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곤 / 한반도의과학지식센터 센터장(고려대 의대 교수)
 

북, '보건 혁명의 원년'을 표방하며 보건의료를 국방력 수준의 국가전략으로 격상 

기존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전방위적 변화 모색

평양종합병원 전경 [사진-노동신문]
평양종합병원 전경 [사진-노동신문]

북한 및 통일 보건의료 전문 웹사이트 'NKmedline'(한반도의과학지식센터, 센터장 김신곤 고려대 의대 교수, https://nkmedline.kr)은 2025년 한 해 동안 북한에서 이루어진 보건의료 관련 주요 변화를 분석해 「2025년 북한 보건의료 10대 뉴스」를 선정·발표했다.

[NKmedline]은 올해를 "의료시설·설비·인력·약품의 4대 축을 중심으로 보건혁명을 시도한 해"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보건 혁명의 원년'을 표방하면서 '보건의료를 국방력 강화 수준의 국가전략으로 격상하면서 기존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전방위적 변화를 모색했다'고 분석했다.

최대 뉴스는 단연 '보건혁명 원년' 선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5년을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공식 규정하고, 내각과 보건성을 중심으로 중앙에서 지방까지 의료체계 전반의 개혁을 주문했다. 이같은 기조 아래 의료 인프라 건설이 속도전으로 전개됐다. 당 창건일인 지난 10월 10일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평양종합병원이 완공되어 진료를 시작했다. 북한은 이를 '세계 일류급 의료봉사 기지'로 선전하며 의료 현대화의 상징적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지방 의료 개선을 위한 '지방병원 현대화' 사업도 활발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강동군·구성시·룡강군 등 3개 시·군 병원이 본보기 단위로 신속하게 건설되어 개원했다. 이는 평양에 집중된 의료 혜택을 지방으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드웨어 확충과 함께 의료시스템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도 포착됐다. 평양 대형병원과 지방 병원, 리 병원 등을 잇는 '먼거리 의료봉사(원격진료)' 시스템이 고도화되었다. 이는 전문의 부족과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1차 의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단순 화상 연결을 넘어 '지능형 의료 봉사 체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월 19일 강동군병원 준공식에서 동행한 당 비서 등과 함께 준공테이프를 끊었다. [사진-노동신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월 19일 강동군병원 준공식에서 동행한 당 비서 등과 함께 준공테이프를 끊었다. [사진-노동신문] 
지난해 7월부터 운영되는 표준약국인 라선시 라진약국 [사진-노동신문]
지난해 7월부터 운영되는 표준약국인 라선시 라진약국 [사진-노동신문]

의약품 유통 및 생산 체계도 정비되었다. 평양 모란봉구역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표준약국' 모델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장마당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중심의 의약품 공급 질서를 복원하려는 조치다. 아울러 지방 고려약 공장들의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 획득을 가속화하며 고려의학의 산업화와 표준화를 추진했다.

코로나19 경험을 바탕으로 방역 인프라 확충에도 나섰다. 각 도에 '질병예방통제소'를 신설하고 검사실과 방역정보실을 갖춰 기존의 봉쇄 위주 방역에서 데이터 기반의 상시 감염병 대응 체계로 전환을 모색했다.

저출산 위기 대응을 위해 어린이·임산부 지원도 강화했다. '육아법'을 토대로 유제품 공급 체계를 재정비하고 다자녀 우대 정책을 펼치며 국가의 양육 책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건 법체계 정비를 통해 「생물안전법」, 「의학감정법」 등을 채택, 보건 이슈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봉쇄되었던 보건 외교의 문도 다시 열렸다. 러시아, 벨라루스, 베트남 등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WHO 총회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대외 의료협력을 재개했다. 이는 고립된 보건 환경을 완화하고 물자 지원 통로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10대 뉴스는 NKmedline이 수집한 북한 보건의료 관련 데이터에 기초해 후보군 15개를 도출한 뒤, 20여명의 북한·통일보건의료 및 북한학 전문가 그룹의 온라인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 것이다.

