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한국 사회에서 주한미군의 미 본토 수호를 위한 세계작전계획(OPLAN)의 최전선 기지라는 점에 대한 논의는 공론장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주한미군은 한미 정부가 강조하는 대북 억지용이라는 차원을 넘어 미국 본토 수호를 위한 이들 두 개의 미국 세계핵전략을 지난 70여년간 수행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 사회에서 비밀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한미 양국 정부가 동맹의 이름으로 합의한 결과이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적 계획을 국가기밀(Top Secret)로 분류하며, 한국 정부 역시 ‘한미동맹의 신뢰’를 이유로 존재 여부를 부인하거나 언급을 회피해 왔다. 한국의 언론, 학계도 이를 거의 문제 삼지 않았다.

주한미군이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으로 장악한 치외법권적 특혜 속에서 정전협정이후 70년간 중러 비밀작전을 전개하고 중러도 그에 대해 군사적 대치를 해와 자칫 강대국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한국민의 피해가 유발될 가능성이 컸다.

중러와 북한의 군사력이 미 본토에 가하는 위협은 전자 쪽이 훨씬 막대하기 때문에 주한미군 작전의 비중은 중러 쪽이 북한에 비해 수십 배 더 무거웠다고 보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국 시민사회는 자국 영토 내에서 수행되는 미국의 핵·작전전략에 대한 인식과 통제권을 상실한 상태로 수십년을 지내왔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이유로 자국민에게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용’이라며 국민의 혈세로 주한미군을 지원하고 각종 특혜를 지원한 것은 사실상 한국 공권력이 국민을 기만하고 헌법적 권리를 박탈한 직무유기를 범했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2. 주한미군은 미세계핵전략 SIOP·OPLAN 기지

미국이 냉전기인 1950년대에 만든 세계핵전략인 SIOP(Single Integrated Operational Plan)는 냉전기 전지구적 핵전쟁 통합계획으로, 한국 등 동맹국 기지와 전력의 역할까지 포함했다. 한국 내 미군기지는 1960년대 이후 미국 전략사령부(STRATCOM)의 극동 핵공격 작전계획에 편입되어 소련, 중국을 상대로 SIOP의 기지역할을 담당했다.

주한미군기지 가운데 군산, 오산 등의 공군기지가 중국 소련을 감시, 정찰하고 유사시 타격할 작전 태세를 유지하면서 활주로에서는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전폭기가 24시간 대기했다. 냉전기 동안 주한미군이 한국 기지에 전술핵무기를 최대 배치의 경우 1천기까지 보유했는데 이는 소련과 중국 타격용이었다. 당시 북한은 비핵국가였기 때문에 전략적 관점에서 핵무기 타격 대상으로는 적절치 않았다.

미국은 2003년 변화된 국제 전략환경에 맞춰 SIOP를 OPLAN 8022, 8010 등으로 개편되했으나, 핵·정찰·전자전 작전 능력은 여전히 주한미군 등 전 세계 동맹기지를 활용해 유지, 강화하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가 미 본토 보호 전략을 수행하는 ‘최전선, 즉 전초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한미행정협정(SOFA) 체계 아래에서 미국의 국내법, 특히 미 안보법「U.S. National Security Act」 및 핵에너지법「Atomic Energy Act」의 보호 대상이 되어 한국 정부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으로 분류된다.

즉, 한국이라는 주권국가의 영토 내에서 수행되는 미국의 군사행위가 미국법에 의해 비밀로 규정되고, 그 존재 여부조차 동맹의 명분 아래 은폐되는 구조가 제도화된 것이다. 이 구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주한미군의 실체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는 부적절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제국주의 시절 점령국과 피점령국 관계와 흡사하다 할 것이다.

3. 협정으로 강요된 반국제법적 침묵

주한미군 관련 전략의 ‘비공개’는 단순한 기술적 비밀이 아니라, 국가간 불평등 조약, 협정으로 강요된 ‘반국제법적 침묵(Anti-international law silence)’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작전계획은 동맹 차원의 문제로,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미국 정부는 “정책적으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neither confirm nor deny)”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한다.

이러한 심각한 비대칭적 한미동맹 관계는 한국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주한미군의 작전이 한국 영토에서 비밀리에 치외법권적 특권 속에서 행해지는 국가 주권의 공백지대가 존재하게 되고 그것은 한국민의 헌법적 권리에 역행한다.

한국민은 주한미군의 중러 상대 작전으로 생명과 재산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방치되어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이를 보호하거나 예방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작태에 다름 아니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발효된 이후 70여년 동안 지속된 한국 정부의 반헌법적 행위지만 여야 정치권, 진보정당까지도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있다.

