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 (스웨덴 공립학교 수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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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준비

일어나기가 싫어 침대 안에서 몇 분을 더 미적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어 지각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보니 아침식사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다.
대충 과일 주스 따위를 마시고 8시 10분이 되면 집을 나선다.
가끔은 야사만이나 사요라로부터 ‘잉겔라에게 나 늦는다고 변명 좀 해 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잉겔라는 지각하는 학생들에 대해서 무자비하다고 할 만큼 엄격하기 때문에, 잉겔라가 출근을 시작하는 화요일에 받는 문자메시지는 평소보다 많게 마련이다.
등교하는 길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B층에서는 리모델링 공사가 몇 달 동안이나 진행되고 있어 1층 을 통해 등교를 한다.
B층은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가장 아래층인 1층이고, 여기서 말하는 1층은 그 위쪽의 테라스이다.
학교 가는 길에는 언제나 Sollentuna Centrum이라는 커다란 광장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에는 쇼핑몰과 코뮨 청사, Pub, 도서관과 호텔 등이 둘러싸고 있다.
스톡홀름 근처 대부분의 지역으로 운행되는 버스 정류장(한국이라면 종점?) 역시 Centrum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 번화한 곳을 Pendeltag(서울의 1호선처럼 지하철과 연결되는 열차)가 가로지른다.
운이 나빠서 Arlanda Express(스톡홀름 중앙역에서 공항까지 25분에 주파하는 고속열차)가 통과 할 때 그 아래를 지나가게 되면 고막을 찢을 듯한 소음 때문에 한동안 귀가 먹먹해진다.

스톡홀름 시내로 가는 열차의 경우, 평일에는 15분 간격이고 휴일에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열차 간격이 짧지 않기 때문에 출발 3분 전 정도에는 사람들이 급하게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열차를 한 번 놓치면 직장이든 학교든 늦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휴일에 열차를 놓쳐서 곤란을 겪은 적이 몇 번 있다.
내가 다니는 학교 Sofielunds Skolan은 Sollentuna Centrum에 비교하면 높은 곳에 있어, 겨울이 되어 눈이 얼어버리면 올라가는 동안 몇 번이나 미끄러져야 한다.
거리 자체는 얼마 안 되지만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내가 다니는 학교와 마주보고 있는 사립학교(학교를 세운 사람이 정부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지 학비가 공립과 똑같이 무료이며 별다른 장단점은 없는 것 같다) Vittra의 중앙에는 차도가 있다.
그 길은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보행자 전용 터널을 이용해서 학교로 가야 한다.
터널이 좁기도 하지만, 스프레이 등을 이용한 낙서 등으로 지저분한데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까지 나서 모든 아이들이 기피하는 장소다.
그곳을 지나면 학교 뒤의 주차장과 자전거 주차장, 100년 전에 지어졌다는 구관과 신관이 순서대로 나타난다.
도착한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구관과 신관 사이에 있는 연못을 지나 신관의 후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간다.
이 연못은 일종의 ‘만남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반의 남자아이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그 곳으로 달려가서 일반 교실에 등교하는 여자아이들과 시시덕대며 시간을 보낸다.
학교의 아침 풍경

가끔은 지각생들이 그것을 핑계로 교실에 무사히 들어오기도 한다.
가장 끝부분에 위치한 우리 교실 근처까지 오면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남자아이들은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규칙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탁구를 치고, 여자아이들은 벤치에 앉아서 수다를 떤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아침인사를 하고 교실에 들어가서 코트를 벗어 걸어 둔다.
겨울에는 코트를 걸어 두는 공간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차고, 그 공간 옆에는 눈에 젖은 코트를 말리는데 사용하는 커다란 건조기가 놓여 있다.
스웨덴어로 수업을 하는 7~9학년은 자물쇠를 걸 수 있는 큰 캐비닛을 하나씩 갖고 있지만, 우리들 교실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래서 중요한 물건은 언제나 교실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8시 30분이 되면 교실 문이 잠긴다.
잉겔라가 출근 하지 않는 월요일에는 린다가 지각생들을 그냥 들여보내지만, 화요일부터는 그런 행운을 바랄 수가 없다.

