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 (스웨덴 공립학교 수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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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지리에 익숙해지면서 가장 먼저 찾아 나선 곳이 도서관이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엘리자베스 선생님이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든 읽는 것이라고 조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이 솔렌투나 중앙역 바로 옆에 있어 찾아 가기도 쉬웠고, 사서들도 친절해서 대출 카드를 만드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다.
가장 놀란 것은 도서관의 시설이었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온 것 같았다.
책 분류가 잘 되어 있어 찾는데 어려움이 없는 데다, 아동과 청소년 도서가 한 층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만화 코너에는 놀랍게도 한국 만화가 스웨덴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빌려다 봤는지, 책이 여러 권 있었음에 불구하고 책장이 모두 너덜너덜했다.
한국만화의 인기가 좋은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내가 스웨덴어를 배운 것은 만화 덕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달 간은 스웨덴어로 번역된 만화를 읽거나, 영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책이 그리워졌고, 그럴 때면 한국의 인터넷 서점에 있는 책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국은 너무 높은 곳에 있어 자주 가기 힘들었고, 미국에서는 운전을 하지 않고는 갈 방법이 없어서 자주 찾기 힘들었는데, 스웨덴의 도서관은 아파트 세탁실 가는 것만큼 편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 좋았다.



아랍어, 페르시아어 등의 중동 쪽 언어가 많았고, 중국어나 일본어 책도 구색을 갖출 만큼은 있었다.
한국어 책을 찾지 못해 실망하고 있는데, 찾는 언어의 책이 없다면 사서에게 문의하라는 책장의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아동, 청소년 도서를 담당하는 사서에게 물어보았다.
“어떤 언어로 된 책이 필요하세요?”
“한국어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사서는 10권에서 15권 정도를 들여놓고 편지를 보내겠다고 했다.
스웨덴은 우편으로 대부분의 업무를 해결한다.
이렇게 쉽게 한국 책을 가져오겠다니, 믿기가 어려웠다.
스웨덴의 도서관은 한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좋은 점이 많고, 도서관의 시설을 보면서 스웨덴이 복지국가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의외로 빨리 온 인터뷰 기회

스웨덴은 모든 부분에서 느린 편이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회는 의외로 빨리 왔다.
질문을 몇 항목 작성해서 카운터에 문의하니, 어떤 매체에서 어떤 내용을 질문하냐고 물었다.
몇 가지 메모한 질문을 보여주고, 한국의 인터넷 신문이라고 말하니 흔쾌히 사서 한 분을 소개해줬다.
2층 어른 서적 코너에서 사서로 일하는 Caspar Carlesson이 아주 훌륭한 사서고, 많은 걸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Caspar(카스파)씨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50대의 전형적인 북유럽인이었다.
내가 필요한 것을 설명하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카스파씨는 몹시 즐거운 듯 응했다.
나는 이미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 이용에 관한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라고 생각하며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한 사람: Caspar Carleson
H-하영
C-카스파
스웨덴에 있는 도서관의 종류

C : 기본적으로 공립 도서관 중에서 communal library(이하 코뮨 도서관)가 있죠. 일반적인 공립 도서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모두 세금으로 운영되고, 법에 의하면 모든 코뮨(스웨덴의 행정 구역으로 우리의 구청과 유사함)은 도서관을 최소한 하나씩 운영해야 해요. 과학 도서관(Scientific library)도 있습니다. 정부에 의해서 운영되는 도서관인데, 과학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와 검색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이에요.
H : 과학 도서관은 일반 시민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나요?
C : 보통은 공개되어 있어요.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장서(collection)의 종류가 달라요. 소설 종류는 거의 없는 편이죠. 대부분이 논픽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코뮨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논픽션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책을 구비하고 있어요. 어쨌든 우리 도서관이 그러는 것처럼 뜨개질에 관한 책을 가져다 놓지 않는 것은 분명해요. 그 도서관에서는 독일 출신 아무개 박사의 논문 같은 걸 흔히 찾을 수 있지만, 이 곳에서는 그럴 수 없는 것처럼요.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그래요.
H : 그외 다른 종류를 든다면요?
C : 그 두 가지가 일반적으로 찾아 볼 수 있는 도서관의 종류예요. 사립 도서관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이름을 대려니 생각이 나지 않네요……. 어쨌든 흔하지는 않으니까요. 아, 사실 한 가지가 더 있는 것 같아요.
H : 어떤 건가요?
C : 회사의 도서관(corporation library)이죠.
