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 자주연합 집행위원장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한국 경제 전반을 강하게 흔들고 있다. 환율 급등, 금리 상승, 물가 압박, 소비 위축까지 동시에 나타나면서 경제 전반의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라는 점에서 그 충격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 최근 원화 가치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 그리고 정부의 긴급 추가경정예산 요청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한국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분쟁지역의 세계적 파장이 아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 경제, 외자 의존 금융, 그리고 지정학적 긴장 속에 놓인 외교·안보 환경이 결합하면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을 한꺼번에 드러내고 있다.
전쟁 충격이 드러낸 원화 가치 급락과 금융 불안
중동 전쟁의 충격은 가장 먼저 환율 시장에서 나타났다. 2026년 3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76.9원을 기록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3.84% 하락해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주요 통화 하락률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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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
하락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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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 |
-3.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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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
-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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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
-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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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 |
-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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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달러 |
-0.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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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 |
-0.79% |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 상승률이 2.9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는 달러 강세 이상의 문제이다. 이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환율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자본의 이탈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에만 13조 3천억 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환율이 상승하고, 환율 상승은 다시 자본 유출을 부르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 같은 금융 불안 구조는 한국 경제가 여전히 국제 금융 흐름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와 취약한 에너지 구조, 고환율의 민생 타격
중동 정세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에너지 구조 때문이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를 보면, 석유 중동 의존도 약 70~80%, 천연가스 중동 의존도 약 20% 수준이다. 특히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핵심 요충지이다.
따라서 중동에서 군사 충돌이 확대되거나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국제 유가는 즉각 상승한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현재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환율이 1,500원대에 고착될 것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1,600원대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곧바로 민생 위기로 이어진다.
첫째는 물가 상승이다. 한국 경제는 원자재와 중간재를 해외에서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해 수출하는 구조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원가가 즉각 상승한다. 석유, 철광석, 곡물, 화학 원료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생산비용이 올라가고, 이는 전기요금·가스요금·교통비·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둘째는 금리 상승과 가계 부담 확대이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현재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6.5% 수준으로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5%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약 1,900조 원 수준이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9조 원 증가한다. 이는 소비 여력을 크게 줄이고 내수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는 경제 성장 둔화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한국 경제가 실질 GDP가 잠재 GDP보다 낮은 ‘마이너스 GDP 갭’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한다. 경제 활력이 이미 약해진 상태에서 전쟁 충격이 더해지면 소비 감소, 투자 위축, 고용 감소라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다.
군함 파견이 가져올 경제적 위험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한국·일본·중국 등 석유 수입국을 직접 거론하며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이란과의 관계 등으로 중국은 거절할 것이기에 미국이 위험 부담을 동맹국에 분담시키려는 전략이다. 호르무즈 해협 한국 군함 파견은 중동 전쟁에 대한 사실상의 군사 개입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이란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당연히 이란의 군사적 대응 대상이 된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0~30%, 하루 약 2,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가 이 곳을 통과한다.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는 문제는 단순한 군사적 판단을 넘어 경제적 위험을 동반한다.
첫째는 이란과의 외교적 충돌이다.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중요한 에너지 공급국이다. 한국은 과거에도 원유 거래와 동결 자금 문제 등으로 이란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군사적 개입은 이러한 갈등을 다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한국 선박에 대한 보복 위험이다. 이란은 과거에도 긴장 상황에서 외국 선박을 나포한 전례가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이란은 한국 유조선 MT Hankuk Chemi를 나포했다. 또 한국 상선, 중동 체류 한국인, 에너지 운송 선박이 보복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셋째는 중동 시장 자체의 위축이다. 한국의 중동 수출 규모는 연간 약 800억 달러 수준이며 건설·플랜트 산업 역시 중동 의존도가 높다. 군사적 긴장은 이러한 경제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추경 정책의 한계와 외교·안보·에너지·경제 구조의 대전환 절실
정부는 현재 10~2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몇 가지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첫째,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현재 경제 충격의 핵심 원인은 전쟁과 유가 상승, 환율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이다. 추경은 단기적인 재정 지출일 뿐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둘째, 경제 효과 역시 제한적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15조 원 규모 추경은 경제성장률을 약 0.1%포인트 높이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재정 부담 증가이다. 현재 한국의 국가채무는 약 1,200조 원으로 GDP 대비 약 50% 수준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재정 지출 확대는 국가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이번 위기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핵심 문제는 첫째, 에너지 수입 의존 경제 구조, 둘째, 외국 자본 의존 금융 구조, 셋째, 지정학적 긴장 속 외교·안보 환경이다.
따라서 대응 역시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전략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외교적으로는 중동 분쟁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거부하고 긴장 완화와 외교적 해결을 지지하는 균형적 외교가 필요하다. 군사적 참여는 경제적 위험을 더욱 키울 것이다.
또한 에너지 구조의 장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경제 구조 역시 외국 자본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금융 구조와 산업 구조를 구축하지 않는 한 국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 경제는 같은 충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될 것이다.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한국 경제가 어떤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원화 가치 급락, 고환율과 고물가, 금리 상승, 가계 부담 확대 등 경제 전반의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군사적 개입까지 선택한다면 외교적 긴장과 경제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 경제가 중동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고려하면 정부는 군사적 개입을 거부해야 한다.
또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재정 지출이 아니라 장기적 국가 전략이다. 에너지 구조 전환, 외교적 긴장 완화, 경제 구조 안정화라는 전략적 전환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한국 경제는 국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군함을 보내지 않을 경우, 미국은 자동차 관세, 반도체 규제, 배터리 공급망 압력 등 무역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한국산 무기 지원, 주한미군 지원비 확대 등의 요구를 들이댈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버티어야 한다. 말로만의 국민주권 정부가 아니기를 바란다.(끝)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