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제주의 맛을 꼽으라면 방어회를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방어가 양식이 안 될 뿐 아니라 자연산 회 중 가장 값이 저렴한 생선이라고 꼽힐 만큼 값도 비싸지 않으며 무엇보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별미이기 때문입니다.

등 푸른 생선인 방어는 가을에서 봄까지 잡히는데 특히 산란기 직전인 겨울에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봄부터 여름철에는 살 속에 기생충이 생기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아 ‘여름철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겨울철 기름기가 올라 맛이 고소하고 부드러워 일본에서 횟감이나 초밥재료로 인기가 많은 방어는 참치처럼 두툼하게 썰어 몇 점만으로도 배가 부를 만큼 푸짐함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자연산 방어는 냉동 참치와 그 맛을 비교할 수 없고 붉은색이 도는 속살은 겨울의 신선함을 머금은 듯 그 어느 생선보다 살이 탱탱하고 쫀득합니다. 이런 방어는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맛나지만 풋고추를 썰어 넣고 참기름을 넣어 만든 쌈장과 함께 쌈을 싸 먹어도 그 맛이 기가 막힙니다.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맛은 입에 짝 붙는 느낌까지 주는데요, 얇게 썬 회들과 달리 두툼한 방어회는 입 안 가득 달착지근한 고소함이 퍼집니다.

▲ 제주도에서 만난 풍성한 방어회.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방어는 맛이 매우 뛰어나다 해 한자로 ‘사(魳)’라고 쓰기도 합니다. 방어는 몸길이가 최대 110㎝까지 자라 무게에 따라 소방어(2kg 미만), 중방어(2∼4㎏), 대방어(4㎏ 이상)로 구분되기도 하는데요, 크기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경북·영덕·울릉 등지에서는 10cm 내외를 떡메레미, 30cm 내외를 메레미 또는 피미, 60cm 이상을 방어라고 부릅니다. 《전어지》에는 살에 지방이 많은 큰 방어를 ‘무태방어’라 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일본식 이름은 ‘부리(ブリ)’입니다. 지역에 따라 ‘부시리’ 또는 ‘히라스’라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부시리는 맛과 형태가 방어와 유사한 전갱이과의 전혀 다른 어종이며, ‘히라스(ヒラス)’는 부시리의 일본명이니 맞지 않습니다.

또한 함경남도에서는 ‘마래미’라고 부르며 강원도 고성·속초 일부 지역에선 방치마르미, 동해 삼척에선 ‘마르미’ 또는 ‘매래미’라고 하고 경북에서는 ‘사배기’란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처럼 방어에 많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방어가 상하기 쉬워 운송이 힘든 탓에 현지 어민들만 즐겨 먹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어는 원래 울산의 방어진이란 항구에서 많이 잡혀 그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 설과 그 모양이 방추형으로 생겼다고 해서 방어라고 불렸다는 설이 있습니다. 방추는 실을 감는 막대로 막대에 실을 감을 때면 양쪽 가장자리는 가늘고 중간부분이 볼록하게 되도록 감는데요, 방어의 모양이 가운데 부분은 굵고 머리, 꼬리는 가늘기 때문에 방추형으로 생겼다는 것이죠.

예전엔 울산에서 많이 잡혔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제주에 방어 어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특히 모슬포 방어는 청정 바다환경과 거센 물살에서 자라 육질과 맛에서 다른 지방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온대성 어류인 방어는 봄부터 여름까지는 어린 방어가 먹이를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며, 가을부터 겨울에는 성어들이 산란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어가 해저의 급경사와 강한 조류가 있는 곳에 좋은 방어어장들이 형성되는데 특히 제주 연안 해저에 이런 지형이 많아 제주에서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이는 조석의 차가 큰 사리 때 영양이 풍부한 해저의 해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면서 플랑크톤이 모이고, 이어 방어의 먹이가 되는 소형어류들이 모여들면서 좋은 어장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어는 DHA(도코사헥사엔산)와 EPA(에이코사펜타엔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비타민 등 필수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노르웨이나 핀란드 사람들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생선을 많이 먹는데요, DHA는 두뇌건강에 좋고 EPA가 심장, 뇌로 가는 혈액 순환을 돕기 때문에 이런 생선들을 주로 먹는 나라 사람들의 치매 발병률이 낮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방어는 또한 비타민D, E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겨울철 피부보호에 효과적이며 암과 골다공증예방, 노화방지 등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방어의 맛은 많이 알려져 이제 육지 사람들도 많이 접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특히 방어의 맛을 더욱 쉽게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최근 보도되는 내용에 따르면 제주 마라도 연근해에 30여 년 만에 최대의 방어 어장이 형성됐으나 어민들이 잡은 방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선들은 하루에 많게는 척당 200여 마리를 잡아 올리는 등 전에 없는 풍어를 기록하고 있으며 어획한 방어 중에는 무게 4kg이 넘는 대(大)방어가 70%를 웃돌고 있다합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열배 이상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것이라는데요, 어획량이 늘고 대형 방어가 유난히 많이 잡히면서 어민들이 이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심지어 조업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합니다.

때문에 제주에서는 전례 없이 방어 가격이 떨어졌으며 방어 소비촉진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생선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방어는 신선해야하는 것이 생명이라 그동안은 육지에서 거의 맛볼 수 없는 생선이었지만 이제는 서울에서도 택배 등을 통해 방어를 맛볼 수 있다 합니다. 많은 분들이 겨울철 제주의 자랑, 방어도 맛보시고 어민들에게도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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