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체철 생산공정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체철 생산공정”이란 제철산업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원료인 코크스를 무연탄으로 대체한 제철생산공법을 말한다.
북한은 1년 전인 2009년 12월 25일, 노동신문에 “야금공업 력사에 없는 혁명을 일으킨 대사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성강(성진제강연합기업소)에서 주체철 생산체계를 완전히 확립하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1년이 지난 2010년 12월 8일, 노동신문은 사설 “김철이 울린 대진격의 포성에 화답하여 더 빨리 내달리자”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철(김책제철연합기업소)을 현지지도하며 그 기업소가 주체철 생산방법을 완성한 것을 두고 “주체화의 위대한 승리”라고 고무, 격려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성진제강연합기업소에 이어 김책제철연합기업소에서도 주체철 생산공정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김책제철연합기업소에서는 무연탄 대신 함경북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갈탄을 이용하여 철강을 생산한다고 한다.
뒤이어 12월 9일, 북한은 노동신문 “주체공업이 낳은 열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뜻깊은 올해에 인민경제의 발전전망을 활짝 펼치며 온 나라에 주체철생산체계가 더욱 튼튼히 확립되였다”고 주장하며 북한 내 제철, 제강연합기업소들이 잇따라 주체철 생산공정을 확립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기사는 “성강의 로동계급이 이미 마련한 주체철생산체계가 더욱 은을 내도록 하기 위한 투쟁에 불을 걸어 생산공정을 보다 완성해나갔다.”고 주장하여 주체철 생산이 시험생산단계에서 본격생산단계로 진입하였음을 내비쳤다.
아울러 기사는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보산제철소의 주체철생산능력확장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있”다고 보도하였다. 아울러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서 능력이 큰 주체철생산공정을 일떠세우기 위한 기술준비를 끝내고 기본공사를 다그치고있다”고 보도하였다. 북한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주체철 생산은 성진제강연합기업소에서 시작하여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황해제철련합기업소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제철소
북한에는 4개의 대형제철소가 가동 중이다. 함경북도 무산탄광의 철광석을 이용하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함경북도 청진시)와 성진제강연합기업소(함경북도 김책시)가 대표적이고 황해북도의 재령, 은율, 송림 등의 철광석을 이용한 황해제철연합기업소(황해북도 송림시)와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평안남도 남포시)까지 북한의 4대 철강기업소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제철소의 철강 생산량은 제선과 제강, 압연으로 구분된다. 제선은 철광석을 녹여 용광로에서 뽑아낸 선철(무쇠)을 말하며 제강이 비로소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강철을 말한다. 압연은 강철을 철판과 같은 형태로 눌러 가공한 강철원료를 뜻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홍순직 연구위원은 “북한의 산업 (Ⅲ) : 철강산업”(2000)이라는 글에서 김책제철연합기업소는 북한 최대의 제철소로서 1998년 당시 연간 생산능력이 제선 216.7만톤, 제강 240만톤, 압연 147만톤이라고 분석하였다. 당시 통계청이 제시한 자료와 비교해보면 이는 북한 전체 제선 생산량의 40%, 제강생산량의 40%, 압연의 36%를 생산하는 규모가 된다. 단연 북한 최대의 제철소라 할 수 있다.
작년 12월 25일 주체철 생산공정이 확립되었다고 주장한 성진제강연합기업소의 경우 연간 생산능력은 제강 40만톤, 압연 41만톤 규모로 김책제철연합기업소에 비해 작은 규모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북한 전체 생산량과 비교한다면 각기 6.7%, 10.1% 규모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이 더 된 “경제난” 시절의 수치로 2010년의 북한금속공업을 판단하기에는 그 신뢰도가 상당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북한 제철소의 대체적인 구도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거칠게 가정한다면 ‘성강’의 ‘주체철’ 성과가 ‘김철’로 파급되면서 북한의 전체 제철공업에서 주체철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서 대략 50% 수준으로 크게 증가하였다고 추론할 수 있다.
북한은 함경북도 지역뿐 아니라 황해제철연합기업소와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에도 주체철 설비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의 생산능력은 1998년 기준으로 제강 76.4만톤, 압연 55만톤이다. 노동신문은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의 경우 현재 주체철 생산능력 확장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2011년의 시점에서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에서도 ‘주체철’을 생산한다는 노동신문 기사가 발표될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노동신문은 황철(황해제철연합기업소)을 두고 현재 “기술준비를 끝내고 기본공사를 다그치는” 단계라고 주장하였다. ‘황철’의 생산능력은 1998년 수치로 제선 113.4만톤, 제강 114.5만톤, 압연 60만톤 규모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공사가 진척된다면 2012년까지 북한의 4대 주요제철소에 주체철 생산공정이 모두 다 확립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의 철강산업은 전체 제선공정의 대략 61%, 제강공정의 대략 78.5%, 압연공정의 대략 74.2%를 주체철 생산공정이 담당하게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12월 14일, <조선신보>는 북한의 공업총생산액이 11월말까지 2009년 같은 기간에 비하여 1.3배로 늘어났다면서 “중요지표들인 선철은 2.4배, 강철은 1.3배, 압연강재는 1.6배, 철광석은 1.6배로 생산이 장성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전체 공업생산액의 증가분을 금속공업, 그 가운데서 제철공업이 이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도 “주체철에 의한 강철 생산을 보장할 수 있는 2호 초고전력전기로를 단 5개월 동안에 일떠세웠다”고 주장하였다.
원료자급의 의미
북한은 “주체철” 공정의 의의를 제철공업에서 원료의 자급을 구현했다는데 두고 있다. 북한이 원료자급을 중시하는 것은 “사회주의계획경제체제”인 북한경제체제의 성격에서부터 나오게 된다.
계획경제체제인 북한은 조선노동당이 추산한 ‘인민경제’의 수요에 의해 국가 각 부문의 1년치 경제생산목표가 제시된다. 여기서 추산되는 1년치 생산지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흔히 북한이 “인민경제 4대 선행부문”이라 일컫는 석탄, 전력, 금속, 철도의 계획이다. 에너지의 기초가 되는 석탄과 전력, 그리고 철강공업은 사회전반의 경공업과 농업을 발전시키고 군수산업 투자에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평양시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예정대로 추진되지 못한다고 할 때 그 여파는 주로 건설-부동산 부문에 한정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철강생산이 계획된 수량을 완수하지 못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철강부족의 여파는 금속공업, 기계공업과 같은 중화학공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농기계를 넘어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일반 경공업 공장에까지 여파가 미치게 되고 심지어 주택건축용 철근 수요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되므로 주택건설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북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여기에 북한당국이 금속공업을 유달리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사회주의계획경제가 기본인 북한이 경제운용의 핵심요소인 철강산업을 자기목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계획경제 전반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예전과 같은 강철생산체계에서는 코크스의 확보 여부에 철강생산 전반이 좌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북제재로 인해 정상적인 교역이 어려운 북한에게 한반도 정국이 악화되어 코크스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국가경제 전반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비단 정국변화가 아니라도 코크스의 국제시장가격에 따라 철강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체철” 생산체계가 완비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북한은 국가운영의 핵심지표인 철강생산에서 원료자급을 구현하였으므로 외부여건에 개의치 않고 강철생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었다. 북한이 더욱 안정적으로 자기 경제발전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물론 북한당국도 강철생산을 현재 수준에서 만족하지 말고 생산을 더 늘리기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하며 늘어난 철강재를 주민경제부문에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매달리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경제현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하나씩 지워가고 있다.
전면적인 대북정책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