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성사된 남북 군사위 실무회담이 이틀만에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이번 회담은 그야말로 어렵사리 성사되었던 자리였던 만큼 기대도 컸고 무산된 데 따른 아쉬움도, 우려도 남다르다.
이제 다시 ‘3월 위기설’이 언급된다. 한.미 당국은 키리졸브 훈련일정을 2월 28일로 앞당겼고, 북한의 반발은 이미 예정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은 남측의 호국훈련에 대해 연평도 포격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한 바 있다. 이제 한.미 당국이 키리졸브 훈련을 진행한다면 북한은 어떠한 대응 카드를 꺼내들 것인가.
핵-미사일-서해의 3가지 압박전술
한.미 군당국의 ‘키리졸브’ 훈련양상에 따라 북한이 서해 포격을 재개할 가능성은 분명히 남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대응이 또 다시 서해 포사격의 형태로만 될 것이라 단정하기는 이르다. 북한은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며 오로지 참고 견디기 바쁜 미국을 대화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3가지 형태의 압박전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것은 최근 언론에 집중 보도되는 서해상 해상분계선과 더불어 북한의 전통적인 대미압박전술인 핵-미사일 압박전술이다.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대상으로 한다면 서해카드는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북한은 이미 2010년 11월초에, 미국의 해커박사 일행을 데려다 농축우라늄 원심분리기를 공개하면서 3가지 압박전술 가운데 핵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다. 핵 카드는 NPT라는 핵독점체제에 기초한 미국의 군사전략 전체를 압박하는 북한의 가장 고전적인 압박카드이다. 북한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연이어 연평도 포격이라는 서해카드까지 겹장으로 내밀면서 한.미 군 당국을 압박하였던 것이다.
연평도 포격전에 깜짝 놀란 보수언론은 “서해 5도 지키기”에 초비상이 걸렸다. 2010년 12월 2일,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북한군이 서해상의 우도를 기습 점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월에는 북한군이 서해 5도를 점령하기 위한 상륙작전을 훈련하였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2월 1일, SBS는 북한이 서해 백령도와 50여㎞ 떨어진 황해남도 용연군 고암포 일대에 해안 기습침투용 공기부양정(최고 시속 90여㎞) 70여척을 수용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 중이라고 보도하였다. 최근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면 북미대결, 남북대결은 서해 5도에서 펼쳐지는 것만 같다고 착각할 법 하다.
그러나 북한은 핵과 서해에 이어 아직 한 가지 압박전술이 더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미사일이다.
핵탄두 중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북한
북한은 2010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65돌을 맞아 군사열병식을 단행하였다. 열병식에는 여러 군사무기가 선보였는데 당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북한이 새로 공개한 ‘무수단 미사일’이다.
국방기술품질원 기술정보센터의 한상순 책임연구원은 2010년 12월 23일 공개한 ‘북한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신형무기’란 분석자료에서 “무수단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1-1.2t으로 추정되고 원형공산오차(CEP)는 1.6㎞에 이른다”고 주장하였다. 한상순 연구원은 사거리 3,000~4,000㎞의 무수단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90년대 말 개발에 착수, 2005년 완성했으며 전장 12~18.9m, 직경 1.5~2m로 발사 중량 10t급의 액체연료 추진형이며 이 미사일이 이미 2009년 기준으로 50발이 실전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하였다.
한상순 연구원은 탄두 중량이 1t 이상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이 파악하고 있던 북한의 노동2호 미사일은 사거리 1,500km에 탄두중량이 700kg 수준이었는데 이제 그것이 사거리는 3,000-4,000km로 2배 이상, 탄두 중량은 1-1.2t으로 약 1.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탄두 중량이 1t을 넘어간다는 것은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을 건너뛰고도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상순 책임연구원은 무수단 미사일을 두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거나 핵탄두 장비가 기본 사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2006년과 2009년의 핵시험을 통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무수단 미사일의 공개는 북한이 중거리 핵미사일을 이미 실전배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수단 미사일의 사거리가 3,000-4,000km라고 하니 이는 일본열도는 물론이고 오끼나와 미군기지와 괌 미군기지는 물론이고 서태평양과 필리핀까지를 사정거리에 두게 된다. 원형공산오차가 1.6km에 불과하니 무수단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여 발사하면 이 일대의 미군기지는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태우 박사는 무수단 미사일이 시험발사를 거치지 않고 실전배치되었다며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실전배치한 것은 무수단 미사일의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즉시, 대북공격거점인 서태평양 일대의 미군기지에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면 미군의 작전수행능력 자체가 소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에 노심초사하는 한.미 당국
이제 한.미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이틀 뒤인 2010년 11월 25일, 일본 <산케이신붕>은 북한이 수개월 내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무수단’을 발사 실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태우 박사가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실전배치한 것은 무수단 미사일의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바, 북한이 구태여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이유는 낮다. 한.미 당국이 실전투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상 정치군사적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수단 미사일을 구태여 발사해서 발사대와 미사일 궤적과 관련된 정보를 한미당국에 보여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그것은 무수단 미사일을 뛰어넘는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한.미 군당국을 연이어 압박하는 정치군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표적 대북강경론자인 송영선 의원은 2월 14일, “4월 중순-10월 초 장마철을 피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새 미사일 기지나 함경북도 무수단리의 미사일 기지에서 (북한 당국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가능성이 가장 크고 핵실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붕>의 중거리미사일 발사 보도가 2달 만에 송영선 의원의 입을 통해 장거리미사일로 상향 수정된 것이다.