H : 그것은 어떤 종류의 도서관인가요?
C : 글쎄요, '볼보(Volvo)'처럼 큰 회사는 자신들만의 도서관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H : 볼보에서요?
C : 예를 들자면 그래요. 자신들만의 연구원이나 개발자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드는 거죠. 기본적으로 회사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도서관이에요. 물론 모든 회사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회사가 연구, 개발, 조사 같은 것을 필요로 하는 회사라면 꽤나 큰 도서관을 운영하곤 해요.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아요.
H : 회사의 도서관이라면 당연히 그렇겠네요.
C : 그렇죠. 지금까지 말한 것이 스웨덴에 있는 도서관의 종류예요. 따지자면 몇 종류가 더 있기는 하죠. 병원에도 도서관이 있어요. 이건 병원의 직원들과 환자들을 위한 도서관인데, 건강 관리에 관한 책을 많이 구비해 뒀을 거예요.
H : 아프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은 사용할 수 없나요(웃음)?
C : 그래요(웃음). 그리고 학교 도서관이 있죠. 하지만 이건 좀 다른 문제인데……. 코뮨 도서관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학교 도서관들은 거의 방치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스웨덴의 교육환경을 볼 때 조금 의외였다). 기본적으로 학교에 도서관이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법률조항이 전혀 없거든요. 학교에도 도서관이라고 불릴 만한 곳이 많지만, 일부는 오래된 책 몇 권 가져다 놓고 관리조차 하지 않아요. 많은 학교들은 학생들이 그냥 공립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기를 바래요. 아무래도 예산이 많이 드는 일이니까요.
H : 다시 법률을 개정할 예정은 없나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도서관을 운영해야 한다는 법률 말이에요.
C : 글쎄요, 거의 논의가 된 적이 없는 것 같네요.
H : 코뮨 도서관의 시설이 좋으니까 사실상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요?
C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저는 학교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껴요. 분명히 코뮨 도서관에서도 학생들의 숙제와 프로젝트, 에세이 등에 필요한 논픽션 자료들을 갖고 있지만 분량이 충분하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 도서관만의 장점

C : 법률에 의하면, 도서관들이 책을 대여하면서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조금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 법이 제정된 이유가 이 솔렌투나(내가 사는 지역)에 있어요. 13년 전이었을까, 솔렌투나의 정치인 한 명이 도서관 대여 카드에 사용요금을 부과하려고 했었죠.
H : 성공하지 못했나 봐요?
C : 그래요. 그 정치인은 거의 패닉 상태였죠. 반발이 극심했거든요. 그는 당장 그 제안을 철회해야 했어요. 사람들의 반발이 얼마나 심했는지 그 이후로 법률을 바꾸기까지 했어요. 도서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영리를 추구할 수 없다고요.
H : 저 같은 이용자에게는 다행한 일이네요.
C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럴 거예요. 하지만 몇 나라에서는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해요. 예로 네덜란드가 있죠, 그 곳의 도서관에서는 대출 카드를 만들려면 돈을 내야 해요. 별로 높은 금액은 아니지만요. 어쨌든 스웨덴에서는 그런 일이 없어요. 엄연히 불법이라고나 할까요?
H : 이 지역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재미있는 사실이네요.
C : 진짜로요. 아마 이 곳에서 일어난 가장 인상적인 일 중의 한 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다시 일어 날 종류의 것은 절대 아니잖아요?
H : 다른 이야기를 물어볼게요. 스웨덴 도서관만의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C : 적당히 좋고 많은 자료들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가 되겠군요. 책도 신문도 잡지도 충분한 양을 소장하고 있으니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모든 코뮨에는 본도서관이 있고, 그 분점들도 몇 개씩 있어요.
H : 분점이요?
C : 예.
H : 그럼 이 솔렌투나 도서관은 본도서관인가요?
C : 맞아요. 이곳이 본도서관이고, 분점이 두 세 개 더 있지요. 규모는 조금 작은 편이예요. 어쨌든 숫자가 꽤나 많고 다들 위치가 좋으니 도서관의 이용이 아주 쉽다고 봐야 해요. 적어도 책을 빌리기 위해 차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하는 일은 없지요.
H : 접근이 쉽다는 거네요?
C : 그렇죠. 스웨덴보다 더 좋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나라도 있어요. 덴마크라던가, 영국, 미합중국의 일부 도서관처럼요. 그래도 자부심을 가질 만큼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개장 시간도 괜찮은 편이고요. 오전에서 저녁까지 개장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요. 도서관에 가는 것이 이것저것 고려해야 하는 고된 노동이 아니라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죠.
