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최근 ‘신의주 국제경제지대’(특구) 개발에 합의하면서 산업구역 한 곳을 남측에 떼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기업은 5.24조치로 인해 대북 투자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중앙일보>는 26일 “북한의 대외경제성과 중국 랴오닝(遼寧)성 정부가 최근 신의주 특별행정구(특구)의 본격적인 개발에 합의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25일 밝혔다”면서 “북한은 향후 5년 내 특구의 기본 인프라 건설을 마치고 10년 내에 특구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초건설에 1000억 달러(약 112조원), 총 투자 규모는 4000억 달러(약 4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고 단독보도했다.

북 “한국 참여 결정하면 산업구역 할당해 줄 수 있다”

▲ 지난 22일 북중 간에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공동개발 계약이 체결됐다. <통일뉴스>가 입수한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발총계획도’.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27일 “류윈산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방북 후 지난 22일 북한 대외경제성과 중국 랴오닝성 정부가 신의주특구의 공동개발에 서명했다”며 “한국이 참여를 결정하면 산업구역을 할당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이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일뉴스>가 입수한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발총계획도’ 상에는 기존 산업구역 한 곳과 신규 산업구역 두 곳, 그리고 산업예비지 두 곳이 표기돼 있다. 북측은 신규 산업구역 중에서 한 곳을 남측이 원한다면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것.

신의주특구는 2002년 행정특구로 개발돼 화교 출신 네덜란드 사업가 양빈(楊斌)이 행정장관을 맡게 됐지만 중국 정부가 양빈을 탈세혐의로 체포해 무산됐고, 2012년 장성택이 북중 간 핵심사업으로 재추진하려 했지만 처형당하면서 역시 무산됐다. 당시에도 북측은 중국은 물론 한국의 참여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아는 바 없고, 확인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남북간 경제협력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5.24조치가 엄존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북측이 손짓을 해도 남측 정부나 기업이 선뜻 나설 형편도 못 된다.

북중간 전격 계약이 체결된 배경에 대해 이 소식통은 “납치문제를 앞세우고 있는 아베 일본 총리가 북한과의 협상을 진전시켜 방북하고, 원산을 거점으로 대북투자에 나설 구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본의 대북 진출에는 당연히 미국의 암묵적 동의 내지는 지원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전했다.

나아가 “북한은 이번에 방북한 류윈산 중국공산당 상무위원에게 일본을 압박카드로 꺼내들어 본격적인 대북투자를 요구했고, 중국 측이 이에 호응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당창건 70주년 기념행사 때 인공위성 발사를 자제하고 류윈산 상무위원이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한 것을 주목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북중관계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고위급 인사들의 교류와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뒤따라야 하고, 결국 북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지노.골프장 대신 대규모 ‘신의주 운하’ 등장

▲ <통일뉴스>가 입수한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발총계획도’ 중 일부. 신의주 운하와 남신의주 운하물길이 교차하고 있다. 공원과 산업구역, 산업예비지도 보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번에 입수된 신의주특구 개발총계획도에 따르면 임도관광개발구와 유초도 사이에 압록강 물을 끌어들여 ‘신의주 운하’가 건설돼 신의주 북서지역과 남동지역을 갈라 놓는다. 이에 따라 운하를 건너는 10개의 다리가 건설된다. 신압록강대교 위쪽 류초도와 신의주를 잇는 ‘류초1다리’와 ‘류초2다리’도 새로 건설된다.

또한 평원선 철길을 따라 신의주 운하와 십자형으로 교차하는 ‘남신의주 운하 물길’이 배치돼 있다. 신의주를 사실상 운하의 도시로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이전의 신의주특구 개발계획과 확연히 달라진 대목이다.

또한 기존의 카지노와 골프장 등 관광위락시설이 사라지고 공원과 녹화구역이 자리잡고 발전소 1곳과 변전소 10여곳, 이동통신기지국 6개 등이 들어선다.

카지노와 골프장 등 관광위락시설이 대폭 삭제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청당정풍(淸黨整風)에 나서고 있는 사정과도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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