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노무현 대통령이 각 정당대표 및 원내대표들과의 오찬에서 밝힌 'NLL(서해상 북방한계선)' 발언을 두고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노 대통령이 NLL에 대해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간의 주요 쟁점은 NLL이 '영토선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해상경계선이냐' 하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의 여러 발언 중 보수측이 이 부분을 문제삼고 나선 것은 '영토선' 즉, '영해선'과 '해상경계선'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이 발표한 '대한민국을 향해 또 수류탄을 던진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논평은 "분단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군사분계선, '영토선'으로 작동해온 NLL", "남북기본합의서에 NLL을 실효적 '영토선'으로 인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법철학 및 국제법을 전공한 인하대 정태욱 교수는 "영토개념상 '영해선'은 영해법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고, 군사분계선 중 하나인 '해상경계선'은 정전협정에 의해 규정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즉, 군사분계선은 국경선이 아닌, 정전협정에 의해 규정되는 '임시 경계선'에 불과하며, '영토선', 즉 영해선은 국경선의 개념인 것이다.

이날 'NLL이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지극히 상식이었다. 노 대통령은 11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우리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라며 그 영토 안에 줄을 그어 놓고 이것을 영토선이라 주장하고, 영토 주권 지키라고 이야기하면 정말 헷갈리게 된다"고 말한 것도, NLL을 영토개념으로 바라보는 보수적 시각을 쉬운 비유로 꼬집은 것이다.

NLL의 논점은 '해상경계선'이다. 정 교수는 "NLL이 해상경계선이라는 '군사분계선'이 되기 위해서는 정전협정에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NLL은 정전협정상 규정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군사작전을 위한 남측 내부의 경계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전히 남측의 정부당국이 NLL을 두고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국방부 김형기 홍보관리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지난 50년 이상 NLL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확고히 지켜 왔다"며 "남북간의 새로운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합의되기 전까지 계속 지켜 나갈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11일 노 대통령의 발언 중 정작 주목해야 할 부분은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데, 이것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며 "그 선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라고 말한 내용이다.

'영토선'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해 안보불안감만 조성할 것이 아니라, 노 대통령이 밝힌 바대로 NLL의 사실관계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 해법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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