특전사는 북한의 기습도발을 억제한다며 특수전사령부의 기습도발작전을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8월 6일, <MBC>는 특전사의 동해안 침투 해상훈련을 공개하며 은밀하게 이동해 침투에 성공하기 위해 5km 해변 구보와 3.6km 맨몸 수영, 7.2km 오리발 수영을 2시간 이내에 완료하는 체력단련을 매일 반복하고 생존 수영과 수중 장애물 제거와 파괴 등 고강도 훈련이 이어진다고 보도하였습니다.

한반도 긴장을 증폭시킨 국방부

올 한 해 국방부는 대북대결을 전면화해 결과적으로 한반도를 커다란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올해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오로지 대북대결정책으로만 대응한 결과 북한에게 대응논리를 주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체제를 위협해 부득불 군사적 조치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미국을 등에 업는데 치중한 나머지 중국의 반발을 사고 말았습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은 너무 자극적이어서 북한의 이후 군사행동에 명분을 제공해버린 부작용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결을 고집하다가 외교와 안보의 두 가지 자산을 모두 위험에 빠뜨렸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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