무수단 미사일을 뛰어넘으려면 일단 사정거리가 3,000-4,000km를 뛰어넘어야 한다. 이는 최소한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사정거리로 하고 나아가 미 서부 캘리포니아를 사정거리로 하는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덧붙여 무수단 미사일과 동일하게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북한이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이미 미군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2011년 1월 11일, 중국을 방문해 “북한은 5년 내 ICBM을 이용해 알래스카나 미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제한적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나아가 그는 “북한이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ICBM을 최소한 몇 기 정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 국방부 장관의 입에서 핵탄두 ICBM이란 표현이 나온 것도 충격이지만 5년이란 시한도 충격적이다. 미국은 불과 1년전인 2010년 2월, ‘탄도미사일방어계획 검토보고서’에서 향후 10년 내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불과 1년만에 ICBM 개발시한이 10년에서 5년으로 절반이나 앞당겨졌는데 이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공개한 데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언급하는 북한 미사일 능력은 북한이 “비밀리에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을 추정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공개리에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로 미국도 파악 가능한 미사일을 말한다.
북한이 이제 ‘무수단 미사일’보다 더한 것을 공개하면 5년이란 시한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이미 제프 모럴 미 국방부 대변인은 1월 27일(한국시각) 브리핑을 통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5년 안에 미국의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언급한 뒤 “즉각적인 위협이 되진 않지만 5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시한을 더 줄였다. 게이츠 장관의 “5년”은 외교적 수사일 뿐 실제로는 북한의 핵탄두 ICBM 개발이 더욱 현실에 근접했다는 것을 미 국방부가 시인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한.미 군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5년이란 개발 시한이 ‘현재형’이 되는 것이다. 즉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내외에 입증하는 것이다.
자체로 개발한 핵탄두 미사일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북한이 자체의 기술로 무수단 미사일을 비롯한 핵탄두 미사일을 제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09년 4월 5일, 우주발사체 은하 2호를 발사하면서 장거리 발사체 운용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바 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하였다는 것의 의미는, 외부의 정치군사적 환경과 무관하게, 핵탑재 미사일의 배치는 계속 늘어간다는 것을 말한다.
언론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을 두고 옛 소련이 1950년대 말-1960년대 개발한 R27(SSN6)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근간으로 1990년대 말 개발에 착수해 2005년 완성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개발 초기에 이미 도입한 스커드 미사일이 소련의 1950년대 말-1960년대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수단 미사일의 ‘소련 근간설’은 설득력이 없다.
북한은 소련의 60년대 단거리미사일 기술을 이미 30년전에 독파하였는데 이제 또 다시 60년대 소련의 단거리 미사일에 근거해 미사일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북한이 자체 개발, 실전배치한 노동미사일을 토대로 북한이 자체 개발하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북한은 이미 1993년에 노동미사일을 발사시험한 바 있다. 이에 근거해 1990년대 말, 무수단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미국은 북한이 탄두용 핵 제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월레스 그렉슨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9월 16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핵장치 폭발 능력은 있지만, 핵무기 운반능력은 없어 (전체적으로) 신뢰할 만한(reliable) 핵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장치들을 폭발시킬 능력은 입증했다”면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운반할 능력’은 갖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핵장치를 폭발시킬 능력을 입증”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북한은 11월초, 농축우라늄 원심분리기 시설을 전격 공개하면서 해커박사 일행으로 하여금 초현대식 장비(ultra-modern control system)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플루토늄 핵탄두에 이어 농축우라늄 탄두의 개발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지금의 북한 핵능력을 볼 때 핵탄두 탑재능력은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핵탄두의 개수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사일 발사유예를 호소하는 미 국방장관
이제 게이츠 장관은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 행동으로 미사일과 핵실험의 모라토리엄(유예)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말을 바꾸면 “핵탄두 미사일만 안 쏘면 대화도 해주고 뭐든 다 들어주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 제프 모럴 대변인은 “그것이(북핵과 탄도미사일이) 진짜로 우리에게 걱정거리”라며 미 국방장관의 미사일 발사유예 청원에 ‘절박성’을 더했다. 제프 모렐 대변인은 “그래서 우리는 중국, 일본,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서 북한이 도발적이며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진지하게 핵무기와 운반수단(미사일)의 추구를 재검토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도 1월 1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갈수록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을 (후 주석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군이 북한의 ICBM 발사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월 28일의 ‘키리졸브’ 훈련이 주목된다.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일정을 앞당기기는 하였지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키리졸브’ 훈련 계획을 ‘전면전’이 아닌 ‘북한급변사태’로 바꾼 데 대해 한국 군당국은 의아해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전면전’ 훈련이면 적극 대응하고, ‘급변사태’ 훈련이면 소극 대응할 것이라 볼 근거는 희박하다. 북한은 2월 10일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대표단 공보에서 “2월 말경에 역적패당이 외세와 야합하여 우리를 반대하는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남조선 전 지역에서 벌리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핵+서해 카드였다면 북한의 향후 대응은 핵+미사일 카드로 볼 수 있다.
북한이 핵탄두 미사일 발사를 단행한다면 미국 정가는 벌집을 들쑤신 듯 한바탕 난리법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대북제재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으며 한반도 정국은 초긴장의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이때 북한은 서해카드를 활용할 것이다. 꽃게잡이 철이 다가오면 서해의 긴장국면은 다시금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세계 도처의 미군을 전멸시킬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이 시인하고 있는 지금, 미국도 언제까지 대북적대정책을 지속하기는 무리이다. 제 아무리 제재를 가한다 하여도 자체개발한 미사일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든, 전면전쟁으로 결판을 보든 오바마 행정부의 협상 마감시점은 이제 점점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