H : 스웨덴 도서관만의 특별한 시스템이 있나요?
C : 시스템이라면, 책이 분류되거나 정리하는 방식을 말하나요?
H : 예, 그런 것을 포함한 특별한 시스템이요.
C : 코뮨 도서관들은 각자의 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공통점이라면, 하나같이 구식이라고 할까요?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현대적인 시스템은 분명 아니에요. 오늘날의 신속하고 정확한 그런 종류는 아니죠. 하지만 그런 구체적인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려면 예산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도 같이 따라 오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은 없어요.
H :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도서관에 비해 장점이 없다는 말일 수도 있겠네요?
C :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어요. 스웨덴은 어떤 특별한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 기존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것은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나타납니다. 도서관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시설이 아닙니다. 도서관에 오는 것은 어떤 첨단 시스템을 구경하려는 것보다 책을 읽기 위해서잖아요? 우리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추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체계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거든요. 구식이라도 잘 돌아가고 있어요(웃음).
어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C : 아이들을 위한 활동 같은 것을 자주 해요. 가끔은 영화 상영을 하기도 하죠. 현재 sportlov(스포츠 방학)에도 아래층에선 작은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H : 예를 들자면요?
C : 글쎄요. 몇몇 사서들이 아이들을 위한 코스튬(가장 의상) 같은 걸 가져오기도 하고, 이런 저런 게임이나 편을 갈라 놀이 같은 것을 하기도 해요. 책을 상품으로 퀴즈 대회 같은 것을 하기도 하죠. 커다란 규모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H : 대출 시스템은 어떤가요? 얼마나 오랫동안 책을 빌릴 수 있고, 한 번에 몇 권씩 빌릴 수 있죠?
C : 대출 기간은 4주예요.
H : 한 달이라면 꽤 긴 시간이군요.
C : 네, 그리고 누군가가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빌렸던 책도 재대출 할 수 있어요. 그냥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죠. 책의 권수에는 제한이 없어요.
H : 들고 갈 만큼의 무게라면요(웃음)?
C : 네, 저희는 배달을 해 주지는 않거든요(웃음). 원래는 권수 제한이 있었어요. 꽤 오래 전이긴 하지만 50년 전에는 사람들이 마음껏 빌려갈 만큼 많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한을 두고는 했죠. 하지만 세금이 워낙 높다 보니, 사람들이 몇 십 권씩 빌려가도 괜찮을 만큼의 책을 가져다 놓을 수 있었어요. 그 이후로는 제한이 사라졌죠.
H : 아……. 스웨덴은 세금이 굉장히 많지요?
C : 맞아요. 아직도 세계 기록을 유지하고 있답니다(웃음).
H : 그래도 반납이 늦을 경우에 받는 불이익은 없나요? 예를 들어 벌금을 매기거나 대여 중지 같은 거요?
C : 딱히 불이익이랄 것은 없어요. 하지만 벌금은 분명히 있습니다. 집으로 통지서를 보내야 할 정도가 되면 30 SEK의 벌금을 내야 한답니다. 많은 도서관들은 일주일마다 벌금을 지속적으로 부과하지만, 이 곳 솔렌투나 도서관은 그 제도를 바꿔버렸어요.
H : 벌금을 지속적으로 부과한다면 어떤 경우에는 굉장한 '빚'이 될 것 같은데요?
C : 바로 그거예요. 책을 다섯 권 빌려 가서 2~3주만 늦어도 정말 부담스러운 금액이거든요. 그렇게 불어난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아예 책을 반납하지 않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어요. 그래서 솔렌투나 본 도서관에서는 그런 제도를 아예 없애버렸죠. 벌금을 부과하려면 일단 책을 가지고 도서관으로 와야 하니까요.
H : 미성년자들이 대출 카드를 직접 만들 수 있나요?
C : 아니오.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H : 그러면 카드를 만든 뒤에는 혼자서 대출 할 수 있나요?
C : 네. 대출 카드는 보호자의 허락이 있다면 여섯 살 때부터 만들 수 있어요. 적어도 혼자 힘으로 책의 바코드를 찍을 만한 나이는 되어야 하니까요(웃음).
인터넷 영향 받아 도서관 이용률 줄어

C : 확실하지는 않지만 60,000권에서 70,000권 정도 될 거예요.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구입하는 책의 가짓수도 늘고 시설도 좋아지겠죠. 그래서 어떤 도서관들은 다른 도서관들보다 시설이 좋을 때도 있어요. 책의 가짓수를 결정하는 또 다른 것은, 코뮨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매년 학교나 도서관 등에 들어갈 예산을 책정해요.