두 대의 컴퓨터 근처에 몰려서 음악을 듣거나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이다.
린다나 잉겔라는 첫 수업을 시작할 때 남자 아이들을 거기서 떼어 놓는 데 꽤나 큰 수고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학교에 도착하면 선생님들이 다른 방의 테이블 주변에 앉거나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시간을 통해서 중요한 사항에 대해 토의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있도록 허가하는 것이 좋겠느냐, 하교할 때는 비상구 통로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느냐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수업과 휴식 시간 풍경
나는 학교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들리는 미국 가수 ‘50 cent’의 음악을 정말 싫어한다.
하루 종일 그 음악을 켜 놓아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화요일의 첫 수업은 새로운 소식에 관한 토론 수업이다.
우리는 몇 주 동안 베이징 올림픽과 티베트 사태, 환율의 변동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섭씨온도계를 고안한 스웨덴의 천문학자 셀시우스(1701-1744)나 다이너마이트와 노벨상으로 유명한 노벨(1833-1896)과 같은 위인들이 주인공이었다.
의외로 셀시우스나 노벨에 대해 잘 아는 아이들은 없었다.
이란에서 온 시나(Sina)는 바로 내 옆에 앉는데, 나와 버금갈 만큼 승부욕이 강하다.
잉겔라가 칠판 앞에 서서 분수와 소수와 퍼센트의 관계 등을 설명 할 때면 늘 우리 둘의 손이 번쩍 들린다.
시나는 손을 열성적으로 흔들어대고, 나는 입 모양으로 'Ingela! Jag, snalla du, JAG!(잉겔라! 저요, 제발 좀, 저요!)'를 외쳐댄다.
그러나 잉겔라는 수업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이들을 지목하고는 한다.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제를 다른 아이들이 먼저 맞춰 버리면 괜히 속이 상한다.

쉬는 시간은 30분, 아이들은 당장 우르르 몰려 나가지만 나는 끝까지 자리에 남아 있는다.
복도가 너무 시끄러워서 교실에 있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그런 나를 가차 없이 바깥으로 쫓아낸다.
교실 환기를 시켜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나?
처음에는 '공부하겠다는데 왜 말려요!'라고 항의했지만, 이제는 그냥 밖으로 나가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책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프다.
남자아이들은 여전히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 놓고 복도에서 탁구를 친다.
우루과이에서 온 세르기오(Sergio)나 볼리비아에서 온 로베르트(Robert)는 밖으로 나가서 축구를 하기도 한다.
세르기오의 경우에는 스웨덴반에 상당한 숫자의 ‘팬클럽’ 회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열성적인 여자아이들을 피해 다니느라 고생하기도 한다.
세르기오의 누나인 바네사는 그것을 보고 ‘바보 동생을 쫓아다니는 바보 여자애들’이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야사만이나 타냐처럼 뛰어다니는 데는 관심도 소질도 없는 친구들은 교실 바깥에 앉아서 수다를 떤다.
대부분 바보 같은 남자아이들에 대한 험담이나 바보 같은 남자친구들에 대한 찬양이다.
특히나 야사만이나 바네사는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굉장히 많아서 늘 할 이야기가 많다.
쉬는 시간이 거의 다 끝나 갈 때쯤이면, 남자아이들이 몰려 와서 문고리를 잡고 마구 흔들어댄다.
교실로 들어가는 문은 선생님이 열쇠로 열어 놓지 않는 이상 한 번 닫히면 바깥에서는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침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커피를 마시며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모국어 선생님과 1대 1로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일주일에 두 번씩 선생님이 찾아오시지만, 루마니아에서 온 선생님 록산나처럼 아예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이라면 일주일 내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능한 모든 아이들에게 모국어 선생님으로부터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지만, ‘한국어’나 ‘암하란어’처럼 흔하지 않은 언어의 경우에는 선생님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결국 나는 미국인 선생님인 엘리자베스와 공부를 하게 됐다.
엘리자베스는 캘리포니아의 산타바바라에서 자신이 직접 돈을 벌어 대학에 가고, 대학에서는 스페인어를 전공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만난 스웨덴인 피터와 결혼 한 뒤 스웨덴으로 오게 되었지만, 엘리자베스는 스웨덴에서 눌러 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영어를 담당하고 있으며, 곧 스웨덴 학교에서 스웨덴어로 수업을 시작할 것이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아들 한 명과 딸 한 명이 있는데, 우리 수업의 대부분은 엘리자베스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 나는 이제 엘리자베스의 사돈의 팔촌 이름까지 줄줄 나열할 수 있을 지경이다.
엘리자베스는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해서 월요일과 화요일이 늘 기다려진다.
여러 분야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것, 심지어는 의료 보험에 대한 의견마저 비슷해서 말이 가장 잘 통하는 선생님 중의 한 분이다.
요즘은 화학의 기본과정을 배우고 있다.
정규 과정의 수업을 시작하게 되면 스웨덴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스웨덴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그것이 외국인인 나로서는 상당히 힘든 일일 것 같다.
스웨덴어의 경우에는 '제 2 외국어로서의 스웨덴어'라는 외국인을 위한 과목이 따로 있다.
화학은 일상생활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 해 줘서 상대적으로 이해가 쉬운 편이다.
정해진 답이 없는 '왜?' 같은 문제는 여전히 까다롭지만 차츰 괜찮아 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스웨덴은 수학 교과서가 숫자보다 글자로 채워져 있을 만큼 서술형과 에세이를 중요하게 여겨서, 이런 문제는 늘 엘리자베스와 짚고 넘어가야 한다.
1 + 1이 2인 이유를 서술형으로 설명하라면 막막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엘리자베스는 급하게 다음 수업으로 이동한다.
나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남는 30분 동안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책을 조용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내가 읽는 책들은 하나같이 들고 다니기엔 무겁고, 사전 역시 학교에 비치된 것이 더 좋기 때문에 가급적 학교에서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스웨덴어 판과 '얼음과 불의 노래' 1부 영어판을 읽고 있다.
점심시간

