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 (스웨덴 공립학교 수학중)

통일뉴스가 <열다섯 살 하영이가 본 스웨덴이야기>를 연재한다. 하영이는 지금 북유럽 스웨덴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하영이는 이 연재를 통해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리고 또 여러 민족 사람들과 겪는 삶과 문화를 ‘편하게’ 쓰고 싶어 한다. 독자들은 열다섯 살 난 발랄하고 깜직한 이 여학생이 세계화의 물결과 이국땅에서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지켜나가는가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연재는 매주 수요일에 실린다. (편집자 주)

김연아를 알고 있다

▲ 스웨덴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를 알고 있어 놀라웠다. [사진제공-이하영]
내가 다니는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체육 수업을 한다.
수요일이 되면 체육복과 운동화를 준비해야 하지만, 일부러 가지고 오지 않아 수업을 빼 먹는 아이들도 있다.
체육 선생님인 잉겔라는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야단을 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체육복과 운동화 없이는 수업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의 잔머리를 어찌 당할 수 있을까?
그런 이유로 매주 수요일마다 두세 명의 게으른 잔머리들이 교실에 남아서 놀게 된다.

체육 수업은 학교 근처에 있는 솔렌투나 코뮨에서 운영하는 체육관으로 가서 한다.
실내 아이스 스케이트장 두 개와 실외 아이스 스케이트장, 대형 트랙이 있는 규모가 큰 체육관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피겨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잉겔라 선생님과 몇몇 아이들이 김연아 선수를 알고 있어 놀라웠다.

교실 컴퓨터에서 김연아 선수가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같이 봤을 때는 가슴이 벅찰 정도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외국에 나오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더니 정말 옳은 말이다.
예테보리(볼보자동차가 있는 스웨덴의 대도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김연아 선수가 오면 엄마랑 응원가기로 약속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인터뷰를 해 보고 싶다.

▲ 체육 수업은 학교 근처에 있는 솔렌투나 코뮨 체육관에서 한다. 실내 아이스 스케이트장 두 개와 실외 아이스 스케이트장, 대형 트랙이 있는 규모가 큰 체육관이다. [사진제공-이하영]
체육 수업의 내용


▲ 체육 담당 잉겔라 선생님. [사진제공-이하영]
체육 수업의 내용은 농구나 축구, 배구, 야구 같은 구기 종목을 포함하여 춤, 체조 등으로 매주 다양하게 바뀐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인 농구는 남자 아이들이 공을 독점하기 때문에 잉겔라가 일부러 피할 때가 많다.
체육 수업은 보통 몸을 풀고 체육관을 몇 바퀴 뛰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업시간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삼십분 정도로 짧아, 잉겔라는 일주일에 두 번으로 체육 수업을 바꾸면 좋겠다고 불평을 하기도 했다.
가끔은 수영과 아이스 스케이트처럼 평소와 다른 수업을 할 때도 있다.

이번 겨울에는 체육관의 실내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 수업을 했다.
눈이나 얼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더운 지방에서 온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스웨덴 아이들처럼 능숙하게는 타지는 못하지만 겨울이 지나갈 무렵이면 대부분 넘어지지 않고 탈 수 있게 된다.
스케이트는 학교에서 빌려 주기도 하고, 가격이 비싸지 않아 계속 타고 싶은 아이들은 자신의 것을 구입하기도 한다.
헬멧을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쓰지 않고 타는 것이 들키면 불호령이 떨어진다.(스웨덴에서는 청소년이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한다)

수영 수업은 실내 수영장이 많아서 여름과 겨울 구분 없이 자주 하는 것 같다.
수영장은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고, 수영을 가르쳐 주기보다는 물과 친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스웨덴은 한국보다 수영 강습에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스웨덴에서 오래 사신 한국 아주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애들 수영 가르치러 보냈다가 속터져 죽을 뻔 했단다.
일 년 동안 물에 뜨는 것만 가르치더라나 뭐라나.
아마도 스웨덴은 수영을 가르친다기보다, 수영장에 던져 놓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의 사회 체육

▲ 솔렌투나 코뮨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수업. [사진제공-이하영]
스웨덴 사람들은 운동을 엄청나게 즐기는 편이다.
겨울이면 해가 거의 없어서 그런지, 해가 나오는 시즌이 되면 사람들이 공원이나 길거리로 마구 쏟아져 나와 산책과 조깅을 하거나 일광욕을 한다.
공원에서 옷을 벗고 일광욕을 하는 여성들의 사진만 본 사람들은, 스웨덴에 대해 풍기문란하다고 오해 아닌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스웨덴 정부에서도 사회 체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걸으면 15분 정도의 거리에는 배드민턴과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커다란 스포츠 센터가 있다.
나도 거기서 배드민턴을 배운 적이 있다.
일반적인 이용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따로 강습을 받는다 해도 감당이 안 될 만큼 비용이 비싼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등록해서 즐길 수 있다.

운동을 하고 싶을 때 별다른 준비나 경제적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부러운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지하층에도,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스포츠센터를 만들어 놓았다.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시설은 한국의 아파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훌륭하다.

▲ 솔렌투나 코뮨 체육관에서의 체육수업. [사진제공-이하영]
스웨덴 학교의 운동회와 암벽 타기


▲ 암벽등반 장면 1. [사진출처-klätter centret]
스웨덴의 학교에서도 운동회를 한다.
운동회라면 일 년에 한두 번 해가 쨍쨍한 운동장에서 이어 달리기를 하거나, 굴렁쇠를 굴리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스웨덴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번 운동회(idrotts dag)에는 7학년에서 9학년까지의 학생들이 참가했고, 하루 동안 일반적인 수업은 하지 않고 스포츠만을 즐겼다.
당연히 부모님들은 따라오지 않는다.

