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금요일 늦은 밤. 기자는 이태원 한 복판에 있었다. 일상의 피로를 잊기 위해 이태원을 가끔 찾는 청년으로서 이날 밤은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물론 외국인의 숫자가 적어보이지 않았으나 술에 취해 건들거리며 여성을 품에 안고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깍두기' 머리의 미군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태원에서 주한미군 병사들은 한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우람한 팔뚝과 위협적인 문신.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해서 일까 엄청난 욕과 과잉행동으로 사람들을 위협한다.

그 뿐이랴 지나가는 여성의 발길을 가로막고 희롱하기 일쑤이고 한 손에 든 술병으로 때릴 듯한 기세로 달려든다.

이들 주한미군 병사들은 한국을 지키러 왔다는 사명감의 도를 넘어서 이 땅이 내 땅이고 내 땅에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인식, 게다가 동양여성은 나약하고 즐기기 좋다는 썩은 관념을 자랑스레 늘어놓는다.

그런 모습이 불야성인 금.토.일 이태원 거리에서 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외국인들이 이태원 밤문화를 즐기는 그런 수준. 이태원에 한시적 평화가 온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사령부가 야간통행 금지를 지난 7일 부활, 실시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야간통금은 평일 자정부터 새벽 5시, 토.일과 공휴일 새벽 3시부터 새벽 5시까지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경기도 동두천과 서울에서 발생한 주한미군 병사의 10대 여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한 조치로 환영할 만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30일만 적용된다. '발정난 개'를 30일간 격리시킨다는 것으로 들린다.

문제는 30일 뒤이다. 강제 거세된 '발정'이 30일동안 잠잠해 질까. 30일동안 억눌린 '발정난 개'들이 해금되는 날. 끔찍한 상상은 하고 싶지 않다.

물론 과장된 상상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주둔 이후 벌인 주한미군의 성범죄 행태를 볼 때 '해금의 날'이 가히 몸서리쳐진다.

'미친개는 몽둥이'라는 말이 있듯이 '발정난 개'도 '격리'라는 단순조치가 아닌 '몽둥이'가 필요하다. '발정난 개'가 인간이길 원한다면 법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주권국가인 한국에는 '발정난 개'를 다스릴 법이 없다. 1966년에 마련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법 위에 군림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어떠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이들은 SOFA 규정에 숨는다.

다른 나라의 '발정난 개'들이 자국의 여성을 '정액받이'로 수단화해도 손 놓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이다.

어느 영화에서 주한미군이 이렇게 말한다. "이 나라는 산이 많아서 너무 답답해. 미치겠어. 그러니까 내가 하는 짓은 빌어먹을 나라에 산이 많기 때문이야."

우리는 주한미군에게서 죄에 대한 뉘우침보다는 '산타령'을 45년째 듣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시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SOFA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권국임을 자처하는 정부당국은 이에 묵묵부답이다.

심지어 주한미군의 30일 야간통금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선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일부언론이 단독 보도한 존 존슨 미8군사령관의 직접 이태원 야간순찰 장면은 '쇼'로 보인다.

이태원에서 마주치는 미군들은 하나같이 한.미동맹 구호인 '함께 갑시다'를 외친다. 어디로 왜 함께 가자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들이 말하는 '함께 갑시다'는 '나랑 즐기자'로 들린다.

진정으로 함께 가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에서 주권국임을 정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국민을 지키는 나라라면 'SOFA'개정의 목소리를 귀담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45년째 침묵하고 주한미군의 '야간통금 쇼'에 박수를 치는 정부의 모습에서 국민은 여전히 '발정난 개'의 희생양이 될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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