H : 기부 받는 책도 있나요?
C : 음……. 받기는 해요. 하지만 정말로 책장에 꽂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아요. 사람들이 책을 기부한다는 것은, 책을 버려야 하는데 아깝다고 느낄 때거든요(이런 것은 한국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치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반세기 지난 책 같은 거요(웃음).
H : 결국 대부분은 세금으로 구입하는 거네요?
C : 네. 도서관의 유지비는 모두 세금에서 나오지요.
H : 사람들의 이용률은 높은 편인가요?
C : 꽤나 높죠. 몇 명이 온다고 정확하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통계에 의하면 인구 50%의 숫자가 늘 도서관을 방문한다고 하더군요. 특히나 아이들과 학생들이 많아요. 학교 숙제를 하는데 필요하니까요.
H : 인터넷의 시대가 되면서, 도서관에 직접 와서 자료를 찾는 경우가 많이 줄지는 않았나요?
C : 정확한 지적이에요! 벌써 10여년간 그런 상황이 반복 됐어요. 사람들은 도서관에 와서 책을 뒤적이는 것보다 인터넷을 켜고 검색하는 쪽을 더 좋아하거든요. 집 책상이나 침대에 앉아서 끝낼 수 있다면 뭐하러 도서관까지 오겠어요? 숙제나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져요.
H : 구글(google)만 있다면 굳이 도서관에 나올 필요가 없다는 거군요.
C : 맞아요. 제게도 두 명의 아이들이 있지만 도서관에 가는 것이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기도 하고요. 그냥 인터넷 페이지 한 두 장이면 충분한 것을 굳이 부풀릴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 기본적인 수준의 공부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으로도 충분해요. 더 방대하고 자세한 자료가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스스로 자처해서 나서지는 않아요.
H : 인터넷 때문에 이용자들이 어느 정도 줄었다고 보나요?
C : 90% 정도? 10년 전에는 이 곳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스웨덴의 18세기 역사', '식용유와 버터의 유래' 같은 내용의 책에 관해 질문하고는 했어요. 이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죠.
H : 그래도 인터넷으로는 구할 수 없는 도서관만의 자료가 있지 않나요?
C :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알 수 있다면 도서관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겠죠(웃음). 어쨌든 인터넷의 정보라는 것이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라서, 어떤 정보들은 반드시 전문적인 책을 찾아 봐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럴 경우에는 억지로라도 도서관에 와야 하죠. 제 아이들도 그렇구요, 인터넷 웹 페이지를 검색하다가 안 되면 그제서야 도서관을 찾는 거랄까요?
H : 이용객들의 분포는 어떻나요?
C : 정확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여자 이용객들이 더 많은 것 같더군요.
‘여자는 픽션, 남자는 논픽션’

C : 물론 있죠! 스웨덴에서는 남자들이 픽션을 읽지 않아요.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소설을 읽는 것은 대부분이 여자고, 남자들은 논픽션을 좋아하더라고요(웃음).
H : 하루에 방문하는 손님이 몇 명 정도 되나요?
C : 천 명보다 조금 작은 것 같은데요?
H : 이렇게 규모가 있는 도서관인데, 생각 외로 적네요.
C : 솔렌투나의 도서관들은 다른 코뮨의 도서관보다 덜 이용되는 것 같아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요……. 다른 코뮨에 있는 이 정도 크기의 도서관에는 그 두 배라고 생각됩니다.
H : 앞으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거나 도입하려는 계획이 있나요?
C : 인터넷 서비스를 활성화 시키려 노력 중이에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전체적인 시스템은 구식이지만, 이용객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인터넷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현대적으로, 즉 대출 카드의 핀코드를 활용하여 인터넷을 통한 대출 예약을 하거나, 적극적인 도서 비평 등이 그 좋은 예죠. 이제 곧 전자 도서를 대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SONY 등의 기업에서는 이미 E-BOOK을 읽을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지요. 도서관에서도 종이로 된 책을 빌려주는 동시에, 그런 전자 도서를 구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 : 도서관으로서는 굉장한 변화인데요?
C : 맞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바뀌게 될 거예요……. 사실 지금도 이미 도서관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과 컴퓨터가 많이 구비되어 있답니다. 2층에는 어른들을 위한 11대의 컴퓨터와 1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3대의 컴퓨터가 있지요.