한편, NKmedline은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이사장 김영훈)이 운영하는 온라인 지식 플랫폼으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의 보건의료 보도, 북한 발간 의학논문, 통계, 국제기구 보고서, 국내외 연구·발표 자료 등 약 30만 건 이상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제공하고 있다.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위한 보건의료 전문 지식공유 공간'을 표방하며, 정기 뉴스레터를 발간해 왔고 2026년부터는 월 2회 인사이트 리포트를 발행할 예정이다.
 

<2025 북한 보건의료 10대 뉴스>

1. 2025년을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공식 선포
보건의료를 국가적 핵심 과제로 상정하고 정책·제도 전반의 전환을 공식화

김정은 위원장은 2025년을 단순한 개선을 넘어선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보건의료를 국방력 강화에 버금가는 최우선 국사로 격상시켰다. 내각과 보건성을 중심으로 중앙에서 지방까지 의료체계 전반의 개혁과 물질적·기술적 토대 강화가 본격화되었으며, 평양종합병원 건설과 지방병원 현대화, 의약품 자립 등이 '보건혁명'의 핵심 과업으로 제시되었다.

전문가들은 "보건의료가 더 이상 주변적 의제가 아닌 국가 핵심사업으로 격상되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지만, 재정·의약품·에너지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속도전' 중심의 건설·시설 성과에 그칠 위험도 크다"고 평가했다.


2.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른 시·군 병원 현대화 건설(강동·구성·룡강)
지방 의료 격차 해소를 목표로 시·군 단위 병원 인프라의 단계적 현대화 추진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일환으로 강동군병원, 구성시병원, 룡강군병원 등 3개 시·군 병원이 본보기 단위로 신속히 건설·개원되며 지방 의료 인프라 현대화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공장·주택·병원을 패키지로 개발하는 이 정책은 평양에 집중된 보건의료 혜택을 지방으로 확산시키려는 북한식 균형발전 전략으로, 의료시설의 '공간적 접근성'과 '물리적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재정·인력·설비·약제의 안정적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새 건물에 낡은 진료'라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3. 북-러 의료협력 재개 및 국제기구 활동 확대
의약품·의료기술·인력 교류를 포함한 대외 협력 확대와 내부 의료체계 재정비

북한 2024년 북한은 러시아와의 보건의료협정 체결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친러시아 대표 국가인 벨라루스, 사회주의 우방국인 베트남과 보건의료와 관련한 협조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제78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코로나19 봉쇄 이후 중단됐던 대외 보건 외교를 재개하였다.

이는 고립된 보건 환경을 완화하고 백신과 항생제, 의료장비, 원격진료 기술 등에서 러시아 등 우방국과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통로를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엔 제재와 러시아 등의 보건의료 수준을 감안할 때 양자 협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 등을 포함한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다각적인 협력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4. 평양종합병원 완공 및 진료 개시
상징적 국가 거점병원의 가동으로 중증·전문 진료 역량 강화 시사

김정은 위원장의 최대 역점 사업인 평양종합병원이 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을 맞아 완공·개원되었다. 북한은 이를 '세계 일류급 의료봉사 기지'로 선전하며, 첨단 진단·치료시설을 갖춘 의료 현대화의 상징적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양종합병원이 향후 지방 종합병원·전문병원 현대화 사업에 건축·전산시스템·진료 프로토콜 등의 설계 기준을 제공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전력·소모품·약제의 안정적 공급과 실제 가동률이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5. '먼거리 의료봉사(원격진료)'의 고도화 및 1차 의료체계 강화
ICT 기반 원격의료 확장과 기초의료 접근성 개선을 병행

평양 대형병원과 지방 병원, 리병원 및 진료소를 연결하는 원격 의료 시스템이 확대되면서, 북한식 '먼거리 의료봉사'가 1차 의료 강화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단순 화상 연결을 넘어 일부 병원에서는 '지능형 의료 봉사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확인된다.
대형병원과 지방병원, 기초 의료기관을 잇는 원격 자문은 전문의 부족과 지리적 장벽을 보완하는 텔레컨설팅 모델로서 잠재력이 크지만, 통신망·전력 불안정과 기초 검사장비 부족으로 '조언만 있는 진료'에 머물 수 있다는 여지도 함께 제기된다.


