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작가)


필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간밤의 언론기사를 검색하는 것으로 아침을 맞았다. 그리고 뒤이어 아침식사를 마치고 진행 중인 작품의 집필에 들어갔다. 그런데 쉬이 집중이 되지 않았다. 무언가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아침의 한 기사가 던진 개운치 않은 기분 탓이었다.
 
"독도도발 정면대응…, 현해탄 긴장고조"
 
아침에 눈을 뜨면서 접한 전날(25일자)의 연합뉴스 기사의 제목이었다. 필자는 기분이 상했다. '현해탄'을 버젓하게 기사의 제목으로 삼다니! 연합뉴스라면 한국의 대표적인 언론이 아닌가? 그것도 동해 해저의 지명등기 문제로 촉발된 한일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이 국면에 말이다.
 
언론의 '현해탄' 용어의 사용은 비단 어제오늘만이 아니다. 필자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현재 집필 중인 작품의 주제가 '역사'와 '지리'라는 생각에 이르자, 필자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필자에게 있어서, 이번 연합뉴스 기사에서의 '현해탄'이란 용어 사용은 한마디로 언론의 무지와 무의식성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이 지면을 통해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현해탄이란 용어가 얼마나 잘못 사용되고 있는가와, 또 그 용어에 숨어 있는 역사적 의미이다.
 
우선 지리적 측면에서 말해 보자.

 대다수의 국민에게 있어서 '현해탄'이란 대한해협을 지칭하는 일본식 지리용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 용어의 사용을 식민지 언어의 잔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전혀 별개의 개념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지리용어에 의하면, 대한해협(Korea Straits)이란 한반도 동남해안에서 일본 본토의 혼슈(本州) 서남과 큐슈(九州) 북서부 해안에 이르는 해역을 통칭하여 일컫는 다.

또한 쓰시마(對馬島)해협이란 대한해협의 일부분으로, 해역 중간의 쓰시마에서 혼슈와 큐슈까지의 일본 본토에 이르는 동쪽 해역을 말한다

반복하여 말한다면 대한해협은 해역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고, 쓰시마 해협은 그에 속하는 쓰시마로부터 일본본토까지의 동쪽 해역을 지칭하는 국제지리학적 용어이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상당수는 쓰시마 해협이 마치 대한해협 전체를 지칭하는 일본어 용어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또 어떤 이는 쓰시마를 중심으로 동안해역을 쓰시마 해협으로(이것은 사실이지만), 서안해역을 대한해협으로 잘못 인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해탄이란 어디를 말하는 것이며 또 그 의미는 무엇인가?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이 질문에 있다.

상당수의 한국인은 앞서의 쓰시마 해협과 같이 현해탄 또한 대한해협과 같은 개념으로 보고 있다.
 
현해탄의 지리적 위치는 쓰시마 해역의 일부인 후쿠오카 앞 바다의 오시마(大島)와 그 서쪽의 이키시마(壹岐島), 이 두 섬 사이의 해역이다. 즉 현해탄은 쓰시마 해협에 속하고, 또 쓰시마 해협은 전체 대한해협에 속하는 것이다.

국제지리학적으로 분명 그렇다. 의심나면 확인, 또 확인해 보길 바란다.

그러므로 현해탄을 식민지 언어의 잔재라 할 수도 없다. 우리가 도쿄라 하듯이, 오사카라 하듯이 단지 저들 영토의 한 지명인 현해탄, 즉 일본어 발음으로 '겐카이나다'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대한해협은 어디까지나 대한해협일 뿐이고, 세계 어디에서도 그저 대한해협, 즉 Korea straits일 뿐이다. 그것을 대칭하는 그 어떤 용어도 지리학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이 이러할진대 이번의 연합뉴스의 기사 제목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고 마는 것인가? 한일간의 긴장고조를 저들 일본 영토 내, 작은 한 지역간의 문제로 치환했으니 말이다.

더불어 동해를 일본해라 주장함에 대해 반발하고 분노하는 한국인이 정작 멀쩡한 자신의 용어인 대한해협을 스스로 일본의 현해탄으로 둔갑시키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부끄러운 일인가? 더구나 한국의 대표언론이라 자부하는 연합뉴스가 앞장서고 있으니 말이다.