H :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특별한 규칙은 없나요?
C : 규칙이랄 건 없지만, 불건전한 동영상을 보거나 테러 계획을 짜는 것은 곤란해요(웃음).
H : 시청각 자료는 많이 구비되어 있나요?
C : 물론이죠! 특히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사운드북 CD는 스웨덴의 도서관에서는 아주 일반적이에요. 보통은 CD나 테이프의 형태로 빌려가지만, MP3로도 다운받을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아래층에 가면 주크박스 비슷한 기계가 있는데, 그 곳에서 여러 가지를 고를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는 이미 현대화로 몇 발자국은 나가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C : 아…… 영화 DVD의 경우에는 조금 달라요. 사실 그것은 의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요금을 부과하죠. 이런 부분은 정부에서도 허용하고 있어요. 어쨌든 예산을 투자하는 것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더 이상 신작을 구매하고 가져다 놓을 수 없을 거예요. 따로 고르는 직원이 한 명 있어요. 대부분이 작품성이 충분하고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만한 것들이죠.
‘한국은 공부를 너무 시키고 스웨덴은 너무 안 시키고’

C : 분점까지 합쳐서 3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H : 외국인들을 위한 책도 그들이 원한다면 구해주나요?
C : 물론이에요. 많은 스웨덴인들은 영어를 잘 하기 때문에 영어책들은 기본적으로 있죠. 독일어 책들도 책장 앞에서 고민할 정도로 많이 준비해둬요(웃음). 또 코뮨에 있는 각각의 이민자 그룹에 따라 외국어 서적의 양이 달라지죠.
H : 솔렌투나의 경우에는 어떤가요?
C : 아무래도 아랍쪽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외국어 서적도 터키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프랑스어 도서들이 많죠.
H : 그렇다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예를 들어 폴란드 사람이라든가 그리스 사람이 자신의 언어로 된 책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할 수 있나요?
C : 예. 외국어 책장에는 보유하고 있는 서적 목록과 함께 안내문이 붙어 있어요. ‘원하는 언어의 책이 없다면 사서에게 문의하세요’ 라는 내용이죠. 하지만 아무래도 선택의 폭이 좁아요. 최소한의 검증을 거친 좋은 책을 우선적으로 가져다 놓아야 하는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도서관의 사서니까요. 어떤 도서관에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책은 모두 다 가져다 놓는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그 책의 비평이나 감상문 등을 살펴 본 뒤에 결정합니다. 다른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 올 수도 있고요. 그런 경우에는 몇 달만 가져다 뒀다가 다시 돌려줘야 하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용객이 '무리' 라고 불릴 정도의 숫자만 되어도 더 많은 책을 가져다 둘 수 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스톡홀름의 큰 도서관에 가면 훨씬 더 많은 책을 만나 볼 수 있을 거예요.
H : 스웨덴 학생들은 도서관을 공부에 잘 활용하는 편인가요?
C : 글쎄요(웃음). 어쨌든 한국이나 일본 같은 일부 아시아의 나라에 비하면 아예 안 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대충대충 하거든요. 별로 그런 것에 열의를 갖고 있는 학생들도 없고 말이죠……. 한국 학생들에 비해 수학 실력이 떨어지는 건 확실해요.
H : 한국이 공부를 좀 많이 시키긴 해요(웃음).
C : 끔찍할 정도더라고요(한국의 교육 실정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다). 스웨덴처럼 너무 안 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공부에 들여야 하는 시간도 많고 학교 선생님들은 엄하고, 학생들은 심한 압박을 받죠. 클리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놀 시간도 조금은 필요해요.
H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런 환경에서는 지칠 것 같아요.
C : 저도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한국의 도서관은 어떤가요?
H : 제가 가 본 도서관만을 말한다면 여기처럼 화려하진 않아요. 제가 살던 곳에 있던 도서관은 스웨덴의 코뮨 도서관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언덕 위에 있는 데다 성의 없는 시설에 자리는 불편했죠. 훨씬 더 좋은 시설의 도서관도 있겠지만, 그 근처에는 도서관이 하나 밖에 없었거든요. 가 보지는 않았지만 대학의 도서관들은 훌륭한 시설에 좋은 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물론 일부는 도서관이라기에도 민망한 시설이기도 하고요.
C : 책이 중요한 만큼, 그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서관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도서관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H: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C: 저 역시 좋은 인터뷰였어요.
('스웨덴이야기'가 하루 늦게 게재된 것에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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