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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및 행사 소식

제목

눈 내리듯 오시라

닉네임
무영
등록일
2018-02-05 12:57:07
조회수
5829
눈 내리듯 오시라

-평창동계올림픽참가 북조선 참가단에



나풀나풀 사뿐히 오시라

눈 내리듯 그리 오시고 다시 오시라

오시는 걸음 가볍게
그 발자국 쌓이고 쌓이면
무게의 중심은 하나 된 민족 두엄이 되리니

오시는 걸음 당당히
구름 열려 햇빛 쏟아지듯
성큼성큼 찍힌 발자국 모아지면 철책鐵柵도 무너지리니

하 많은 낮과 밤으로 그리 오시고 오시라

오시는 걸음 물 젖듯
걸음나비 꽃등 넘어 미좇아 오면
줄먹줄먹 손잡아 배인 땀, 그 땀 이데올로기 익사시키리니

재넘이 발자국소리 문풍지 펄럭이게 그리 자주 오리라

오시는 걸음 애살포시
옛집 오시듯 한민족 맥박 읽으시며
아랫목에 오롯한 수많은 전설 찾아내면 잉걸불 살릴 수 있으리니

노크와 허락 생략하고 이웃 사랑채 오시듯 오시라

함몰된 길 피해 그렁그렁 그리 오시고 또 오시라

우리도 가리다 옛길 더듬어 그리 가고 또 가리다

오가다 보면 은밀하게 그어놓은 울타리 찢기고 찢긴 혈흔 보기도 하겠지요

겨드랑이 간지러운 음모 위태한 걸음이라면
우리 서로 배흘림기둥 의지한 채 솔골짝 산골물 목축이며

오시고 또 오시며, 가고 또 가다보면 그 곳이 옛집이 아니겠소이까

백모래밭 금자라 걸음으로 오시고 또 오시라

일념삼천一念三千, 눈진밤 지새우며 기다리고 기다렸소이다

혹 소홀하드라도 눈 내리듯 오시고 그리 또 오시라




[약력]

박희호



慶北蔚珍生

1978년 동인지 <시문>으로 작품활동

1981년 첫시집<그늘>

2007년 두 번째 시집<바람의 리허설>

2012년 세 번째 시집<거리엔 지금 붉은 이슬이 탁본되고 있다>

2018년 네 번째 시집<안녕에 대한 자화상>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문학평화포럼 부회장

하이쿠연구회 부회장

분단과 통일시 동인

우리시대시인들 동인

북·미 평화협정운동본부 고문

울림동인
작성일:2018-02-05 12:57:07 61.83.178.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