그것을 공론화하면 선거에 불리하다는 천박한 선거 공학에 함몰된 치명적인 비정상적 침묵의 카르텔이 여의도 정가에서 고정관념화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언론도 이를 추종하는 것은 반저널리즘적 태도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미 두 정부가 주한미군에 대해 취하는 기만적 태도는 한국민을 오도하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한국민은 정보 접근권을 박탈당하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낼 뿐 아니라 국보법에 의해 강요된 ‘한미동맹 절대적 신뢰와 맹종’이라는 강압에 의해 반미담론과는 담을 쌓게 되도록 사회화된다. 결과적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무지’는 자연스러운 상태로, ‘비판’은 비애국적 행위로 각인된 것이다.

4. 한국 정치언론, 집단세뇌와 같은 병리적 현상

미국은 한국에서 군사적 우위를 넘어 한국사회 전체를 미국이 의도한 무지 상태속의 친미적 경향을 심화시킨 인지적·담론적 지배를 확립했다. 한국은 “한미동맹=안보=생존”이라는 도식을 내면화하였고, 그 결과 주권적 감시의 기능은 ‘동맹 신뢰’라는 명분 아래 봉쇄되었다. 한국의 정치 엘리트와 언론의 의식구조가 집단세뇌와 같은 병리적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한미 정부에 의해 주한미군과 관련된 핵심 정보가 철저히 차단되면서 모두가 알 수 없기에, 그 정책에 대한 민주적 평가나 견제 또한 불가능하다. 따라서 SIOP·OPLAN의 은폐는 부적절한 동맹관계가 유발한 비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주권이 제도적으로 중단되는 지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존재하는 야만적인 불평등한 동맹관계가 만들어낸 추악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불평등한 한미동맹 속의 준점령국과 같은 주한미군이 미 본토 수호를 위해 한국민을 심각한 위협에 빠뜨릴 미국의 세계핵전략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70년간 비밀로 유지된 것은 한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중대한 원인의 하나다. 주한미군에 대한 지식의 통제가 통치와 지배의 도구로 악용되면서 국내 친미세력의 지배력의 원천으로 고착된 것이다.

5. ‘정당성’의 문제 — 안보 명분인가, 주권 침해인가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이러한 비밀 유지가 ‘국가안보상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안보’를 이유로 국민에게 정보를 은폐하는 것은 국민의 헌법적 자유, 권리를 유린하는 행위다. 즉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가 말한 ‘정당성의 의사소통적 기반(communicative legitimacy)’을 약화시킨다.

특히 외국 군대의 핵·정찰작전이 자국 영토에서 수행되고 있음에도 그 존재를 은폐, 부정하는 것은, 사실상 주권의 일부를 ‘제도적으로 양도’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즉 군사적 식민지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국가의 안보는 정보의 비대칭 위에서 유지될 수 없으며, 진정한 동맹은 비밀의 공유가 아닌 투명성의 상호성(reciprocity of transparency) 위에 구축되어야 한다.

6. 결론

주한미군의 SIOP·OPLAN 관련 활동이 비밀로 분류되고, 그 존재가 한국 국민에게 부정되어 온 것은 한국 국민의 알 권리 말살과 기본권 억압이라는 구조적 문제이다. 이 현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주한미군의 반국제법적 역할을 미국법에 따라 기밀관리하고 한국 정부의 정보접근권을 제한한 것은 점령국과 피점령국 관계라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억제용이라고만 선전, 홍보하는 식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부인하는 ‘전략적 기만술’은 한국 국민을 미국익을 위해 위험에 빠뜨리는 반 헌법적 행태다. 한국 사회에서 한미동맹 신뢰만을 강요하며 반미담론이나 미국에 대한 비판을 금기화 하는 것은 사대주의적, 반민족적 정치행위로 헌법상의 국민주권과 민주적 감시를 배제하는 폭거다.

따라서 향후 한미동맹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 주한미군 관련 핵심 정보의 단계적 공개 △ 국회·시민사회의 정보접근권 제도화 △ 동맹 구조에 대한 비판적 공개성(critical transparency) 확립이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심각한 군사적 현상인데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된 것’으로 고착된 비정상을 정상화 하는 일은 주권의 회복, 민주화, 그리고 시민의 주체적 각성을 위한 사회적 실천의 출발점이다.

참고문헌

Blair, B. (1993). The Logic of Accidental Nuclear War. Brookings Institution.
Gramsci, A. (1971). Selections from the Prison Notebooks. International Publishers.
Foucault, M. (1977). Discipline and Punish. Vintage Books.
Habermas, J. (1984). 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Beacon Press.
Taussig, M. (1999). Defacement: Public Secrecy and the Labor of the Negative. Stanford University Press.
Kim, S. J. (2020). “Security Secrecy and the U.S.–ROK Alliance: The Politics of Denial.” Asian Perspective, 44(3).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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