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1월 29일. 제13대 대통령선거를 보름 앞둔 그날, 11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대한항공(KAL)858편이 미얀마 안다만 해상 상공에서 돌연 사라졌고 탑승자 전원이 실종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35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맞은 그날. 속으로 꾹꾹 눌러보지만 터져나오는 울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가 주최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후원한 'KAL858기 사건 34주기 추모제'가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에서 열렸다.
2020년 1월 대구 MBC가 안다만 해역에서 KAL858기 추정 동체를 발견한 뒤부터 유족회는 KAL858기 동체확인과 유해, 유품 발굴에 주력하기로 하고 정부는 그해 말 23억원의 수색 예산도 책정했다.
공개입찰을 통해 수색에 참여할 업체와 선박도 선정했고 미얀마로 떠나는 일정이 정해졌으나 2021년 2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인해 차일피일 미뤄지다 지금은 기약조차 없는 상황이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9월 첫 간담회 자리에서 정부 주도의 수색 약속은 재확인했으나, 2년간 사용되지 않은 예산은 올해 말 불용예산으로 처리되어 정부에 귀속되게 되었다.
현재 상황은, 수색이 가능해지면 즉시 예비비 편성을 추진하는 것으로 외교부, 기획재정부와 구두 협의를 마친 상태이고, 유족들은 애타게 수색이 진행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호순 유족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KAL858기로 추정되는 동체를 발견하고도 3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애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KAL858기 동체를 찾아 유해를 수습하여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그리고 온 천하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유족회 회원들과 여러분의 손을 잡고 앞으로 열심히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애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야속하게 느껴지만 한다"는 안타까운 심경이 이어졌다.
유족인 연재원씨는 "비행기가 폭파되었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졌고 오열하며 통곡하는 그 소리는 대통령 선거의 요란한 구호 속에 파묻혀 버렸다"며, "스스로 폭파범이라고 말하는 여인이 있건만 폭파의 흔적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고 세월이 흐를수록 거짓에 대한 의혹은 깊어만 갔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분노는 커져만 갔다"고 35년 그날의 아픈 기억을 곱씹었다.
그러면서 "감추어진 거짓이 낱낱이 드러나 숨겨진 진실이 만천하에 밝혀질 때까지 그리하여 진실이 정의를 바로 세울 때까지 우리는 그대를 떠나 보내지 못한다"며, "부디 진실의 넋이 되어 우리에게 오소서. 진실을 외치는 함성이 되어오소서. 역사 속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올곧은 넋이 되어 우리에게 오소서"라고 고인들을 추억했다.
항공기 조종사 출신으로 미얀마 현지조사에 나선 김성전 유족회측 참관추천인은 'KAL858기는 공중 폭발이 아니라 비상착륙시 수면위에 착수하는 디칭(Ditching) 시도가 있었다'며, 당시 생존자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KAL858기의 항로와 반대방향으로 잔해가 순서대로 수중에 가지런히 떨어져 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3차 개별 현지탐사를 다녀온 뒤 '조종석 내 유리창이 없었다'고 했는데, 이는 해수면에 착수할 때 조종사들이 취하는 행동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경찰에 근무하던 폭발물 전문가로 KAL858기 사건 관련 논문을 쓴 심동수 박사는 '사건 당시 폭발물로 지목됐던 PLX 액체 폭약은 컴포지션C4 폭약의 원료인데, 이걸 보안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행기로 반입할 수 있는 경로는 외교행랑밖에 없다'며, 당시 집권자인 전두환 정권의 군부 기관이 이 사건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의심을 제기했다가 직장에서 쫓겨난 사연을 설명했다.
지금도 가시지 않는 의혹이 여전한 가운데 심 박사는 "법적 고소와 고발, 증거보전청구소송을 해서 국가가 증거물인 KAL858기 동체를 건져오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규엽 신한대 초빙교수도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도 동체를 빨리 들어올리고 유해라도 가족들 품에 안겨주는 게 국민들한테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며, 동체 인양을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은 40년전인 1982년 원풍모방 노조 투쟁으로 해고되었다가 작년에 헌법소원과 대법원 판결로 전원 승소판결을 받았다고 하면서 유가족들이 힘내서 끝까지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격려했다.
의혹은 하늘을 찌르고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산자들이 그들과 함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는 세월이 벌써 35년이니 야속하고 안타깝다.
"35년이나 기다렸습니다. 대한항공 KAL858기 희생자 유해를 하루 속히 가족의 품으로!"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이하 유족회)]는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실종된 KAL858기 탑승 희생자 가족들의 모임으로서 지난 35년동안 유해라도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2020년 1월 초 KAL858기 동체로 추정되는 잔해가 발견됐다는 꿈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구 MBC의 특별취재팀이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KAL858기 동체로 추청되는 엔진과 날개, 꼬리 부분의 잔해들을 발견하여 3~4회에 걸쳐 특집방송을 방영하였고, 저희 유족들은 동체가 그대로 드러난 동영상을 보고는 유해와 유품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밤잠을 설치며 애타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본 유족회는 정부가 나서서 수색해 주기를 청와대에 요청하여 수색 준비점검팀이 만들어졌고, 국회에서 23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수색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 2월 초 드디어 미얀마로 수색을 떠나는 일정이 정해졌으나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수색은 연기되었고, 1년 10개월이 지나도록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에는 진전이 없습니다. 또한 23억원의 수색비용은 12월 말 불용예산이 되어 정부에 귀속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약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기막힌 현실속에서 35주기 추모제를 지내며, 절박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획재정부는 미얀마 수색이 가능해지는 즉시 예비비로 수색비용이 책정되도록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그 어느때보다도 여러분의 격려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부디 마음의 문을 활짝 여시어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KAL858기 탑승 희생자들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부디 기억해주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2년 11월 29일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
회장 김호순과 회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