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면서, 저희 ‘공공을 위한 과학기술인 포럼’은 KAL 858기 사건을 잊지 않고 진실 규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사건 관련 논평을 쓰고 또 ‘과학의 눈으로 현대사를 되돌아보다’ 책을 지속적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채 사라진 대한항공(KAL) 858기 사건에 대해 과학기술인들이 희생자 가족들을 초청해 진실규명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공공을 위한 과학기술인 포럼’(FOSEP, 포셉)은 17일 오후 3시 서울 혜화동 공공그라운드에서 KAL858 가족회와 유족회 회장단을 초청, 월례포럼을 갖고 의견을 청취했다.
정기철 포셉 편집국장은 2018년 12월 과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출발한 포셉은 “과학기술이 공공성, 합리성, 민주성에 따라서 우리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매월 강연과 세미나를 월례모임을 진행하고 과학 관련 이슈나 사건에 대해 논평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KAL 858기 연구자 박강성주 박사를 초청해 월례모임을 가졌고, “KAL 858기 사건 관련해서는 지난 2020년 7월에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논평, 그리고 2020년 9월에 동체 추정 물체 인양에 정부가 적극 나서라는 논평, 그리고 2021년 1월에 추정동체 인양하고 KAL 858기 실종사건 재조사를 추진하라는 논평을 냈다”고 밝혔다.
포셉이 지난 3월 발간한 단행본 『과학의 눈으로 현대사를 되돌아보다』(생각나눔)는 ‘국가기관이 과학을 빙자해 증거를 조작한 사건’으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화성 8차 사건 △서울시 간첩단 사건을 다뤘고, ‘공공성과 객관성 대신 기업 이익을 추구한 과학자’로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 사례를, ‘과학적 재조사 필요’ 사건으로 △KAL 858기 실종사건 △천안함 침몰사건을, ‘국가사업 추진에서 전문가의 책임과 역할’이 문제가 된 △금강산댐 조작 △4대강 사업을 수록했다.
포셉 소속 과학기술인들은 이 책에서 “115명의 희생자들과 오랜 기간 가족을 잃은 한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들을 위해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는 필요하며, 마땅히 국가는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김호순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KAL858 유족회) 회장은 “11월이 되면 36주기가 된다”며 “그 당시에는 지금 같이 이렇게 인터넷도 없는 시대니까 국정원(안기부)에서 모든 언론을 다 동원해서 국민들한테 ‘북한이 했다’, ‘김현희가 북한 공작원이다’ 이런 식으로 해 가지고 그게 국민들 뇌리에 지금 박혀 있다”고 말했다.
김호순 회장은 “무엇보다도 폭약이 비행기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며 당시 대한항공 승무원이었던 남편이 남북 대치 상태이므로 보안 승무원이 탑승하는 등 보안검색이 철저하다고 말하곤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보잉 707기라는 것은 소음이 심해서 다른 나라에서 못 들어오게 했다. 그래서 다 폐기 처분을 하고 707기 그 한 대만 남아 있었는데, 그 비행기를 보름 전에 미국에서 수리해 갖고 와서 첫 출항을 나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KAL 858기는 1977년에 이어 1987년 9월 2일 두 번째로 비상착륙을 해서 9월 7일부터 28일까지 앞바퀴 등의 수리를 받았고, 10월 13일부터 11월 10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공항 소재 업체에서 엔진 수리를 받고 첫 출항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김 회장은 KAL 858기에 외국인이 거의 타지 않았고 중동 근로자 위주였으며, 통상적인 티켓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미얀마 어부들이 건진 비행기 잔해를 국내로 들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감정해 KAL 858기 동체 잔해라고 발표했지만 보존은커녕 폐기처분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임옥순 ‘KAL 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KAL858 가족회) 회장은 “아예 처음부터 기체는 찾을 생각도 안 하고 비행기가 실종되자마자 정부와 모든 언론 매체는 북한 소행에 테러라는 추측 보도가 시작되면서 실종된 기체를 찾으려는 노력 대신 테러범 밝히기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노태우 정권이 시작되자, 이 KAL 858기 사건과 유가족은 언론에서 사라져버리고, 대신 특별사면받은 김현희를 언론 매체에 등장시켜, 유가족들의 아픔은 아랑곳 없이 영웅시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유가족들은 2차, 3차 정신적 피해를 받으며, 진상 규명의 날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36년을 버텨오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임옥순 회장은 “사건 발생 50일 만에 당시 국토부 장관이 우리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유가족 몰래 내 남편의 사망 신고를 했다. 이 사실을 나는 1년 반 만에 알게 됐다”며 “이 사건은 아직도 잊혀진 사건이 아니고, 정권에 의해, 언론에 의해, 국민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당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사건 발생 초기 수색 미흡 △블랙박스 회수 실패 △김현희 밀실수사와 사면 △88올림픽 방해 목적 타이밍 △국정원발전위 재조사시 폭약의 양과 종류는 ‘안기부 임의 추정’으로 드러난 점 △‘무지개 공작’과 대통령선거 하루 전 김현희 국내 압송 등 의혹들을 줄줄이 제시했다.
유인자 KAL858 유족회 부회장은 “동체 인양 꼭 해야 한다”며 “가면 되는데, 굳이 예산이 없다. 미안마가 군정이다. 그건 필요 없다. 가면 된다. 그거 하나 못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냐. 정말 아쉽다”고 토로했다.
대구MBC의 미얀마 현지 취재 결과 “미얀마 안다만의 50미터 해저에서 KAL 858기로 추정되는 동체를 발견했다”고 <MBC 뉴스데스크>가 2020년 1월 24일 단독 보도한 바 있고, 문재인 정부 시기 외교부가 주관해 수색 업체까지 선정, 추진하려 했지만 미얀마의 군부 등장과 코로나19 등으로 실현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박은경 KAL858 가족회 부회장은 2001년부터 KAL858 가족회의 진상규명 활동을 영상으로 제시한 뒤 “잃어버린 가족을 잊지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고통 속에 기다리던 분들도 이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건강을 잃거나 한 분씩 세상을 떠나 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은경 부회장은 “정부측과 가족회 회의도 10회차를 마지막으로 다음은 기약하지 않았고 이제 용산의 벽은 높기만 하고 대화는 어려워 보인다”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색업체 대표와 박진 외교부장관실을 통해 진성서를 제출했으나 답변이 없는 상태이며 예산은 다시 정부로 반환되고 수색업체도 2022년 말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비록 현재의 상황이 긍정적이진 않지만 지금까지 가족들과 시민대책위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함께 이뤄낸 의미있는 진전은 그대로”라며 “이렇게 절박한 우리에게 관심 가져 주는 분들이 계시니 희망이 있고 새 힘이 난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배상수 포셉 대표는 “이렇게 함께 모시게 돼서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장에 이렇게 (참석해) 있고 온라인으로도 접속해 있다”고 인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