6. '표준약국' 모델 도입 및 전국적 확대
의약품 유통·관리의 표준화로 품질과 접근성 개선 시도

진료와 조제, 의약품 판매, 기초 검사, 상담 기능을  '표준약국'이 평양 모란봉구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평천·락랑 등 평양의 다른 구역과 지방 시·군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비공식 시장(장마당)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중심의 의약품 공급 질서를 복원하려는 시도로서, 약품 품질관리·처방 및 조제 분리·환자 상담 강화 등을 도모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필수의약품 품귀, 재활용 용기·위조약 문제 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유통 모델 개선만으로는 구조적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7. 고려약 공장의 GMP 인증 가속화 및 생산 현대화
전통의약의 GMP 적용과 산업화 추진으로 국산 의약품 경쟁력 제고

순천시고려약공장 등 지방 고려약 공장들이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획득하고, 생산 공정의 무균화·무진화를 추진하는 등 고려의학의 산업화·표준화가 가속화되었다.
제재로 인한 합성의약품 수입 감소 속에서 고려약 표준화는 해열·진통·위장약 등 일부 필수의약품 공백을 메우는 '완충지대'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중·러 및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한방·허브 의약품 수출 발판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결핵·비감염성질환(NCD) 등 북한의 실제 질병부담에 대응할 현대적 필수의약품 생산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8. 방역 인프라 확충: '질병예방통제소' 신설 및 현대화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정책 초점 이동

코로나19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 도에 질병예방통제소를 신축·현대화하고 검사실·방역정보실을 갖춘 상시 감염병 대응 인프라를 강화하였다.
이는 검문소 중심의 '비상 방역'에서 검사·감시·데이터 기반의 상시 보건안전체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백신·진단키트·개인보호구(PPE) 등 기본 방역자원과 역학조사관 등 전문인력의 안정적 수급, 그리고 폐쇄적 방역을 넘어서는 방역 전략의 다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9. 어린이 및 임산부 지원 강화: 유제품 공급과 '다자녀 우대'
인구·가족 정책과 연계한 보건의료 복지 강화

북한은 '육아법' 을 토대로 전국의 육아원·애육원에 대한 유제품 공급체계가 재정비되고, 평양산원에서 다섯쌍둥이가 퇴원하는 사례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등 국가의 양육 책임과 '후대 사랑' 정치가 강조되었다.
이는 저출산·인구위기를 의식한 정책적 대응으로, 취약계층 아동·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국제기구(UNICEF, WFP 등)와의 영양지원 협력 확대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동시에 출산을 '국가·군사 자원'과 연결하는 담론이 여성의 재생산권과 아동권을 제약할 위험도 있어 면밀한 인권·젠더 관점의 모니터링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 정비되는 보건·복지 법체계: 생물안전법 및 의학감정법 채택
법령을 채택하여 보건 이슈를 법적 틀 안에서 관리하는 토대 마련

북한은 2025년「생물안전법」, 「노동능력 의학감정법」, 「다자녀세대 우대법」 등 보건 및 복지 관련 법령들을 잇달아 채택하며 보건의료 관련 법·제도 정비에 나섰다. 이는 감염병·산재·장애·인구정책 등 보건 이슈를 법적 틀 안에서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중장기적으로 보건과 사회보장을 통합하는 거버넌스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사회적 지원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규정들이 이동 제한이나 노동능력 평가에 따른 인력 재분류 등 국가 통제와 사회 관리의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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