이 사실을 한 사람의 외국인이라도 알까 봐 그저 두렵기만 하다. 이것이 비단 필자만의 심정일까?

이제 역사적 측면으로 넘어가서 현해탄이란 용어의 숨은 의미를 음미해 보자.

현해탄의 탄(灘)은 단지 여울을 뜻하는 말이며, 일본에선 주로 현해(玄海) 또는 현계(玄界)라고 불리는데 일본어에선 두 용어 모두 '겐카이'로 발음한다.

여기서 현계(玄界)는 중세 에도시대 이후의 신조어로 고대시대부터 사용해온 원 용어는 어디까지나 현해(玄海)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현해의 현(玄)은 흑(黑)과 함께 검다는 뜻이다. 그런데 동양의 전통사상인 오행사상에선 현(玄)이나 흑(黑)은 방위에서 북(北)을 상징한다. 풍수지리에서 북방을 상징하는 신화적 동물을 현무(玄武)라 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北)은 또한 하늘(天)을 의미하는데 북극성이나 북두칠성, 북망산이 모두 그 예이다.

참고로 누렇다라는 뜻의 황(黃)은 중(中), 즉 가운데를 뜻하는 말이다.
필자는 서해바다를 황해라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한때 한반도와 요동, 요서를 거쳐 대륙의 동안을 지배하며 서해바다를 내해(內海)로 삼았던 우리 선조들의 자랑스런 역사가 반영되어 있는 용어인 셈이다.

그런데 고대 일본인은 무엇 때문에 한반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바다를 현해라 지칭했을까?

고대 일본으로 돌아가 보자.
 
고대 일본에선 7세기 말부터 이른바 '역사공정'이 시작되었다. 그 일환으로 국호를 왜에서 일본으로 개칭하고, 천황 칭호를 제정하고 또 역사서인 고사기와 일본서기를 편찬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황국사관의 출발인 셈이었다.

역사공정의 핵심은 일본의 국가기원을 '천손족의 일본열도로의 하강'에 두며 일본민족의 선민화에 있었다. 그 목적은 당시 변화된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왕권강화를 통한 국가체제의 안정화에 있었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본다면 한마디로 변형된, 또는 국수적인 방향의 자주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변화된 국제정세란 무엇인가?
 
그것은 백제의 멸망이었다. 백제의 멸망은 당시 일본사회에 있어서 충격을 넘어 가히 경악 그 자체였다.

누구나 알다시피, 한반도는 일본 고대사의 뿌리이자, 국가정체성의 근원이었다. 당시 일본 귀족층의 거의 전부가 한반도와의 정치적 관계를 통해 부침을 거듭했다. 특히 국가발전의 모태였던 백제와의 관계가 더욱 그러했다.

그러기에 국왕 제명과 왕자 중대형을 중심으로 한 일본조정은 백제부흥운동기간(660~663년), 무리를 감당하면서까지 2만7천의 구원군을 한반도에 파견했던 것이다.

그런 백제가 망했으니 일본은 독자적인 길, 어떤 의미에선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우선 왕실의 권위를 높여야 했고 독자적인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반도와의 단절이 요구되었다.
 
일본은 국가기원을 한반도에서, 그들의 하늘(天)로 옮겼다. 한마디로 모태를 잘랐던 셈이다. 그와 함께 고대 한일관계의 역사적 사실은 철저히 은폐되고 왜곡되었다. 그 결과가 이른바 임나일본부니, 삼한지배설이니 하는 따위가 아닌가?

그런데 그들의 하늘(天)이, 천손족의 그 천(天)이 자연의 하늘이 아니라, 바로 한반도라는 사실을 저들 스스로 무심코 드러내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현해라는 용어인 것이다.

현해(玄海)의 현(玄)은 북쪽(北)과 하늘(天)을 의미하며, 즉 북쪽의 한반도가 하늘이고 한반도에서 일본열도로 이주한 역사적 사실이 이른바 '천손족의 하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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