암벽등반, 컬링(curling,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빙상 놀이로 둥근 돌을 미끄러트려 원 중앙의 목표에 집어넣는다), 볼링, 배드민턴, 아이스 스케이트, 동물원으로의 산책, 프리스키스 앤드 스베티스(friskis & svettis) 중 제 1지망과 제 2지망을 각각 골라 신청서를 제출하니 운동회 전날 결과를 알려 주었다.
암벽 등반과 컬링, 볼링과 배드민턴의 경우에는 인원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담당 선생님이 무작위로 뽑았다고 한다.

나는 제 1지망을 암벽등반, 제 2지망을 에어로빅이나 체조와 비슷한 Friskis & Svettis를 골랐는데, 운 좋게도 암벽등반에 당첨될 수 있었다.
우리 반에서 암벽등반을 신청한 사람이 꽤 많았지만, 뽑힌 것은 나와 보그단, 그리고 알하싼(Al Hassan)뿐이었다.
비록 실내였지만 암벽등반은 처음이었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 나는 운 좋게도 암벽등반에 당첨될 수 있었다. [사진출처-klätter centret]
잉겔라는 운동회 날 학교로 올 필요가 없으며, 바로 약속된 장소로 가면 된다고 했다.
한국의 운동회와 같은 점은 도시락을 준비해야 된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엄마를 졸라서 삼단 도시락에 주먹밥과 감자 샐러드를 넣은 번(bun)을 만들어주기로 약속을 받았다.
운동회 날, 갈아입을 옷과 신발, 도시락을 챙긴 나는 약속 장소인 솔렌투나 역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미 모든 학생들이 도착해 있었다.
그 중 몇몇은 음악, 영어 시간에 봤던 아이들이었다.
보그단은 나와 있었지만 알하싼은 오지 않았다.
운동회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날 알하싼을 비롯한 우리 반의 1/4 이 아팠다고 한다.
보그단은 짐을 바리바리 싸 든 나를 보더니, ‘오늘은 책이 필요 없는데?’ 라며 빈정거렸다.
뭐라고 쏘아 붙여주려다가 귀찮아서 모른 척 해 버렸다.

암벽등반 센터가 있는 솔나(solna)역까지는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갔다.
후미진 곳에 있기에 별 것 없으리라 지레짐작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온갖 종류의 암벽들이 모여 있었다.
엄청나게 높은 암벽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질려버릴 지경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암벽등반에 적합한 신발(내 운동화는 예쁘기는 하지만 암벽을 타고 오르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을 빌려 신은 뒤에는 교관으로부터 안전 교육을 받았다.

우리는 이상하게 생긴 벨트를 착용해야 했고, 하나의 암벽마다 한두 명의 교관이 붙어 서 있었다.
매듭으로 단단히 묶여 있는 데다, 아래의 바닥에는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었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발을 디딜 곳과 손으로 잡을 곳이 많은 곳을 골랐다.
처음 몇 미터는 의외로 쉽게 올라갈 수 있었고, 속도도 상당히 빨랐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얼마 더 올라가니 팔이 아파왔다.
게다가 수직의 벽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굉장한 공포였다.

얼마나 남았나 싶어 위를 올려다보면 너무 멀어 보였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비명이 나올 만큼 높았다.
시력이 나쁜 나로서는,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은 물론 로프를 잡고 있는 교관의 얼굴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이였다.
로프가 워낙 튼튼해서 손과 다리를 동시에 놓아 버려도 기껏해야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릴 뿐이었다.
그러면 교관이 로프를 조금씩 놓아서 안전하게 바닥에 내려 줄 것이다.

▲ 암벽등반 장면 2. [사진출처-klätter centret]
내가 시도하기 전에 먼저 올라갔던 여자아이가 그랬던 것을 봤음에도, 공포감에 내 다리는 덜덜 떨리기만 했다.
반쯤 눈을 감은 상태로 천장을 짚을 수 있을 정도까지 올라 간 나는, 내려가겠다는 의사표시도 하지 못하고 손을 놓아 버렸다.
예상대로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끌어 내려졌다.
보그단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완전히 기진맥진한 나를 보고 ‘그런 것도 못하냐?’ 라고 비웃었다.

그러면 보그단은 잘 했을까?
독자 분들께서 짐작하시는 대로, 촐랑이 보그단은 첫 번째 시도부터 촐랑거리며 방정을 떨어대더니, 반도 올라가지 못하고 새하얗게 질린 채 버둥대며 반 강제로 끌어 내려졌다.
정말 못 말리는 보그단이다.
암벽등반은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웠지만, 아주 신나는 체험이었다.

이 밖에도 스웨덴에는 많은 스포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코뮨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센터를 제외하고서라도 헬스클럽이나 댄스 강습 등이 많고, 킥복싱이나 검도 같은 무술을 가르치는 곳도 많다.
특히 승마와 골프 같은 스포츠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부러운 일이다.

스웨덴은 골프의 천국이다.
비용도 저렴할뿐더러, 골프장의 시설도 좋아서인지 한국에서 온 아저씨들은 틈만 나면 골프를 치러 다닌다고 한다.
하지만 10월부터는 밤이 길어지고 눈이 많이 와서 골프장의 문을 닫는다.
골프장 문을 닫을 시기가 되면, 한국에서 온 아저씨들은 한번이라도 더 골프를 치려고 여기저기 팀을 짜느라 분주하다.

미국에서 잠시 골프를 배웠기에, 기회가 된다면 골프와 함께 살사 댄스와 승마, 검도를 배워보고 싶다.
한국에서는 시간이 없었고, 미국에서는 혼자 갈 방법이 없어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스웨덴 생활의 장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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