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4.25) 직후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월 27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진행됐다며 인민군대를 강화, 발전시키는 문제와 조직문제가 다뤄졌다고 보도했다.
2010년 9월 개정된 당 규약에 따르면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에 군사 분야에서 나서는 모든 사업을 당적으로 조직 지도한다”고 규정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당의 군사노선과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대책을 토의.결정하며 혁명무력을 강화하고 군수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비롯하여 국방사업 전반을 당적으로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군사부문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적으로 관할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응방향을 엿볼 수 있는 풍향계라고 할 수 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주목할 점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주목된다.
첫째, 이번 회의에서는 핵 실험과 관련한 언급이 대외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2월 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한 지 9일 만인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단행한 바 있다. 이번 확대회의에서 실제로 핵 관련 논의가 없었는지 발표에서만 제외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단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24일 인민군 창건 82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도 ‘핵 무력’, ‘핵 억제력’ 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무모한 핵전쟁 소동이 가져올 참혹한 파멸적 후과에 대하여 똑바로 알고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데 그쳤다.
둘째,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당중앙군사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군 정치사업에 강조점을 두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대를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더욱 튼튼히 준비시키는 것은 시대와 혁명발전의 요구이고 우리 혁명을 힘있게 전진시키기 위한 근본담보”라며 “인민군대의 정치기관들은 당의 의도에 맞게 군사사업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도록 정치사업을 참신하고 진공적으로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인민군대 정치기관’들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인민군 총정치국의 사상, 선전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제681군부대관하 포병구분대 포사격훈련을 지도하면서도 군 정치사업의 잘못을 지적했다. 4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훈련을 잘하지 못하였다”라고 질책한 후 “포사격 훈련이 잘되지 않은 것은 훈련에서의 형식주의가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부대 당위원회가 지휘관들과 군인들이 자기들 앞에 맡겨진 혁명임무를 훌륭히 수행하도록 당 정치사업, 군인들과의 사업을 잘하지 못한데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월 노동당 제8차 ‘사상일꾼대회’에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확고히 세우는데 당사상 사업의 화력을 총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가을 새로운 시대에 맞는 당 선전사업을 제시하며 당 선전선동부의 일부 간부들을 교체하기도 했다. 과거의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선전사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었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군의 정치사업을 강조함으로써 당과 군의 사상, 선전사업을 ‘김정은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대한 인사가 이뤄졌다. 새로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것이다. 특히 황병서 제1부부장이 리영길, 장정남보다 앞서 호명돼 황병서 제1부부장이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의중을 잘 아는 황병서 제1부부장을 통해 총정치국의 정치사업을 개선하려는 인사로 보인다.
이에 앞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총정치국의 핵심부서인 조직부국장에 박영식 중장(남쪽의 소장에 해당)을, 선전부국장에 김동화 중장을 임명했다. 총정치국에 핵심간부를 세대교체한 셈이다. 박영식 중장은 2010년 조명록 차수 장례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으며, 인민군 제966대련합부대(평양방어사령부) 정치위원으로 활동하다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발탁됐다. 올해 3월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으로도 선출됐다. 2013년 2월 중장이 된 김동화 선전부국장은 총정치국 선전부장으로 활동하다 승진한 것으로 보인다. 박영식, 김동화 부국장은 지난 4월 15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에 동행한 이후 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에 수행하기 시작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국면 전환
이와 같이 북한은 3월 30일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외무성 성명을 내놓았지만 4월 8일 정치국 회의, 4월 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에 이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당, 정, 군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해 명실상부하게 김정은 시대의 권력구조를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북한은 “자주적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적대세력의 도전에 초강경으로 단호히 맞받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한미공중종합훈련인 ‘맥스선더’(4월 11일~25일)에 대해 ‘제1차 비행사대회’(4월 15일)와 ‘서남해상의 주요 적 대상물 타격 임무를 맡고 있는 장거리포병구분대 포사격훈련’(4월 25일)으로 대응하는데 그쳤다. 더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은 4월 20일경 준공을 앞둔 원산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를 시찰해 일상적인 현지지도를 진행했다.
4월 22일 국방부가 “함경북도 길주지역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다수의 활동들이 감지되고 있다”며 ‘북 핵실험 임박설’을 퍼트리고,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까지 했지만 북한의 구체적인 핵 실험 징후는 없었다. 국방부는 ‘북 핵실험 임박설’에 설득력을 주기 위해 최근 북한 내부에서 ‘적들이 상상하기도 힘든 다음 단계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 ‘4월 30일 이전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등의 말이 돌고 있다는 ‘예민한 첩보’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결과만 놓고 보면 정보판단에 문제가 있었거나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올 대북 강경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 실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4월 27일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에 실린 논평들은 북한의 정세인식과 향후 대응방향을 시사한다. 이 신문은 우선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얼마 전에 전부 끝났다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치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계속 높인다면 이전보다 더 강력한 자위적 조치들이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연합 ‘키 리졸브’ 및 ‘독수리’연습의 결과로 “조선(한)반도 정세는 수습하기 어려운 파국적 상태”가 되었고, “격화된 긴장상태가 1년 내내 지속되고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심상치 않은 환경이 조성”됐지만 미국의 ‘정치 군사적 압박 수위’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자위적인 로켓 발사훈련은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자위적 조치’로 미사일 발사를 암시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체계 추진 움직임이 “실지에 있어서 미사일 선제타격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하며 “선제타격은 미국만의 독점물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3월 14일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미국에 맞서 ‘핵 억제력’을 과시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이에 대응해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의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언급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미국이 더 이상 추가조치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도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즉각 비판

한국과 미국은 4월 25일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방어체계(MD) 강화’에 합의했다. 회담 후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미사일 위협 대응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를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가되 한미 간 상호 운용성을 증대시켜 효율적인 운영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 운용성 증대’를 내세워, 사실상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로의 편입 수순을 밟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 2012년 7월 국민적 반발 여론에 밀려 서명 직전 좌절됐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대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MOU)’ 추진을 공식화했다. 특히 어느 때보다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강도 높게 거론했다.
