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전 이후,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크게 증가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더불어 11월 28일부터 서해 일대에서 미 항공모함을 끌어들여 해상군사훈련을 전개하였으며 이어 12월 6일부터 12일까지는 서해, 남해, 동해 전역의 29곳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12월 13일부터 27개 곳에서 추가로 해상사격훈련이 공지되어 있는 상황이다.

군사적 긴장상태에서 진행되는 현지지도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를 통해 현지지도 일정이 거의 매일 빠짐없이 발표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현지지도의 분야가 대부분 경제분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통일뉴스>에 소개된 북한 기사를 정리해보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월 23일 기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룡성식료공장에 새로 건설된 간장직장과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을 현지지도하였으며 11월 24일에는 대안친선유리공장에 새로 건설된 강질유리직장과 강서약수가공공장을 현지지도하였다고 보도하였다. 현지지도 일정은 11월 25일 기사에서 “해방산 기슭에 새로 건설된 살림집과 개건된 평양무용대학”으로 옮겨진다. 11월 29일에는 북한 <노동신문>을 통해 국립교향악단의 공연이 언급되었다.

12월에 접어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는 함경남도 일대로 옮아가면서 평양으로부터 점차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1월 3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룡성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룡성기계연합기업소는 함경남도 함흥시에 소재한 공장이다. 이어 12월 2일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의 백운산종합식료공장, 함흥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 함흥수리동력대학 등을 현지지도하였으며 흥남제약공장 “건설 정형을 요해”하였다고 보도하였다.

12월 3일에는 현지지도 지역이 함경남도 단천시로 더 멀어진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단천마그네샤공장, 단천광산기계공장, 단천항 건설장 등을 현지지도하였다고 보도하였다.

함경남도 단천지역의 현지지도 이후, 현지지도 지역은 평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함경북도 지역까지 진행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2월 3일발 기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북도 소재 무산광산연합기업소와 무산식료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12월 5일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북도 최북단의 회령시를 찾아 “오산덕에 모셔진 항일의 여성영웅이신 김정숙 동지의 동상을 찾으시여 숭고한 경의를 드리시였다”고 보도하였으며 이어 회령대성담배공장, 새로 건설된 회령식료가공공장, 회령고려약공장, 새로 건설된 회령관 등을 현지지도하였다고 보도하였다.

12월 6일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북도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였다고 보도하였으며 12월 7일 <노동신문>에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와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들 공장은 함경북도 청진시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드러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 노정을 살펴보면 11월 27-28일을 전후한 시점에서 평양을 출발하여 함경남도 함흥-단천을 지나 12월초부터는 함경북도 무산-회령-청진 일대로 이어져 함경남북도 일대를 아우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을 준비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월초의 시점에서 함경남북도 일대의 현지지도를 단행한 속내는 <노동신문>의 11월 27일자 사설, “공동사설과업을 틀어쥐고 올해전투결속을 잘하자”에 드러나 있다.

사설은 “공동사설을 받들고 년초부터 드세찬 공격전을 벌려온 올해의 투쟁은 결속단계에 들어섰다”고 지적하며 “전체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혁명적대고조의 불길높이 올해전투를 승리적으로 결속하기 위한 투쟁을 본때있게 벌림으로써 위대한 당의 령도따라 힘차게 비약하는 선군조선의 기상을 남김없이 과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2010년도의 각 단위 경제지표를 최대치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12월의 마지막 1달도 “투쟁을 본때있게 벌려야”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함경남북도 일대 현지지도는 그러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현지지도가 이후 평안도, 황해도 일대로 이어져 전국단위의 2010년 경제활동 점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

연말을 결속하는 시기는 아울러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은 매해 1월 1일에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의 “공동사설”을 통해 한 해 노선과 정책을 발표하고 그에 의거해서 사회 전반이 운영된다.

북한의 여러 공장과 농장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12월말까지 2010년도의 평가작업을 끝내고 1월 1일을 기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서 2011년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현지지도에서 각 경제단위의 2011년 사업목표가 제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2월 7일자 기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북도 현지지도 기간 도의 전반사업을 요해하시고 도가 나아갈 길을 다시금 밝혀주시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번 현지지도 과정에서 함경북도 전반의 2011년 경제계획이 수립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김책제철연합기업소 현지지도를 보도한 기사에서는 “김철의 철강재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정보산업시대의 요구에 맞게 전반적 생산공정의 현대화, CNC화를 대담하고 통이 크게 실현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그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전투과업을 제시하시였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에 나타난 “새로운 전투과업”은 2011년 새해 경제지표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노동신문은 “자립적 민족경제의 토대를 더욱 튼튼히 다지고 그 위력을 남김없이 발휘하도록 하는데서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의 임무와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기업소 앞에 나서는 과업들을 제시하시였다”고 보도하였다.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의 2011년 경제지표도 제시되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11월말부터 단행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함경남북도 현지지도 과정에서 “새로운 과업”이 제시된 단위는 <통일뉴스>의 보도에만 의거하더라도 국립교향악단, 백운산종합식료공장, 흥남제약공장 건설장, 단천마그네샤공장, 단천광산기계공장, 단천항 건설장, 무산광산연합기업소, 무산식료공장, 함경북도 예술단,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 등 11개소에 이르고 있다.

이들 단위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2010년 평가작업과 함께 “제시된 지표”를 달성할 구체적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이후 1월 1일을 기해 2011년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 볼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2011년 계획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함경남북도 현지지도를 통해 두 가지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먼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역에 있는 세부 경제단위의 경제달성수치와 지표까지 직접 관할할 정도로 북한의 국가경제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8일,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선노동당의 총비서로 다시 추대하였는데 당시의 “재추대”가 명목상의 “추대”가 아니라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의 국가전반 운영을 관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 “급변사태” 어쩌구하는 주관적 기대에 매몰되어 상황을 왜곡 인식할 것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정장악력을 인정한 바탕 위에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10월 29일,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력한 통치 하에 있어서 북한의 대내외 정책은 급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뒤늦게나마 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함경남북도 현지지도가 남북 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에서도 단행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그만큼 경제발전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경제발전이 2011년에도 북한당국의 “주공방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도 현재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주시하면서 사태추이에 촉각을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정황은 12월초부터 이어진 함경남북도 현지지도의 과정에서 북한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정은 조선인민군 대장(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대장은 11월 29일, 국립교향악단 공연에 참석한 이후 11월 30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현지지도부터는 계속 명단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김정은 조선인민군 대장이 연평도 포격전 이후 평양을 떠나지 않으면서, 또는 전선 서부지역에 주둔하면서 한반도의 현재 군사적 긴장국면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기할 점은 각 지역단위의 경제책임자들이 평양으로 올라와서 “새로운 전투과업”을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역을 돌며 책임자들을 찾아 “전투과업”을 직접 전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현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위기국면에 대해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일례로 재일 <조선신보>는 12월 6일자 ‘장돌뱅이와 전쟁’이라는 기사에서 미국이 주도한 전쟁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조선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는 달리 막강한 전쟁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만에 하나 감히 덤벼든다면 그들은 조선반도에서 일소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미국과 이명박 정부는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을 서해바다에 진입시키고 서해, 동해, 남해 구분 없이 3면 바다에서 사격훈련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화답은 평양을 10일째 비워두면서 2011년 경제계획에 집중하는 것이다.

미국과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암묵적 메시지에 주목하고 지금까지 추진해 온 대북압박정책 전반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된 지금, 보복은 또 다른 대응을 낳아 불가피한 희생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결단코 채택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과 대화를 복원하고 갈등의 근원을 들어내는 것이 현 사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