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신보에 게재된 '남아공월드컵 북한 대표단 응원 특별사이트.[사진-홈페이지 캡쳐]

심증만으로는 범죄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기사를 쓸 때도 의심만으로 기사를 쓸 수 없다. 근거가 있어야 하고 팩트(사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 관련 기사는 예외다. 의심만으로도 기사를 쓴다. 심증만으로도 북한을 범죄자로 몰고 간다.

국내 언론의 북한 보도 행태를 보면 '아니면 말고 식'이다. 확인보도가 쉽지 않은 북한의 특수성도 있겠지만, 일단 기사로 '질러' 놓고 북한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설사 북한이 반발하더라도 '북한 말을 믿느냐'며 일축해 버린다. 기사쓰기 참 쉽다.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 관련 보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북한뿐만 아니라 FIFA(국제축구연맹)도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이 달랐다.

이번에도 북한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FIFA를 통해 한국발 북한 관련 기사들이 모두 오보인 것으로 판명 났다. 결국 관행대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기사를 쓰던 국내 언론들이 된통 당하고 말았다.

18일 아침에는 북한 축구대표팀 4명이 브라질과의 1차전에서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다며 북한 선수 '잠적설'이 나돌았다. '잠적설'은 북한에 대한 편견을 타고 '망명설'까지 퍼졌다.

하지만 그날 문제의 북한 선수 4명은 경기장 벤치에 어엿이 앉아 있었다. 이 보도에 대해 외교부, 주 남아공 한국 대사관까지 확인에 나서자 FIFA가 나서서 해명했다. "리스트에 4명의 선수 이름이 빠진 것은 인쇄 과정에서 잘못 표기된 것일 뿐이다. 선수들은 경기장에 와 있었고 한국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실제 현장에서 있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자료만 보고 기사를 쓴 것이다.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 선수들의 명단이 리스트에 누락됐을 때도 '잠적', '망명'이라고 썼을까? 북한에 대한 의심 자체만으로 기사부터 '날리고' 보는 국내 언론 행태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에 앞서 북한이 월드컵 개막전을 녹화 중계하자 국내 언론들은 '방송국 마크를 지우기 위해 위아래 화면을 잘라냈다', '원 방송 해설자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현장 소리를 줄였다'면서 '해적방송'이라고 집중 보도했다.

한반도 독점 중계권을 가진 SBS와의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결렬된 상태에서 북한이 어디서 화면을 구했겠느냐는 의심이 먼저 앞섰다. 의심이 앞서다 보니 '2002년에도 해적방송을 했다(이것도 오보일지도 모른다)'라는 입맛에 맞는 사례만 끼어 맞추기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북한이 아시아방송연맹을 통해 무상 중계권을 제공받았던 사례는 무시됐다.

결국 FIFA가 ABU(아시아방송연맹)을 통해 빈곤국 차원에서 북한에 월드컵 경기 화면을 제공한 것으로 공식 확인하면서 '해적방송'은 오보로 드러났다. 미 국무부도 확인 없이 한국 언론의 보도만 믿고 "북한이 월드컵 TV 신호를 도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북한이 한 짓은 무조건 '불법'일 것이라고 의심부터 하는 선입견이 문제다. 한국 언론이 북한을 악마 시 하는 색안경을 버리지 않고 북한을 바라본다면 이같은 오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날 저녁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가 '북한 악마'다. 검색해보니 한 방송사 뉴스 앵커가 '붉은 악마'를 소개하면서 '북한 악마'라고 말실수를 했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색안경이 '오보'를 넘어 '방송사고'까지 이어지는 한국 언론의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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