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 (스웨덴 공립학교 수학중)


통일뉴스가 <열다섯 살 하영이가 본 스웨덴이야기>를 연재한다. 하영이는 지금 북유럽 스웨덴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하영이는 이 연재를 통해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리고 또 여러 민족 사람들과 겪는 삶과 문화를 ‘편하게’ 쓰고 싶어 한다. 독자들은 열다섯 살 난 발랄하고 깜직한 이 여학생이 세계화의 물결과 이국땅에서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지켜나가는가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연재는 매주 수요일에 실린다. (편집자 주)


▲ 스웨덴은 생각보다 춥지는 않다. 바닷가 풍경. [사진 - 이하영]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는 대표적인 나라인 스웨덴에서도 환경오염은 큰 문제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스웨덴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면, 무지하게 춥다는 것과 복지국가, 깨끗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했지만, 항상 산타클로스와 눈이 먼저 떠올라 추위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겨울을 한 해 밖에 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의외로 스톡홀름의 겨울은 한국은 물론이고 내가 살았던 미국의 일리노이보다 훨씬 덜 추웠다.
일리노이는 무시무시하게 추운데다 집이 파묻힐 정도로 많은 눈이 왔었기 때문에, 거기에 비하면 오히려 따뜻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기상학자들은 스웨덴을 세 지역으로 나누는데, 북쪽에서 남쪽으로 Norrland, Svealand, Götaland다.
스톡홀름은 남쪽 지역에 속하지만,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눈이 많이 오고 엄청나게 추웠던 곳이라고 한다.

날씨가 왜 이렇게 따뜻할까라는 의문은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저절로 알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가 주된 이유이고, 한 신문에서는 새해의 헤드라인으로 이 내용을 크게 다루기도 했다.

▲ 이곳 바다가 얼면 건너편 육지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건너는 수업을 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사진 - 이하영]
▲ 인터넷 구글어스의 위성사진으로 본 스케이트를 타고 건넜다는 바다 지형.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언덕을 조금만 내려가면 바다(처음에는 강이나 호수인줄 알았다)가 있다. 겨울이 되어 바다가 얼면 건너편 육지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건너는 수업을 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스웨덴에 온 후, 첫 번째 체육수업 시간에 모잠비크 대사관저와 그림처럼 예쁜 집들이 모여 있는 언덕 위에서 잉겔라가 가르쳐준 사실이다.

한 때는 눈이 많이 오면 시내에서 스키를 타고 다녔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서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나는 내심 기대하고 스케이트 타는 연습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겨울이 다 지나도록 바다는 얼지 않았다.
결국 우리 반 모두는 실내 아이스 스케이트장에서 심심한 수업을 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스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래 겨울의 sportlov(스포츠 방학)는 겨울이 끝나기 전 스키를 타러 가라고 주는 방학이건만, 눈이 쌓이지 않으니 스키장에 갈 수가 없었다.
온갖 겨울 스포츠를 예상하고 있던 나에게는 실망이 아닐 수 없었다.

얼마 전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다른 황당한 이야기도 들었다.
청소년을 위한 뉴스 프로그램을 보는 것으로 숙제를 대신한 잉겔라가 다음 날 뉴스 프로그램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대구(생선)가 멸종 직전이라거나 애완동물을 내 버리는 사람들이 문제가 된다는 것 다음으로 곰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날이 춥지 않아서 곰이 겨울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처럼 추운 나라에서 곰이 겨울잠을 못 잘 정도라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다.

스웨덴 정부에서는 환경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데 내야 하는 세금이 굉장히 많고(엘리자베스는 그 이유로 스웨덴을 자주 원망했다), 기름값도 한국과 비슷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것을 장려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가 인도만큼이나 잘 되어 있어서,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 것은 전혀 무리한 일이 아니다.
잉겔라만 해도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 캔과 병 회수기. [사진 - 이하영]
▲ 캔과 병 회수기. [사진 - 이하영]
환경 문제에 신경 쓰는 것을 한 가지 더 예로 든다면, 캔이나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긴 식품을 구입 할 때는 따로 0.5~2 SEK(한국 돈으로 300원 정도)의 돈을 부가적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ICA(슈퍼마켓) 안에는 다 쓴 캔과 페트병을 처리하는 기계가 있는데, 그 기계에 캔과 페트병을 넣으면 그 물품을 샀을 때 냈던 만큼의 돈을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내 준다.
슈퍼마켓에서 물품을 사고 계산할 때 그 쿠폰으로 지불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역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캔과 페트병 등을 모으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을 지키려는 의지와 전혀 다른 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스웨덴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한국에서는 아파트마다 분리수거하는 곳이 따로 있어서 종류별로 버려야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그냥 쓰레기통에 쑤셔 넣는다.
종량제 쓰레기봉투 같은 것도 없으며,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담아 주는 비닐봉지가 곧 쓰레기봉투다.

▲ 선진국이라는스웨덴도 이런 식으로 담배꽁초를마구 버린다. [사진 - 이하영]
▲ 쓰레기를 마구 버린 솔렌투나 바닷가. [사진 - 이하영]
한국의 아파트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쓰레기 버리는 구멍을, 스웨덴의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볼 수 있고 사용하고 있다.
일반 쓰레기도 마찬가지지만, 음식물 쓰레기도 마구 버린다.
또한 사람들이 담배꽁초나 껌 등을 버리는 것은 한국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역 근처에 가면 길에 가득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와 가래침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우리 학교 앞에 있는 바닷가에는 5월만 되면 사람들이 나와서 햇볕도 쬐고 수영도 한다.
그런데 그 아름답고 깨끗한 갈대숲과 산책로 주변에는 먹다 남은 음식이나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물과 공기가 너무 깨끗해서 정수기와 공기 정화기가 팔리지 않는다는 스웨덴으로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서 눈이 와야 할 때 비가 오고, 따뜻한 날씨 덕에 겨울에도 치마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물과 섬으로 온 도시가 둘러져 있어, 북유럽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스톡홀름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바다에 잠겨 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슬퍼진다.
나도 스케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보고 싶고 스키를 타고 시내를 멋지게 가로지르고 싶은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스톡홀름에서는 눈을 찾아 볼 수 없을 것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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