북한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자신들이 설정한 금지선을 넘었다고 판단할까?
일단 북한은 ‘전면핵대결전에 의한 최후의 결산’을 언급하며 강력 반발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4월 27일 “우리의 존엄과 체제, 병진로선에 감히 도전하는 자들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한미 정상회담을 성토했다. 성명은 “이번 오바마의 남조선 행각 결과는 백년숙적 미국과는 말이 아니라 오직 힘으로만 맞서야 하며, 전면핵대결전에 의한 최후의 결산밖에 없다는 우리의 판단과 각오가 백번 옳았으며, 우리가 선택하고 천명한 길로 계속 나가야 하겠다는 의지와 결심을 더욱 확고히 해줄 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성명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제 다른 약이 없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 북남관계에서 그 무엇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라고 비난했다.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 아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이라는 점에서 좀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 있지만 대단히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특히 4월 2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로 “북남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박근혜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라고 밝힌 지 불과 나흘만에 “기대할 것이 없다”로 바뀐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실망감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내용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곧바로 핵실험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와 같은 구체적인 압박을 계기로 핵실험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권문제를 동원한 미국의 대북압박이 오히려 더 우려되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4월 22일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금 북한인권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부문에서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일”이라며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지 못하더라도, 북한의 치부를 들추거나 북한정권의 정통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문제를 통해 노골적으로 북한 체제 흔들기에 나서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현재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돼 있는 「북한 인권 조사보고서」를 거론하며 “여기에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허물어보려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불순하고도 위험천만한 정치적 목적이 깔려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인권문제 제기를 ‘북한 정권 교체를 노리는 미국의 새로운 방식’으로 치부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북한 인권 조사보고서」에 대한 유엔 안보리에서의 논의 수준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8월로 예정돼 있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다. 북한이 “앞으로 진행될 또 다른 한미 군사연습들이 전쟁 발화점으로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4월 23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로 나온 “북남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박근혜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는 제목의 ‘박근혜에게 보내는 공개 질문장’에서도 북한은 “박근혜는 미국 핵에 대해 이제는 할 말을 해야 하며 미국과 함께 벌리는 북침 핵전쟁 연습을 중단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특히 오는 8월에 시작하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 중단 의사를 물은 바 있다.
북한은 “미국이 핵 전쟁소동에 계속 매달리는 조건에서 그에 대처한 우리의 정치군사적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발표처럼 북한은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기술적 준비는 끝났고 정치적 결정만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한.미.일은 추가 핵실험 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북핵 압박 요구는) 불가능한 임무이며, 불공평하고 미.중 협력에 건설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협조 없이는 ‘억지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공개적 언급을 통해 볼 때 북한이 당장 핵실험을 단행할 징후는 뚜렷하지 않다.
북한, 미국의 구체적 행보에 따라 대응수위 정할 듯
북한은 내부적으로 올해 계획된 경제건설에 주력하면서 대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특히 러시아와의 정치.경제적 협력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한국의 구체적 행보에 따라 대응수위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북한의 구체적인 대응조치로는 핵실험보다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그것마저도 과거보다 더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역으로 올해 경제건설에서 심각한 영향이 나타나더라도 당 창건 70주년인 내년 정세를 고려해 빠른 시점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 외에는 없는 듯하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지난 2개월 간의 다양한 접촉은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남북고위급접촉 이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유연성’을 발휘하려 했으나 6자회담 재개보다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파상공세에 일치감치 백기를 들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4월 24일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최근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집중 검토했으나 “현재의 경로(‘전략적 인내’를 의미) 이외의 모든 대안이 더 안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에서 많은 보고서가 쏟아지고 비공개 전략회의가 열렸으나 이 같은 결론이 내려졌다고 한다.
실제로 4월 14~15일 뉴욕, 17일 워싱턴 DC에서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3차례 만났음에도 오바마 미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6자회담 재개는 없다’고 버텼다. 그러면서도 4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 구실을 중국에 떠넘기는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뚜렷한 대안 없이 여전히 ‘중국 역할론’, ‘북한 급변사태론’에 경도돼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 강화됐다고 판단한 미 행정부가 중국의 요구대로 유연성을 발휘해 6자회담 재개에 나설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으면 ‘통일대박’ 발언으로 구체화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구상’이 ‘쪽박’이 될 것을 우려해 한국 정부가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복원에 나설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도 있다. 반면 이미 북한은 오마바 행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다음 정권에 대비하는 수순에 돌입했다는 견해도 있다.
어느 쪽의 예측이 맞을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한 번 정도의 기회는 남아 있을 가능성이다. 그러한 기회가 있다면 북한이 8월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언급했기 때문에 이제 3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을 뿐이다. 더구나 북한이 “북남관계에서 그 무엇도 기대할 것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보인 오바마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인식과 리더십으로는 기대 난망이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대참사로 ‘식물 정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세는 항상 변하는 것이고, 위기일 때 주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져 새로운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