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는데요, 그만큼 제주도는 말의 고향입니다. 그러다보니 육지에서 소고기를 먹듯, 제주도에서는 말이 단순한 교통수단일 뿐 아니라 고기로도 즐겨 먹곤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인 1227년 몽골용 전투용 말을 제주에서 대량 사육하게 되면서 말고기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제주가 몽골의 직할령 하에 놓이면서 말의 사육은 더욱 확대돼 “말이 산야에 가득했다”고 할 만큼 번성했는데요, 당시 제주 사람들이 대략 3만 명 정도였는데 말도 이와 맞먹는 2~3만 필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1277년에 원나라의 직할 목장이 설치됨에 따라 제주도의 말은 대량으로 사육되면서 말고기 육포는 제주의 특산물로 조정에 올리는 진상품이 됩니다.
옛날에는 소나 말들을 실컷 일시키고 늙으면 식용으로 썼기 때문에 오늘날 먹는 고기보다 육질이 질기고 비계가 훨씬 적어 육포를 만들기 쉬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때문에 그 맛이 뛰어났을 텐데요, 조선실록과 세종실록에 따르면 제주의 조랑말 ‘마건포’는 고려시대부터 매년 섣달이면 임금에게 올리던 주요 진상품이었습니다.
특히 세종 초기에는 말고기 수요가 급증해서 중국 사신들의 위로연을 제외하고는 사용을 금지시켰다는 기록도 있으며 연산군은 정력보강제로 즐겨먹었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인 1401년 말고기 육포를 진상품으로 올리지 말라는 금지령이 내려지는데요, 이는 말고기가 보양식으로 좋다고 해 권세가들이 즐겨먹다 보니 군마로 사용할 말이 줄어 말고기의 식용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태종8년 제주도 도안무사의 보고에 따르면 제주에 태풍으로 인해 곡식농사를 망치자 먹을 것이 부족해 말과 소를 잡아먹는 자가 매우 많다고 합니다. 말고기 식용금지령을 내렸지만 식량이 부족해 민가에서 말추렴을 했던 것은 여전했으며 말고기 수요가 늘어 밀도살이 성행하자 조정에서는 세종 16년 고득종의 권유에 따라 말을 잡은 자와 먹은 자를 포함해 650여명을 평안도로 강제 이주시킨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주도 속담에 ‘말고기 삶는 데는 가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괜히 말고기 삶는데서 얼씬거리다가 얻어먹는 것 없이 애꿎게 밀도살의 누명을 써서 관원에게 오해를 살 수 있어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말고기를 먹으면 재수없다’ 또는 ‘말고기를 먹으면 3년간 부정탄다’는 말을 퍼트려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당국에서는 말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애를 썼지만 제주사람은 식량이 부족한 때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었기 때문에 먹을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말고기 식용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말고기는 제주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즐겼으나 중세 초기, 교황의 칙령으로 말고기의 식용이 금지되고 아시아에서도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전략물자를 먹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로 치부되면서 말고기의 식용은 금지 됐습니다.
유럽에서 말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이며 최근엔 일본은 물론 유럽까지 그 맛이 널리 알려지고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말이 살쪘을 때 먹는 말고기가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데요, 말고기는 쇠고기처럼 채식성 육류로 소보다 부드러운 육질과 높은 영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쇠고기보다 말고기를 상급으로 친다는데요, 동의보감에는 “말고기는 신경통, 관절염 빈혈에 좋고 특히 귀울림에 효험이 있으며 허리와 척추뼈에 좋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또한 의서 방약합편에도 “말고기는 원기가 부족해 기운이 없고 피로를 자주 느끼며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이를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고 몸을 차게 해 진정 및 소염작용이 있어 흥분을 잘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 심장 폐 대장이 약한 이에게 좋다”고 전합니다.
민간에서도 말의 다리뼈는 신경통과 관절염에, 말기름은 화상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말은 고기뿐 아니라 내장, 기름, 뼈 등이 모두 귀하게 쓰입니다.
제주도는 오는 5월부터 말고기도 소와 돼지처럼 말의 육량과 육질에 등급을 부여해 육고기의 품질을 끌어 올리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말고기는 제주도를 몽골이 지배하면서 생긴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말은 신격화 돼 영험한 존재로 기록되어 있는데 박혁거세 탄생설화에서도 말은 그 찬란한 탄생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천마총의 말 등도 그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말고기가 새로운 축산업 대체 식품으로 육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제주에서 뿐 아니라 지난해 말 서울에도 말고기 전문식당이 문을 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광활한 대지를 힘차게 뛰는 말처럼 말고기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