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 이어 조류독감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12일 조류독감의 전국적 확산을 막기 위해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위기 대응 4단계 중 가장 위험한 ‘심각’ 단계 바로 밑인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조류독감은 닭, 오리, 야생 조류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며 드물게 사람에게서도 감염증을 일으킵니다. 2003년 말부터 2008년 2월까지 고병원성(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A, H5N1)가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376건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중 약 25%는 조류독감의 원인이 된 조류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에서 발생했으나 사람 사이의 감염이 가능한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인체에 감염된 경우 높은 사망률을 보였으며, 향후 조류독감이 사람의 전염병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 세계 각국의 의학계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류독감이 확산되기만 할까요?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긴 어렵겠지만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역사학 교수인 마이크 데이비스가 지은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조류독감>에서는 1980~1990년대의 축산업 혁명과 중국 남부의 산업혁명이 낳은 새로운 인플루엔자 아형들이 종간진화를 가속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지구적 차원의 두 가지 변화라고 꼽습니다.

축산업 혁명은 대규모 농업자본주의가 세계적 차원에서 농업을 정복해가는 과정의 일부로 특히 제3세계가 도시화 되면서 개발도상국들(중국 등)에서 가금류, 돼지고기, 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실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3세계의 도시 주민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시민들보다 더 가난하지만 수입가운데 훨씬 더 많은 비율을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지출하는데 이것이 현재 닭과 돼지의 수를 엄청나게 증가시키고 있는 추동엔진이라고 합니다. 바이러스에게 공급되는 식량인 가금류, 돼지 등이 극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게다가 축산업이 산업화되면서 가금류의 밀집도가 엄청나게 증가하는데 사육농장들이 대규모 가공공장 주변에 조밀하게 포진해 있습니다. 가공공장 역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위치해 있는데요, 가금류의 밀집도가 높은 곳이 바이러스의 밀집도도 높습니다.

또한 중국남부의 산업혁명 과정에서 이 지역의 물자와 인간이 나머지 세계와 교통하는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제3세계의 ‘거대도시’와 그에 부속된 슬럼의 탄생은 대유행병이 퍼지면서 병독성이 발달할 수 있는 인간매개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된 경제의 규모와 영향력에 상응하는 국제적 공중보건 체계의 부재는 전염병이 퍼지는데 일조를 한다고 하는데요, 영국의 유력한 의학 저녁인 <랜싯>의 편집자 리처드 호턴은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빈곤 속에서 죽어가도록 방치해버렸다. 예를 들어, 유니세프가 1990년 예방접종 사업에 지출한 총 금액은 1억8000만 달러였는데 1998년에는 그 액수가 50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매년 다섯 살 미만 어린이 1100만명이 사망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99%가 심각한 빈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또한 만성적 질병을 치료하는 약품에 대한 대형 제약사들의 독점을 보호해주는 부시 행정부의 야비한 정책에 대해서도 비난을 했는데 미국은 2002년에 값싼 복제의약품을 획득하려던 제3세계의 활동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위급한 질병을 치료하는 필수적 약품에 대한 접근권이 단지 이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제한 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아르테미시닌 기반의 가장 효과적인 말라리아 치료제는 대부분 빈민들이 구매할 수 없을 만큼 가격이 높아 매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수의 유아와 어린이들이 사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많은 제3세계 국가들도 공중보건에 많은 돈을 지출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또한 문제인데 인도정부는 국방비에 예산을 16% 지출하지만 보건비 지출은 2%(1인당 연간 4달러)에 불과 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는 12개에 불과한데 여기서 생산되는 양의 정확히 95%(약 2억6000만명 분)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 업체들은 생산이 까다롭고 독감철이 지나면 쓸모없어지는데다 수요가 큰 폭으로 등락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백신의 생산을 싫어한다고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늘 백신이 부족합니다.

주류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조류독감을 진지하게 다뤘던 <뉴욕타임즈>는 일본이 전체인구의 20%가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타미플루를 구매했고 호주도 국민의 5%를 충당할 수 있는 양을 확보했는데 반해 부시 행정부는 미국인의 1%도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타미플루의 양에 일선의 의료 종사자, 취약한 환자, 노년층, 아기들, 젊은 엄마, 경찰관이나 군인 등 누구에게 먼저 분배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2004년 9월 펜타곤이 자체적인 대유행병 계획지침을 회람시킨 사례를 통해 엿볼 수 있는데요, 이 문서는 타미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매우 적으며 따라서 그 사용도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며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사용의 최우선권은 작전지역에 배치된 부대에게 주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군인, 의사 등 타미플루 예방 처치를 받을 수 있는 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새로운 범유행성 독감의 공습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들의 조부모와 증조부모가 1918년에 스페인독감에 노출됐던 것처럼 말입니다. 2004년 2월 미국의 대선후보 네이더는 “부시 행정부가 존재하지도 않은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에만 집착하면서 아시아의 조류독감에는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가축화된 중국의 오리에서 시작해 돼지를 거쳐 인간에 이르는 연쇄 감염이, 미처 백신이 개발되어 배포되기도 전에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들의 세계전쟁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세계보건기구의 ‘최악의’ 사나리오에서 목숨이 위험한 ‘무고한 시민’ 가운데 200만명이 미국인이지만 나머지 9800만명의 대다수는 제3세계의 가난한 도시에 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미국인이 쓴 글이라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백신조차 없이 전염병에 노출되어 있다는 말이 와 닿습니다. 특히 최근 보도되는 내용들 중 공급량이 부족해 일선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게다가 보건당국은 최근 타미플루 비축량 일부를 타미플루 제조사인 로슈에 공급했다고 합니다. 지난 12일자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 공중보건위기대응과 관계자는 “수량이 얼마인지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정부 비축 물량 중 일부를 로슈에 먼저 공급했다”며 “최근 타미플루가 부족하다는 약국이 늘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지난해에는 타미플루를 정부가 사들여 공급했지만 올해는 정부 개입 없이 시장에 맡겼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타미플루의 공급에 차질을 빚는 것이 업체가 이윤을 위해 타미플루의 공급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도 타미플루가 정말 부족하다면 정부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저소득층을 위해 보건소 등을 통해 공급 해야지 비축분을 오히려 제조사인 로슈에 푸는 것이 맞을까 싶습니다.

축산, 양계 농민들은 물론이고 신종플루가 유행을 하고 있는데 타미플루조차 처방받을 수 없는 이들까지 모두 안타깝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올 겨울은 특히 서민들에게 참 많이 춥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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