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봄을 알리는 유채꽃.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육지의 봄을 알리는 것이 거리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색 개나리라면 제주의 봄은 역시 노란색의 유채꽃입니다. 제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유채, 제주도에 신혼여행이나 수학여행을 가셨던 분들은 누구나 꽃밭에서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은 기억이 있을 정도로 제주를 찾은 외지인들은 제주도에 다녀왔음을 증명해야하기라도 하듯 누구나 유채꽃밭에서 사진찍기 자세를 취합니다.

요즘은 창원에서도 유채꽃밭을 조성했다고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유채는 제주의 상징인데요, 이처럼 제주 곳곳에서 유채를 재배하는 것은 척박한 땅으로 농사가 어려운 제주에서 토양과 기후조건이 재배에 적합하고 김매기와 같은 잔손질이 거의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유채는 인도에서 BC 200년 전, 중국에서는 BC 5세기경, 그리고 일본에서는 9세기경부터 재배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에는 언제 전래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1643년에 발간된 산림경제에 ‘운대’라는 이름으로 치포편(治圃編)에 기록되어 있어 일본보다는 235년 이상 먼저 전래되었고 이후 일본에 전래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전남북·경남 및 제주지역에서 유채재배가 일반화된 것은 일본에서 환국한 우장춘이 동래원예시험장에서 일본의 최신 유채품종을 도입해 종자를 생산 보급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워낙에 우장춘 박사는 ‘씨 없는 수박’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유채의 유전과 육종연구에 들어가 1931년 ‘유채품종의 특성조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 논문을 발표하던 중 1935년 십자화과속의 식물에 관한 게놈분석을 시도한 박사학위논문을 발표하며 연구의 절정을 이룬 바 있습니다.

당시 우장춘 박사가 일본에서 유채와 관련한 연구에 주력했던 이유는 세계적으로 식용기름에 대한 수요는 높았지만 값이 비쌌기 때문입니다.

유채(油菜)는 씨에서 기름을 얻기 위한 작물이라는 의미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할 정도로 종자에는 38∼45%의 기름이 들어 있는데, 15∼20%의 가용성 질소질과 20% 가량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 식용유로서 콩기름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도 사료나 비료로 쓴다고 합니다. 꽃은 벌꿀을 얻기 위한 밀원식물(蜜源植物)이고, 종자에서 분리한 지방유를 연고기제(軟膏基劑)·유성주사약(油性注射藥)의 용제나 기계의 윤활유로 씁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중반까지 국내 식용유의 자급률은 72.4%에 달했지만 1980년대 식용유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수익성 문제로 국내 식용유를 제조할 수 있는 농작물들의 경작지가 감소돼 1980년도에는 자급률이 20.6%로 떨어집니다. 이후에도 하락세는 계속돼 1998년도에는 4.5%에 이어 2005년 현재 2.8%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용 유지를 국내산으로 대체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에 가장 적격인 것이 유채기름으로 유채는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유채를 기름이나 꿀 외에도 나물이나 김치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그러니까 유채나물이나 유채김치 등은 제주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인데요, 저는 이번 제주탐방에서 유채나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유채를 겨울초라고도 하고, 지름나물 또는 평지나물이라고도 하는데요, 유채나물은 유채꽃이 피기 전인 3-4월에 먹어야 맛이 좋은데, 데친 유채를 간장이나 소금 등을 넣어 무친 유채나물은 씹을수록 달콤쌉싸름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유채김치는 어린잎이 달린 유채줄기에 홍고추, 쪽파, 대파를 넣고 양념으로 버무려 담근 김치로 육지의 열무김치와 비슷한 방식으로 담습니다.

유채는 시금치나 소송채와 마찬가지로 비타민A, 비타민B₁, 비타민B₂, 비타민C, 칼슘, 철분, 칼륨을 많이 함유하는데요, 칼슘은 채소 중에서도 많은 편에 속하고 비타민A, 비타민C는 최고수준으로 비타민A 함유량이 배추의 12배, 비타민C 함유량은 오이의 1.5배 지질은 오이의 32배 등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한 이러한 영양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신체의 저항력을 높여 감기 등을 예방하고 철분이나 엽록소, 엽산이 빈혈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다른 봄나물들과 마찬가지로 유채는 춘곤증을 예방해주며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를 흩트리고 종기를 없애며 맺힌 것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 산후의 피부에 홍반이 생기거나 피가 뭉치는 것을 치료하며 부종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주는 등 산후조리에 좋고 주로 전염성 부종 유방염, 손가락이나 발에 생기는 염증을 없애고 헛배제거와 변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어린 줄기와 잎은 운대, 씨는 운대자라 하며 약용으로 이용합니다. 운대는 토혈, 산혈, 수종 등에 효과가 있고 산후 혈풍 및 어혈, 노상에도 쓰입니다. 잘 삶아서 먹거나 생즙을 내어서 복용하기도 하고 식물을 달인 액으로 환부를 씻거나 짓찧어서 즙을 환부에 바른다고 합니다. 운대자는 행혈, 파기, 소종, 산결의 효능이 있어 열매가 익었을 때 씨앗을 햇볕에 건조한 후 달여 복용하거나 분말을 조합해 환부에 뿌리거나 씨앗의 기름을 환부에 바르면 그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제주에 가서 그저 보기만 하는 꽃인 줄 알았던 유채를 다양하게 먹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제주에 가면 쌉쌀한 맛까지 떠올라 유채꽃이 흔하지만 참 많이 반가울 듯 한데요, 이는 유채꽃이 그저 외지인들의 사진 속 배경의 꽃이 아니라 제주민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 제주의 그 깊은 역사를 함께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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