점심시간은 1시간이고, 그 시간 동안은 교실 안으로 들어 올 수가 없기 때문에 미리 책을 꺼내서 바깥 캐비닛에 넣어 두고 나온다.
어느 나라의 학교나 그렇듯이 가끔 물건을 도둑맞는 아이들이 있어서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 식당은 카페테리아라고 불리는데, 학교의 규모에 비해서는 비교적 작은 크기이다.
그래서 탁자와 탁자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지만, 마치 뷔페처럼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담아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
기본적인 샐러드와 그 날의 메인 요리, 그리고 아침 식사대용으로 먹는 비스킷과 생선이나 쌀밥도 자주 나오는 편이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지만, 그로 인해 곤란을 겪는 경우는 없다.
학교에서 따로 무슬림을 위한 식사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린다는 늘 내 맞은편에 앉는다.
다른 아이들은 린다와 함께 앉지 못해 안달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린다는 우리의 사소하고 쓸 데 없는 이야기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듯이 들어 준다.
린다에게는 친구들이나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털어 놓고 조언을 구하는 일이 종종 있다.
월요일의 식사 시간이 되면 린다는 으레 주말에 무엇을 했냐는 질문을 한다.
내 옆에 앉는 야사만이나 사요라가 매주 다른 대답을 하는 것에 비해, 나는 언제나 '평소대로' 라고 답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왜냐고 물어 볼 수도 없고, 태국어로 소리를 질러 대는 것을 듣고 있는 것은 굉장한 고역이었다.
믹의 모국어 선생님이 오지 않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믹과 사이가 좋지 않은 감제나 사바는 그럴 때마다 맞서 소리를 지른다.
특히 감제는 믹과 싸우고 몇 번이나 운 적이 있다.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사이가 나쁜 건 늘 있는 일이지만 가끔은 그것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선생님께 이르겠다는 사바를 말리고 나니 벌써 쉬는 시간이 끝나 있었다.

[사진-이하영]
신문에서도 몇 번 읽은 적이 있는 간호사 파업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린다에게 선생님들은 파업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린다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물론 우리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적은 월급을 받지만, 간호사들처럼 파업을 할 수는 없어요. 간호사들이 파업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지만, 우리가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여러분도 집에 있어야 하잖아요? 그럴 수는 없으니까 불만이 있어도 그냥 있는 거예요."
고마워해야 할지, 참지 말고 권리를 찾으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아주 미묘한 기분이었다.
스웨덴에서의 선생님과 의사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계속 일하기 어려울 만큼 대가가 작은 직업에 속한다.
견학 수업

나는 스웨덴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것을 볼지 기대된다.
특히 귀족들의 잘린 목이 굴러 다녔다는 ‘스톡홀름의 피바다’ 감라스탄(Gamla Stan)은 예전부터 꼭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었던 곳이다.
몇 번이나 가 본 곳이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고 구경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4월부터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스톡홀름 시내는 활기가 넘치고 외국인들로 붐빈다.
각양각색의 외국인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시내 견학을 나가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하굣길과 방과 후 시간 보내기
학교가 끝나면 버스를 타는 아이들은 버스 정류장으로, 지하철을 타는 아이들은 Sollentuna centrum까지 걷는다.
나는 하굣길에 보통 도서관에 들렀다 집으로 가는데, 도서관에서는 우리 반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방과 후 학원이나 과외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서로 시간을 맞춰서 쇼핑을 가기도 한다.
이제는 8시 30분에 등교해서 1시 30분에 하교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한국처럼 학교가 끝난 뒤에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달리는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다.
요즘에는 너무 바쁘게 사는 것보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쾌적한 도서관이나 햇볕이 좋은 공원의 잔디밭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한국 친구들도 잠시 공부와 컴퓨터 게임을 잊고 경험해 보기를 꼭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